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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혼한 지 13년. 결혼 초기 비슷했던 생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하면서 '다르게 바라보기'를 서로의 관점에서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 여자 그 남자의 다르게 들리지만 다르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 '그 여자 그 남자의 다.다.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남자 이야기는 남편 지용민 시민기자가, 그 여자 이야기는 아내 박보경 시민기자가 썼습니다.

[그 남자 이야기] 은행 대부계의 충격적인 조언 

전세가가 폭등하고,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9년 만에 주택매매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분석하는 <MBN> 3월 11일자 방송
▲ 9년 만에 주택매매량 최고치 기록 전세가가 폭등하고,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9년 만에 주택매매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분석하는 <MBN> 3월 11일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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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지금 집을 사는 게 맞을까?"

오랜만에 확인한 목소리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기였다. 불안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이제 얼마 후면 한국에 복귀해야 하는데, 한국 부동산이 들썩인다는 소식이 그곳에서도 화제라고 했다. 그 동안 '전세'만 살던 친구는 "전세가 있어야 전세를 살지"라며 집을 구입하는 쪽으로 맘을 굳힌 듯싶었다.

최근 한 시중은행 대부계 차장을 만났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을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신이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종잣돈'을 모으는 용도가 아니면 은행에 돈을 넣지 말라고 했다.

대출창구 최일선에서 일하는 그는 언론에 등장하는 경제전문가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의견이 특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임을 고려할 땐 초저리인 상황, 그래서 이자부담이 크지 않지만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예적금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주식, 펀드'를 하라고 했다.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은행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조언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예금금리가 '수익'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출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은행이 '대출창구'화 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정부 역시 '빚 권하는 정부'를 자처하고 나섰나.

<한겨레> 3월 16일자
▲ 빚 권하는 정부... 2억 대출이자 월 40만원대 <한겨레>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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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튤립'을 사라 하나

2006년 거래량이 집계된 이후 지난 1, 2월 부동산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다. 정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것인가. 주목해야 할 '동반지표'가 있다. 사상 최고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이 그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이 올라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생긴 것인지, 반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쫓겨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더니 그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인지 선행-후행지표가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A씨가 사는 아파트 전세 시세가 다른 곳처럼 급등했다. 2년 전 대비 7천여만 원이 올랐다.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월 40만 원의 반전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1억 몇 천만 원을 대출받으면 같은 단지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대출금리는 3%대, 월 이자는 30만 원대이다. 초저금리의 힘으로 그는 더 적은 이자만 내고도 자신의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입자에서 집주인으로의 극적인 신분전환, 현 부동산 시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곧 집주인이 될 A씨의 불안은 두 가지다. 역대 최저치인 대출금리는 언제 인상될 것인가.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이후에는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듯이 한국의 기준금리 역시 인상되게 돼 있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부동산 가격'이다. 그의 마지막 희망인 부동산 가격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경제학설사를 공부하다 보면 17세기 초 네덜란드와 조우하게 된다. '튤립 광풍' 혹은 '튤립 버블'로 불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1635년경 흑사병이 네덜란드를 휩쓸었다. 튤립 열풍이 본격적으로 분 것도 이 즈음 때였다. 사람들은 특히 가치가 저평가된 '튤립 구근(뿌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튤립 가치가 폭등하자 관망하던 사람들이 뛰어들었다. 농부들은 투기자금을 모으기 위해 가축을 팔고, 집과 토지를 저당 잡혔다. 그렇게 거래가 활발해짐으로써 튤립 구근주 값은 지속적 폭등을 이어갔다. 1637년초 가격의 붕괴는 드라마틱하지 않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에서 비롯됐다. 처음 몇몇 사람이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려고 튤립을 팔려 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가격 25%가 하락했다. 매도 주문이 속출했다.

팔려는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자 가격은 갑자기 주저 앉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대상이 다름 아닌 '튤립 구근'일 따름이었음을 확인했다.

2007년 미국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발은 미국의 '유동성 과잉'과 '저금리' 영향 때문이었다. 2015년 기준금리를 1.75%로 낮춘 한국의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이 낮은 금리가 지속될 수 있을까? 유동성 회수 단계에서 금리는 인상하게 된다. 금리 인하와 인상이 반복되는 경제 역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외는 없었다.

경제학자 실러의 격언은 이 시점에 참고가 될 만하다. "개인으로 존재할 때에는 어느 누구라도 웬만큼 이성적이고 분별이 있지만,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되고 만다."

[그 여자 이야기] 전세가 폭등으로 집값 상승? 정부는 뭐했나

<한겨레> 3월 13일자
▲ 갑작스런 기준금리 인하... 후폭풍 우려 <한겨레>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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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남편은 경제학을, 나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학생부부였던 우리는 같이 공부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때 남편은 늘 수학 계산을 하고 있었다. 나는 '경제학'이라는 공부를 하는 남편이 신기했다.

경제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나는 결혼과 동시에 경제권을 남편에게 넘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경제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여자가 경제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경제권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남편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나는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에 대해 일자무식인 내가 보기에도 요즘의 우리 경제는 이상하다. 처음에는 내가 경제에 대해 몰라서 이러나 싶어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남편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역시 남편을 믿은 내가 잘못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선택한 모양이다. 전세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다른 대안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금리는 사상 최저치다. 정부가 국민에게 대출을 권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대출이 무섭다. 말이 좋아 대출이지 모두가 '빚' 아니겠는가. 은행에서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다 갚아야 할 빚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정부는 전세금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대출확대 밖에는 없었을까? 그들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경제에 대해서도 잘 알 텐데 대출을 확대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진정 없었던 것일까?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여기저기 경제를 풀어주는 경제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상반됐다.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고 있으니 지금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라는 사람도 있었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빚을 없애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는 경제전문가도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은 얼마간의 목돈이 생겼다고 했다. 그 돈으로 빚을 갚아야 할지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돈 문제를 나한테 묻다니 당신도 참 경제에 대해선 뭘 모르시는군요.'

나는 성심성의껏 빚을 없애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투자는 불확실한 미래지만 빚을 정리하는 건 확실한 미래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지인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목 마른 사람에게 바닷물 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또 다른 지인은 한숨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3년 전에 입주한 아파트는 새 아파트였단다. 입주 당시 해당 아파트는 분양이 되지 않았고, 이를 받아안은 투자신탁에서 내놓은 전세가 여러 채 있었다고 했다. 기존 전세계약이 2년이었던 것에 반해 투자신탁의 전세는 3년이 계약기간이었고 지인은 그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지인은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단다.

그러나 결정은 지인이 아닌 아파트 회사에서 내려주었다.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우편에는 해당 아파트를 사든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일방통지가 있었다. 전세 재계약은 선택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갑작스레 전학을 시키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미래에 대해 선택을 '강요'하는 우리의 경제구조는 제대로 된 구조일까? 경제에 문외한인 나는 알 수가 없다.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은 돈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목을 축이라며 기준금리를 낮췄다. 대출을 확대하여 사람들 앞에 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대출확대는 당장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바닷물 같다. 바닷물로 당장은 넘길 수 있을지 모르나 갈증을 더 심화 시키고 몸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제발 똑똑한 사람들이 나같이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아야 그들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네덜란드 '튤립 버블' 관련 내용은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로버트 멘셜>을 참조하였습니다.



태그:#기준금리, #부동산시장,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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