영화 <퍼펙트 게임>은 선동열(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고(故) 최동원이 연장 15회까지 완투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는 경기를 다뤘다. 당시만 해도 에이스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발투수들에게 완투가 미덕인 시대였다.

그러나 토니 라 루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CBO)가 감독 시절에 선발과 계투 그리고 마무리의 분업화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를 시작으로 투수의 계투 분업이 점차 보편화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5명의 선발 로테이션과 더불어 필승조, 추격조,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마무리투수 등 각 상황에 따라 전문적으로 등판하는 구원투수들이 늘어났고, 그 역할도 다양화되었다.

이후 계투 분업은 KBO 리그와 NPB에도 점차 영향을 미치며 전문 마무리투수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오승환(현 한신 타이거즈),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봉중근(LG 트윈스) 등이 9회에 등판하여 경기를 마무리짓고 포수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익숙하게 됐다.

KBO 리그는 2014년까지 홀수 팀으로 인하여 9개 구단이 돌아가며 3일 휴식을 취했고, 이에 따라 4선발과 5선발을 고정시키기보다는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스윙맨(팀의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투수)으로 편성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3일 휴식제가 없어지며 변칙 로테이션 운용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고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발 로테이션의 중요성도 커졌지만 경기 후반을 책임질 전문적인 마무리투수들의 중요성이 커졌다. 작년까지는 경우에 따라 선발투수들이 등판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구원으로 등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가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경우는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기수도 144경기로 늘어났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은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이로 인하여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애를 태우는 팀이 있는가 하면, 선발 로테이션 이외 다른 역할을 두고 애를 태우는 팀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팀들 중 KIA 타이거즈는 특히 마무리투수 문제가 큰 근심거리가 되었다.

KIA는 2006년 이후 윤석민과 한기주, 유동훈 등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마무리로 활용했다. 그러나 한기주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후 다른 부상들이 이어지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윤석민은 팀의 사정에 따라 역할을 이리저리 바꿔왔다.

KIA는 외국인 선발투수였던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투수로 기용했다가 실패했고, 2014년에는 아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 선발투수 1명, 마무리투수 1명, 야수 1명으로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4년 마무리투수로 영입된 하이로 어센시오 역시 46경기 46.2이닝 4승 1패 20세이브(7블론) 4.05에 그치며 믿음을 주지 못했다.

결국 KIA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돌아와 4년 90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윤석민의 활용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윤석민은 팀의 사정에 따라 선발을 맡기도 했고, 마무리를 맡기도 했으며, 보직의 고정 없이 여러 역할을 오갔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KIA는 2014년 제 1회 최동원 상을 수상한 양현종이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기로 결정되었으며, 외국인 선발투수인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까지 3명의 선발투수를 로테이션에 고정시켰다. 임준혁과 임기준 그리고 임준섭이 나머지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김병현과 김진우가 재활에서 복귀하면 자리를 내 줘야 한다. 윤석민까지 합하면 가용 선발투수만 해도 9명인 셈이다.

그러나 구원투수 쪽으로 가면 상황이 달랐다. 김태영, 최영필, 박준표, 심동섭 등이 있지만 경기 후반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를 찾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재활 중에 있는 서재응은 선발 경력이 많은 투수로서 구위보다는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심동섭이 그나마 가장 위력적이었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1경기에서 3실점으로 무너진 것을 빼면 나머지 경기는 무실점이었다. 하지만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이 1.31로 마무리투수를 맡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런 성적이었다. 큰 긴장을 유도하는 9회에 주자가 1명이라도 나갈 경우 마무리투수에게 부담은 더욱 커지고, 이러한 심리적 압박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마무리 경력이 있는 윤석민이 영입되었다. 한화 이글스와 FA 계약을 체결한 구원투수 권혁이 4년 32억 원,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한 구원투수 안지만이 4년 65억 원 등 최근 구원투수들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지만, 다른 FA 선발투수들의 연봉보다 더 큰 규모로 계약한 윤석민이었기에 마무리투수로 활용하기에 다소 부담이 클 수도 있다(두산 베어스 장원준 4년 84억 원).

그러나 윤석민은 작년 볼티모어와의 계약도 그러했지만 올해에도 KIA와 다소 늦은 시기에 계약하면서 몸을 풀 시간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도 최다 이닝이 3이닝이었는데, 선발투수로 뛰기 위해서는 한 경기에 100개 전후의 공을 던지기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윤석민을 마무리로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몸이 풀렸기 때문에 즉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선발로 긴 이닝을 끌어가는 능력도 있기 때문에 KIA의 팀 상황에 따라서는 2이닝 마무리를 맡을 수도 있다. 물론 최근 계투 분업화로 인하여 2이닝 마무리를 맡는 경우는 적겠지만, 경험이 풍부한 윤석민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KIA 투수 전력에 있어서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윤석민이 2015년만 마무리를 맡을지 2016년 이후에도 계속 마무리를 맡을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한 뛰어난 이닝 소화력을 갖춘 윤석민이 마무리를 계속 맡을 경우 다른 선발투수들에게 이닝 소화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전문 마무리투수를 다시 육성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선택은 KIA의 김기태 감독의 몫이고, 결과는 성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KIA의 마운드가 최근 몇 년 동안의 모습에서 변화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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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KBO리그 KIA타이거즈 윤석민마무리보직문제 전문마무리투수의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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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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