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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사자방(4대강 사업·해외자원개발·방위산업)'이라 불리는 이명박 정부 실정들이었다. 그 중에 자원외교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열기로 합의해 지난해 연말부터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25일까지 가장 논란이 되었던 석유공사, 광물 자원공사, 석탄공사 등 3개 공사와 한국전력,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기관보고를 마치면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과 달리 여론의 주목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의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조수진 변호사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5일 공덕역 근처 조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조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국정조사 반환점... 여론 주목도 떨어진 이유?

조수진 변호사
 조수진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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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가 끝났는데요. 어떤 쟁점들이 있었나요.
"'하베스트' 자회사인 '날'이란 회사를 석유공사에서 샀다가 손해를 보고 팔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쟁점이 됐고, 특히 최경환 장관(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그 부실성을 알고도 ('날'을) 사들이도록 어느 정도 관여를 했는지와 그 윗선인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개입을 했는지가 쟁점이었죠.

가장 문제가 이명박 정부 때 '자주 개발률'이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이것을 몇%까지 올려라, 그렇지 않으면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식으로 밀어 붙였기 때문에, 자주 개발률을 높이려고 공사에서 해외의 부실한 자원 관련 회사들을 사들였잖아요. 그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안 됐고, 메를린치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회사들이 외국 회사들을 감사하면서 부실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총체적으로 불거졌어요.

자주 개발률이 무엇이며 왜 그것을 공사 경영평가에 반영을 하려고 했는지도 쟁점이 됐고, 마지막으로 메를린치나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씨가 내부정보를 사용해서 주가에서 이익을 많이 봤다는 내용이 쟁점이 됐어요."

- 이명박 정부 측은 자원외교는 지금 당장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던데.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하시는 거 같아요. 당연히 자원외교는 당장 성과가 나는 게 아니죠. 자원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보고 하는 것인데, 문제는 투자를 제대로 해야 성과가 나죠. 하지만 투자를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 했다는 건 이미 밝혀진 것이고, 앞으로 성과가 날 가능성이 적으니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죠. 그 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알면서도 딴청을 부리시는 것 같고, 명백한 쟁점 흐리기라고 생각합니다."

- 이전 정부와 비교해 볼 수 있을까요?
"이전 정부에서도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당연히 있었고, 그건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다 합니다. 이전 정부는 탐사에 굉장히 신경을 썼어요. 광물이 나오는 곳인지 확인하는 데 주로 예산을 썼고 이렇게까지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어요. 이명박 정부는 말씀 드린 대로 자주 개발률 수치를 높이기 위해 공기업 사장들이 목이 달아나지 않으려고 외국에 광산 가진 회사를 막 사들인 거죠.

공사 사장들은 연봉이 달려 있잖아요. 경영평가를 해서 연말이든 연초든 연봉 협상을 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석유공사 사장 같은 경우에는 하베스트 날 인수 건을 성사시킨 다음에 성과급을 수천만 원 받아갔어요. 만약 다른 공사에 비해 성과가 안 나면 사장 교체를 하지 않겠어요? 본인 입장에선 그런 식의 압박을 받고 협조를 했다고 볼 수 있겠죠."

-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번 국정조사에서 무능 부분은 많이 밝혀졌는데 부패 부분은 많이 밝히지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 청문회가 남았고 현지시찰을 갈 것이기 때문에 부패부분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씻어주시길 바라고 있죠.

또 하나가 공기업 시스템의 문제점, 예를 들어 공기업 사장이 낙하산처럼 대통령 측근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자신이 공기업 사업을 잘 해야겠단 사명 같은 것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사업을 펼친다든지 아니면 공기업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든지...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은 지금도 들여다보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국정조사 마무리 단계 정도 되면 관련 법안 개정안이나 얘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지난해 12월 29일 시작되어 2달이 지났지만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지는데, 무엇이 원인이라고 보세요?
"저도 의아합니다. 국정조사 전에 몇몇 언론에서 웬만한 의혹은 이미 제기해서 주목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만약 이번 국정조사에서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면 주목도가 높았겠죠. 그러나 여당은 당연하고 야당의원들이 그런 의혹을 파헤칠 정도로 국정조사를 잘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론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김제남 의원 빠진 해외 현지시찰, 걱정스럽다"

