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 실력이 뛰어난 미드필더 서정진이 K리그 클래식 전통 명가 수원의 자존심을 치켜세웠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한 골을 따라붙은 것도 모자라 후반전 시작 후 5분도 안 되어 훌륭한 왼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동점골까지 뽑아낸 것이다. 수원으로서는 그가 아니었다면 크게 망신을 당하고 돌아올 뻔했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18일 오후 6시 30분 호주 퀸즐랜드에 있는 로비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3라운드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원정 경기에서 미드필더 서정진과 골잡이 정대세의 활약에 힘입어 3-3으로 비겼다. 16강 진출권을 얻기 위한 2위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되었다.

압박 느슨해져 먼저 2실점

지난 토요일(14일) 낮에 벌어진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주장 염기훈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바 있는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낯선 곳으로 찾아가서 경기를 치르는 바람에 초반 집중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겨우 20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두 골을 내리 허용한 것이다. 단순한 실점이 아니라 중원 압박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느슨한 대응이었기에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파하드 알미르다시(사우디 아라비아) 주심의 시작 휘슬 소리가 울리고 12분 만에 브랜던 보렐로에게 선취골을 내줬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왼쪽 끝줄 앞을 거쳐 골문 바로 앞에 이르기까지 브리즈번 로어 선수들이 자유자재로 패스를 세 차례나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내버려둔 것이 화근이었다.

이 실점은 정말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서 내줬다고 해도 9분 뒤에 추가골까지 내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선취골을 넣은 보렐로가 공을 몰다가 데방트 크루트에게 횡 패스를 연결했고 크루트는 마음 놓고 왼발 슛을 정확하게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골키퍼 노동건이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수원 선수들은 전반전 중반이 넘어가면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 중심에 미드필더 서정진이 서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에 한 골을 따라붙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

서정진은 39분에 정대세의 역습 찔러주기를 받아 침착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왼발 인사이드 슛을 성공시켰다. 좁은 공간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압권이었다.

서정진의 귀중한 왼발 2득점

전반전 서정진의 만회골 덕분에 한숨을 돌리고 후반전을 시작한 수원 선수들은 단 5분 만에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서정진의 왼발이 빛났다. 마치 FC 바르셀로나의 간판 골잡이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을 보는 것 같았다. 브리즈번 로어 미드필더와 수비수 세 명을 차례로 따돌리고 왼발로 마무리짓는 동작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9분 뒤에 서정원 감독은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지훈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산토스를 들여보낸 것이다. 이 때 들어간 산토스는 12분 뒤에 역전골을 뽑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기에 그 뜻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71분, 골잡이 정대세의 멋진 역전골이 터져나왔다. 산토스의 찔러주기를 받은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정확한 띄워주기로 반대쪽에서 달려가는 정대세를 빛냈다. 정대세는 경쾌한 움직임으로 발리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거짓말처럼 펠레 스코어가 정말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충분했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74분에 정대세에게 단독 드리블-오른발 슛 기회가 주어졌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고 그로부터 5분 만에 아쉬운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벌칙구역 반원 밖 22미터 지점에서 데방트 크루트에게 오른발 돌려차기를 얻어맞은 것이다.

이에 수원 벤치에서는 정대세를 빼고 전북에서 데려온 카이오를 들여보내며 마지막 안간힘을 썼지만 염기훈의 왼쪽 측면 프리킥이 빛났을 뿐 재역전골을 뽑아내지는 못하고 말았다.

골 득실 기록에 의해 2위(수원 블루윙즈 5득점 5실점)와 3위(브리즈번 로어 4득점 4실점)로 갈라진 두 팀은 이제 4월 8일 오후 7시 30분 장소를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로 바꿔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된다. 바로 이 경기가 16강행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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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G조 3라운드 결과(18일 오후 6시 30분, 로비나 스타디움-퀸즈랜드)

★ 브리즈번 로어 3-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브랜던 보렐로(12분), 데방트 크루트(21분), 데방트 크루트(79분) / 서정진(39분,도움-정대세), 서정진(50분), 정대세(71분,도움-염기훈)]

◇ 수원 선수들
FW : 정대세(82분↔카이오)
AMF : 염기훈, 이상호, 서정진(78분↔레오)
DMF : 김은선, 조지훈(59분↔산토스)
DF : 홍철, 민상기, 조성진, 오범석
GK : 노동건

◇ G조 현재 순위
1위 베이징 궈안(중국) 9점 3승 4득점 0실점 +4
2위 수원 블루윙즈(한국) 4점 1승 1무 1패 5득점 5실점
3위 브리즈번 로어(호주) 4점 1승 1무 1패 4득점 4실점
4위 우라와 레즈(일본) 0점 3패 1득점 5실점 -3
축구 서정진 수원 블루윙즈 챔피언스리그 정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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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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