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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낯선길을 여행하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지도와 나침반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지도는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어느 길로 갈 것인지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침반은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니까. 하지만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면 지도와 나침반은 쓸모가 없을 것이다.

이제 3개월 후면 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전 과정을 잘 마무리까지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준비할 사항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덕이가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그점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아마도 이 점은 종종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고모: "덕아 학교는 고모에게 어떤 곳이라고?"
덕: "좋은 곳요."
고모: "왜 좋은 곳일까?"
덕: "책 봐요."
고모: "그렇지 책을 볼 수 있는 곳이고 친구들이 있어서 고모는 학교를 좋아해요. 그러면 덕이는 학교가는 것에 대하여 좋아요, 나빠요?"

덕: "좋아요"
고모: "왜 좋을까?"
덕: "친구들이 있어요"
고모: "그렇지 아주 잘 알고 있구나, 친구들이 있어요. 그리고 친구들 중에 덕이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친구들도 있을 수 있다고?"
덕: "몰라요."
고모: "덕이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또 안 좋아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어요. 고모도 친구들 중에 고모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고모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단다."
덕: "네"

고모: "덕아, 그러면 학교는 왜 다녀야 할까?"
덕: "빼빼로 많이 사먹어요"
고모: "그렇지 학교를 잘 다니면 덕이가 좋아하는 빼빼로 과자를 많이 살 수 있어요, 그리고 덕이가 제일 좋아하는 자동차장난감도 많이 살 수 있어요. 그러면 학교를 잘 다녀야할까?, 다니지 말아야 할까?"
덕: "학교 잘 다녀요"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제발 덕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고 애정이 있는 담임선생님과 착한 아이들이 같은반에 많아서 덕이가 학교 생활에 큰 문제 없이 잘 다녀야 할텐데...' 이런 기도가 끊임없는 간절함으로 늘 가슴에 자리한다.

이미 덕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학교를 몇 번 가보았고, 운동장도 둘러 보았다.

입학 후 당분간은 1학년이니까 할머니께서 교문이나 교실까지 오셔서 덕이와 함께 귀가하겠지만 때로는 덕이 혼자서 집으로 와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에 학교앞 문방구나 작은 수퍼마켓앞을 지나면서 이런 말도 해주었다.

고모: "문방구나 수퍼마켓에서 무엇을 사고싶어도  일단은 어떻게 해야하지?"
덕: "집으로 와요."
고모: "그리고 꼭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한다구?"
덕: "할머니와 와요."

다행히 잘 기억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서 할머니와 함께 와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러두었다.

그 다음으로는 학교 교실내에서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과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말하기와 듣기 그리고 태도에 대하여 지도해야 했다. 덕이가 이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덕이가 적응 잘 할 수 있는 태도를 몸에 배게끔 계속 지도해야 한다.

'말 할 때에나 들을 때에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해야 하고,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 정해주신 덕이 너의 자리에 앉아서 책과 노트 그리고 필통에서 연필과 지우개를 꺼내놓아야 한다'와 학교 생활의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의 활용방법 등을 집에서 학교 교실처럼 그대로 실현해 보았다. 약 2주정도 연습을 하니까 책상위에 있어야 할 품목들을 잘 기억하고 책상위에 올려놓았다가 수업 끝나면 다시 가방에 넣는 것을 할 줄 알았다.

고모: "덕아 고모와 이야기 할 때 고모의 어디를 봐야 할까? "
덕: "~~"
고모: "고모의 눈을 보는 거예요. 덕이는 고모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요? 나빠요?"
덕: (덤덤하게) "좋아요"
고모:"고모는 덕이와 이야기할 때 덕이가 고모의 눈을 바라봐주어서 정말 좋단다."

덕이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늘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덕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고모: "덕아, 가능하면 지금 고모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덕이가 기억나는 대로 나에게 말해 줄 수 있을까?"
덕: (아무말 없이 멍∼하니 있다).
고모: "나도 가끔은 이야기 나눈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안아서 다시 물어 보는 경우가 있는데 덕이도 나처럼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거니?"

나 또한 덕이처럼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까 마음이 편했는지 씩 웃는다.

덕: (알아주어서 고맙다는 듯 신속하게 고개까지 끄덕이며) "응."
고모: "그래 우리 함께 다시 이야기해 보자..."

이런 대화를 나눌때는 덕이가 즐겁게 여기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종종 나의 다양한 표정 연기도 필요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할 때 눈을 바라보며 해야하는 것과 덕이가 말하는 사람인 나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때까지 또는 덕이가 머리로는 고모 말을 이해해도 표현력 부족으로 인하여 정확한 표현을 못하는 정도 까지는 연습을 했다. 그래야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때에도 이해를 하지 못했을 경우 다시 물어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고, 다시 상대에게 물어보는 경우에 잘 들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집중력과 관계맺는 과정을 배워간다.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의 눈에 접촉과 아프면 "선생님 아파요"라고 말하는 것과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가야한다는 것, 다른 친구들이 앉아 있을 때는 앉아 있어야 하고, 반아이들이 밖에 운동장으로 나갈때는 함께 이동해야 하는 사항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앞으로는 덕이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의 태도 등에 대하여 덕이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적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덕이는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와 주었다. 덕이의 기준점에서 늘 기대 이상을 안겨주는 덕이가 고마웠다. 그리고 점점 말하기와 듣기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졸업할 때까지 잘 마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스런 덕아, 나의 보물아! 사랑한다."


태그:#친구와 선생님, #대화와 태도, #학교와 유치원, #보물과 사랑, #애정과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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