'MB자원외교 사기의혹 및 혈세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 소속 회원이 2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실려있는 자원외교를 규탄하며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피하지 말고 면담에 응하라" 'MB자원외교 사기의혹 및 혈세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 소속 회원이 2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실려있는 자원외교를 규탄하며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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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현지조사와 청문회 등이 남아 있는데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현지조사 계획을 보니까 두 팀으로 나눠서 한 팀은 남미 쪽을 가고 또 한 팀은 이라크, 남아공, 호주를 열흘 정도씩 간대요. 이번 현지시찰의 첫 번째 문제점은 자원개발 국조특위 전체 의원이 못 간다는 건데요. 이건 예산 때문이래요. 그러다보니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배제됐어요. 그런데 이 건을 거의 주도해오다시피한 의원이 김 의원이거든요. 정의당을 배제하고 양당만 간다는 거예요. 공을 제일 잘 차는 선수를 빼고 가는 거예요.

또 하나가 일정상 열흘 동안 이라크, 남아공, 호주를 돌면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이동하느라 시간 다 씁니다. 제대로 보고 올지 의문이고, 준비를 많이 해서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청문회의 경우엔 여는 것 자체에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힘을 많이 주셔야할 것 같아요."

- 가장 큰 쟁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청문회로 불러낼 수 있을 것인가 인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불러내야 하는데,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여당은 '청문회 하지 말자'는 입장이고 지금 상태로 봐서는 이 대통령 본인도 나올 의사가 없거든요."

- 이 전 대통령이 안 나오면 청문회 의미가 없나요?
"아니죠, 안 되면 최경환 장관이라도 해야죠. 국정조사가 마지막 결실을 따기 위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려서 벌 받을 사람은 받고 고칠 시스템이 있다면 고쳐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봤을 때, 잘못이 있다고 여겨지는 최고결정권자였던 최 장관, 그리고 청와대에서 이 정책에 관여했던 실무라인은 청문회에 나와야죠."

- 최 장관은 기관보고 때 불렀는데 청문회에서 다시 부를 필요가 있나요?
"그땐 보고하러 나온 거고 청문회에서는 서로 대질을 해야 해요, 왜냐면 서로 말이 다 달라요. 보고 받은 적이 없다거나 자기는 몰랐대요. 기관보고는 기관별로 쪼개서 들었잖아요. 한 번에 다 불러서 청문회를 해서 종합해야죠."

- 한승수 전 총리의 입도 주목해야 한다던데.
"맞아요. 대통령과 가장 가깝게 있었고 '자원통'으로 불리고 했었으니까 청문회에 불러서 들어볼 필요가 있겠죠. 최경환, 박영준, 한승수, 이상득, 이명박 등의 관련자들이 모두 청문회에 나와서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하게 답을 해야 하죠. 국회상황이 청문회를 열어 이 전 대통령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 만약 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다른 대안이 있나요?
"정의당, 참여연대, 민변 등에서 3공사(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전·현직 사장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했어요. 검찰에서 관련자들 계좌만 압수수색을 해도 왜 이렇게 부실한 자원 외교를 펼쳤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밝혀질 것으로 보여요. 근데 안 하니 문제거든요. 검찰 수사가 전혀 진행 안 되고 있어요. 때문에 청문회가 안 되더라도 수사는 명명백백히 이뤄져야겠죠."

- 'MB 자원외교 사기의혹 및 혈세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이진모)이 결성됐는데요.
"저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진실을 요구 합니다'라는 캠페인을 하기 위한 시민 모임을 만들어서 '이진모'이라고 부르는데, 여기 민변의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공무원 노동조합,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나라살림연구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그리고 최근에 한전 소속인 발전노조도 들어왔어요. 

이건 정치권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고 국민들이 감시감독 활동을 하고 4대강처럼 계속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결성하게 됐고, 지금도 서명운동을 해요. 국민 배포용으로 핸드북을 제작하는 중입니다. 이 전 대통령 집 앞에도 갔었어요. 또 2차로 여러 가지 캠페인을 벌일 계획도 갖고 있어요. 이 건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시민들께서 문제의식은 많은데 답답해 하세요. 그래서 여러 언론기관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어요. 국정조사가 끝나도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활동할 계획입니다."

- 앞으로 계획 궁금해요.
"국정조사가 절반밖에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머지 기간도 감시감독 활동을 하면서 특히 이 전 대통령 청문회 출석을 계속 요구할 것이고 추가 고발할 사람이 있는지 보고 있어요. 있다면 고발할 거고 자원외교에 대한 그동안 모은 자료를 백서로 내려고 집필 작업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수진, #자원외교 국정조사, #최경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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