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KBS 2TV <드라마 스페셜>이 20일 두 번째 방송을 탔다. 홍순목 작가와 김용수 PD의 2부작으로 구성된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는 격변의 시대에 탈옥한 세 명의 죄수들의 행방과 이들을 쫓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36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맞춰진다. 영화와 같은 연출 기법과 드라마의 분위기에 걸맞은 OST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2부 한 장면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2부 한 장면 ⓒ KBS


스토리 구성이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그 시작은 한 노인의 거짓말 같은 금괴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36년 전, 감방 안 노인 우문술(김기천 역)은 자나 깨나 금괴 이야기를 한다. 한 일본 군인과 금괴를 숨겨 부산으로 들여왔는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금괴를 묻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 일본인이 죽었으니 모두 자신의 차지라며 떠벌리는 노인의 말에 감방 안 동료들은 허풍이라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몇몇은 금괴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빛내고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노인의 죽음으로 금괴는 주인을 잃게 된다. 노인의 죽음 직전 마지막 유언을 들은 방대식(이영훈 분)만이 유일하게 금괴의 행방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금괴를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금괴라니!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은 보물선 만큼이나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하지만 금괴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은 혈육조차 아무렇지 않게 살해할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천 상사(임윤호 분)는 경찰인 동생의 제안으로 금고털이범 유원술(박길수 분)을 매수해 금괴의 행방을 알고 있는 방대식 외 다른 죄수 두 명을 더 탈출시킨다. 이들을 이용해 금괴를 찾은 뒤 동생과 나눠가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총을 겨누는 천 상사를 합세해서 때려 죽인 세 명의 탈옥범은 금괴를 갖고 달아나 버리고, 죽지 않고 살아난 천 상사는 동생이 자신을 배신하고 금괴를 빼돌리려 했다고 오해함으로써 동생을 죽이고 만다. 그 후 동생 행세를 하며 36년간 세 명의 탈옥범을 찾아 헤맨 천 상사. 그가 평생을 바쳐 이들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잃어버린 금괴를 되찾기 위함이었을까?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2부 한 장면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2부 한 장면 ⓒ KBS


안타깝게도 그 금괴는 금칠을 한 납덩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후반에 밝혀진다. 이들은 애초에 실체가 없는 금덩어리에 욕망을 품었던 것이다. 천 상사는 그로 인해 하나뿐인 동생을 잃었고,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이 되었다. 그가 죽은 동생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은 도망간 탈옥범들을 찾아 복수하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수에 대한 천 상사의 집요한 욕망은 그의 하나뿐인 아들마저 살인귀로 만들고 만다. 천 상사는 과연 그런 결말을 원했던 걸까.

우리가 욕망하는 건 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에 기인한다. 가질 수 없는 걸 욕망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마침내 원하는 걸 손에 넣게 되는 그 순간, 사그라들 것 같았던 욕망의 심지는 다시금 타오른다. 또 다른 욕망을 향해서,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에 실체가 없다는 것. 실체가 없는 욕망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우리의 모습이 혹시 천 상사에게 투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욕망하는 곳으로 향한다. 우리의 욕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김영철 임윤호 드라마 스페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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