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가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선다.

지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게 되는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다음달 4일과 8일 국내에서 열리는 러시아와의 A매치 평가전 명단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5일 '에이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로시얀카)를 비롯해 여민지(대전스포츠토토), 박희영(대전스포츠토토), 김정미(현대제철) 등이 포함된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편 국가대표에서 주전 미드필더를 꿰찮던 전가을(현대제철), 심서연(이천대교)은 부상으로 낙마한 반면 황보람(이천대교), 강유미(화천KSPO), 손윤희(화천KSPO) 등이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번 평가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의미가 깊다. 여자축구대표팀이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것은 지난 1998년 10월 24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와 6차례의 대결을 펼친 한국은 2승 1무 3패로 뒤져있지만 가장 최근 펼쳤던 2011년에 지소연과 여민지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FIFA랭킹 22위 러시아와의 2연전은 4월 5일 오후 2시 1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펼치며 2차전은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4시에 펼쳐진다.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펼치는 승부인 만큼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도 뜨거울 전망이다.

추락과 방황 속에서 피어난 여자축구

지난 2003년 월드컵 무대에 첫 출전한 여자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프랑스, 노르웨이 등 강호들을 만나 3전 전패 수모를 당하며 씁쓸하게 도전을 마쳐야 했다.

월드컵에서의 전패수모를 뒤로 하고 여자축구는 2005년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아컵에서 북한, 중국, 일본을 제치고 대회 정상에 올리며 여자축구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들에게 그녀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특히 당시 '에이스'였던 박은선은 환상적인 힐 킥으로 여자축구 최강인 중국을 무너뜨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부활을 알렸던 여자축구는 동아시아컵 우승을 기점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에이스' 박은선이 소속팀에서 무단이탈로 중징계를 맞으며 국가대표 선발에 낙마한데 이어 2007년에는 일본, 중국에 밀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여자축구는 국민들에게 잊혀졌다. 하지만 그렇게 잊히던 여자축구가 2010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트리니다토바고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여민지, 심서연 등 떠오르는 스타들을 내세워 대회 정상에 오르며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고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 열렸던 FIFA U-20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은 지소연을 내세워 3위에 오르며 여자축구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여자축구의 전성기는 WK리그로 이어졌고 2009년 6팀에 불과하던 팀은 8팀으로 늘어나며 국내 여자축구에 부흥기가 일었다.

수비불안-정신력 극복해야

12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 여자축구대표팀은 브라질,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함께 E조에 속했다. 과거 월드컵, 올림픽에서 각각 1회, 2회 준우승에 오른 바 있는 브라질이 최대 고비지만 스페인, 코스타리카는 객관적인 전력상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 16강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피파랭킹을 놓고 봤을 때도 6위에 랭크돼 있는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우리(17위)와 큰 차이(스페인 16위, 코스타리카 40위)가 없다. 

중요한 건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2015년 미니 여자월드컵이라고 불리는 키프로스 컵에서 11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를 비롯해 캐나다, 스코틀랜드에게 연이은 패배를 당하며 조별리그에서 꼴지를 기록했고 그나마 순위결정전에서 벨기에에 승부차기 끝에 이겨 꼴찌를 면했다.

지소연과 박은선이 나란히 감기몸살과 부상으로 컨디션이 100%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수비 문제는 키프로스 컵에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도 약점으로 지목됐던 수비불안이 그대로 이어지며 불안함을 이어갔다. 윤덕여 감독도 수비불안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며 훈련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는 말이 아닌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5년 동아시안컵 예선에서 나란히 호성적을 거두며 안일함과 자만심에 빠진 선수들의 정신력 또한 최근 대표팀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표팀의 수장 윤덕여 감독과 주장 조소현의 확실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문제점을 안은 윤덕여호는 이번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5월 8일에 다시 소집돼 파주 NFC에서 발을 맞추며 같은 달 20일에는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6월 4일 결전지인 캐나다 몬트리올에 입성한다.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6월 10일 브라질, 14일 코스타리카(이상 몬트리올), 18일 스페인(오타와)과 2015 여자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치른다. 순탄치 않은 길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해낸 여자축구가 여자월드컵을 3달 앞두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여자축구대표팀 러시아 2연전 명단
FW = 정설빈·유영아(이상 현대제철), 박은선(로시얀카), 여민지(대전 스포츠토토), 지소연(첼시)

MF = 이영주·하늘(이상 부산상무), 이소담·박희영(이상 대전 스포츠토토), 손윤희·강유미(이상 화천 KSPO), 조소현(현대제철), 이금민(서울시청)

DF = 김도연·김혜리·임선주(이상 현대제철), 서현숙·황보람(이상 이천대교), 김수연(화천 KSPO), 신담영(수원FMC), 송수란(대전스포츠토토)

GK = 김정미(현대제철), 전민경(이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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