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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왼쪽 사진)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오른쪽 사진)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법정에서 만나는 산케이 전 지국장과 정윤회씨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왼쪽 사진)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오른쪽 사진)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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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정말 디테일(각론)에 숨어 있을까?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는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디테일이 그를 구할 수도 있다.

지난해 검찰은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가 심리한 세 차례 공판에 나온 주요 증인들은 하나 같이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정씨의 행적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 가토 전 지국장의 글은 '허위사실'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피해자' 정윤회씨는 지난 1월 19일 2차 공판에 나와, 자신은 2014년 4월 16일 한학자 이상목씨의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씨, 그의 동료 원아무개씨와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지난 9일 3차 공판 때 증인으로 출석한 나머지 두 사람 진술의 핵심 또한 정씨와 같았다. 세 사람의 진술대로라면 지난해 4월 16일 정씨는 오전 10시쯤 집을 나서 11시쯤 평창동에 도착했고, 2시~2시 30분경 귀가한 뒤 오후 6시쯤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세 사람의 진술에는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 몇 가지 '디테일'은 재판부에 '정윤회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정말 이씨의 집에 있었을까'란 의심을 심어줄 수 있다.

[엇갈린 디테일①] 그들은 '4월 16일 점심'을 어떻게 기억할까?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지난 1월 19일 오후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증인 출석하는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지난 1월 19일 오후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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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증언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2014년 4월 16일의 점심이다. 정윤회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조사 당시, 4월 16일 집에만 있다가 오후 6시쯤 강남구 신사동에서 친구들을 만났다고 했다.

이후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서 그날 오후 2시 20분경 종로구 평창동에서 전화를 건 기록을 찾아냈다. 정씨는 이상목씨 자택에서 식사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상목씨 법정 진술의 큰 틀은 정씨와 일치했다.

다만 그가 '4월 16일 점심을 기억하는 이유'는 어딘가 석연찮았다. 검찰 조사에서 "원아무개씨가 정씨의 방문을 메모해뒀다"고 설명했던 이씨는 법정에선 "세월호 사고가 큰 사건이라서 (그날 일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씨는 "정윤회씨가 온다고 메모해둔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상목씨가 조금 전에 증인이 '메모'를 한다고 증언했는데, 달력에 정윤회씨가 오는 것을 표시한 적 없냐"는 질문을 추가로 던졌다. 그제야 원씨는 "아, 이제 들으니까 기억난다, 동그라미를 쳐놨다"며 "세월호 사고가 나서 기억하는 의미가 있고, (이날) 정윤회씨가 식사를 하러 왔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미묘한 엇박자였다.

[엇갈린 디테일②]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뉴스를 접한 경로는?

식사 자리를 둘러싼 세 사람의 기억도 약간씩 차이 났다. 당시 식탁 옆에는 텔레비전이 한 대 있었다. 정윤회씨와 이상목씨는 4월 16일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점심식사 때 세월호 얘기는 하지 않았다"던 정씨와 달리 이씨는 "밥을 먹으러 갔더니 원씨가 밥상에서 '아까는 (세월호 승객들을) 다 구했다더니 사람들이 많이 빠졌다더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원씨는 유일하게 "식사를 하며 텔레비전으로 세월호 뉴스를 봤다"고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9일 그는 검찰 조사 때 진술한 내용을 번복했다. 원씨는 "그날 사고가 심각해서 점심 전까지는 텔레비전을 계속 봤지만, 식사 때는 손님이 오시고 해서 텔레비전을 끄고 총재님(이상목씨)께 (사고 관련 뉴스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검찰 조사 때는 좀 헷갈렸던 것 같다, (계속 방송을 봤다는 진술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엇갈린 디테일③] 같은 시각, 장소에 있던 사람들의 다른 기억

어긋나는 이야기들은 더 있었다. 정윤회씨는 "이상목씨는 저를 1998년에 봤다는데 저는 기억이 없다, 2013년 12월 지인에게 소개받았고 이듬해 3월쯤 '점심이나 먹고 얘기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9일 비슷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검찰에서 "10년 전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로부터 정씨를 소개받아 한 달에 한두 번 식사했다"고 얘기한 것과 법정 진술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엇갈린 디테일'들은 세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에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은 이 수수께끼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실패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가 4월 16일 만났다는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 내용이 허위'라는 공소사실이 흔들리게 된다. 유죄를 확신하지 못하는 재판부 앞에는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대원칙이 놓여있을 뿐이다.

여전히 남은 디테일들... 가토 전 지국장에겐 어떤 의미가 될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이 9일 오후 자신의 속행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중앙지법 들어서는 가토 다쓰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이 9일 오후 자신의 속행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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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 사람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디테일'이 아직 남아있다. 이상목씨의 자택으로부터 1.8km쯤 위치한 곳에서 잡힌 2014년 4월 16일 오후 2시 20분경 정윤회씨의 발신 기록이다. 검찰은 이 기록이 정윤회씨가 청와대에 가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신호가 잡힌 곳은 세종로 1번지, 청와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이지만, 검찰의 주장을 뒤집을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토 전 지국장 쪽은 반격을 위해 정윤회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상대방의 정보까지 담긴 통화내역 조회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것과 청와대 관계자 증인 채택 여부 등을 고민 중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숨겨진 디테일에서 악마가 아닌 다른 것을 찾을 수 있을까. 그의 4차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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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박근혜, #정윤회, #산케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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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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