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서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한국인 야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나선 시범경기에서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첫 인상을 남겼다.

강정호는 4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6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토론토에서는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애런 산체스를 선발로 등판시켜 선발 로테이션 합류 가능성을 점검했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 강정호

피츠버그는 1회 초부터 선두타자 제프 데커의 타구가 투수 직선타로 처리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2번 타자 션 로드리게스는 포수와 투수 사이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2014년까지 피츠버그에 있었던 토론토의 포수 러셀 마틴이 감각적인 수비로 막아냈다.

피츠버그는 3번 타자 그레고리오 폴랑코가 팀의 첫 안타를 기록하며 삼자범퇴를 막았다. 뒤이어 4번 타자로 출전한 스탈링 마르테는 토론토 3루수의 수비 실책으로 행운의 출루에 성공했다. 피츠버그는 5번 타자 페드로 알바레스의 3점 홈런으로 강정호가 1회부터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줬다(3-0).

1회부터 첫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초구 스윙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서 내야 파울을 기록했다. 2구 몸 쪽 커브를 골라낸 강정호는 3구 낮은 유인구에 배트를 댔고, 아쉽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1회 첫 타석부터 강정호는 적극적인 타격에 나서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정호는 유격수로 나온 1회 말 수비에서 토론토의 2번타자 러셀 마틴의 타구를 큰 이동 없이 안정적으로 처리해 메이저리그 첫 수비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피츠버그는 1회말 수비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다.

피츠버그는 2회 초 공격에서 호세 타바타의 2루수 땅볼, 데이빈손 로메로의 볼넷, 토니 산체스의 안타, 데커의 2타점 2루타로 점수를 더 벌렸다(5-0). 토론토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애런 산체스는 1.1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2자책)으로 토론토 코칭 스태프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코리 번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로드리게스는 바뀐 투수 번스를 상대로 범타로 물러났고, 폴랑코 역시 연속 범타로 물러나며 공격을 마쳤다.

2회 말 강정호가 4번 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이 1루에 출루한 상태에서 5번 타자 조시 도날드슨의 타구를 잡아 신속하게 6-4-3 병살로 연결시켰다. 6번 타자 저스틴 스모크의 타구 역시 큰 무리 없이 잡아 1루로 송구했다. 2회 말의 아웃 카운트 3개는 모두 강정호가 처리한 셈이었다.

3회 초에 피츠버그는 4번 타자 마르테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5번 타자 알바레스도 1루 땅볼로 물러났다. 강정호는 2번째 타석에서도 2아웃 상황에서 등장했다. 강정호는 토론토의 3번째 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를 상대로 2구째 한가운데로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밀어치기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을 만들어냈다(6-0).

토론토는 3회 말에 8번 타자 케빈 필라의 2점 홈런으로 추격에 나섰다(6-2). 이어서 9번 타자 달튼 폼페이가 안타와 도루로 피츠버그의 배터리를 흔들었다. 토론토는 1번 타자 호세 레이예스도 볼넷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서 2번 타자 마틴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발이 빠른 폼페이와 레이예스가 동시에 태그 업을 시도하여 1사 2, 3루를 만들었다.

토론토는 바티스타의 땅볼 때 주자들이 3루 주자 폼페이가 홈을 밟으며 1점을 더 만회했다(6-3). 이어서 피츠버그 포수 토니 산체스가 공을 놓치며 레이예스가 3루까지 진루했다. 그러나 엔카나시온이 타석에서는 끈질긴 승부 끝에 삼진을 당하며 더 이상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진 못했다. 피츠버그는 바로 이어진 4회초 공격 1사 상황에서 데커가 다시 우전 안타를 기록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지만 후속 타자들의 범타로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다.

피츠버그는 5회 초 1사 상황에서 마르테의 안타와 알바레스의 깊숙한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7-3). 강정호는 1사 2루 득점권 상황에서 3번째 타석에 섰다. 강정호는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며 풀 카운트 승부를 펼쳐 볼넷을 얻어 냈다. 그러나 후속 타자들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토론토는 5회 말 마틴과 바티스타의 연속 안타로 이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엔카나시온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7-4). 토론토는 마틴과 바티스타가 연속 안타를 기록할 때마다 대주자로 교체시키며 중심 타자들을 일찍 쉬게 했다. 뒤이어 토론토는 후속 타자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대타 크리스 콜라벨로가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피츠버그는 6회 초 엘리아드 디아즈의 1점 홈런으로 다시 한 점을 달아났다(8-4). 경기가 중반으로 접어들자 피츠버그와 토론토는 많은 선수들을 교체하며 다른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강정호 역시 6회 말부터 대수비 페드로 플로리먼으로 교체되며 이날의 역할을 마쳤다. 강정호가 교체된 뒤 경기는 피츠버그가 8-7로 승리했다.

해적선 승선해서 순항 중인 강정호, 주전 붙박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선수들의 처지에 따라 조금씩 목적이 다르다. 사실상 주전 자리가 확정된 선수들은 시범경기 성적에 관계없이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추어 컨디션을 끌어 올린다 생각하고 큰 부담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인이나 마이너리그 유망주 그리고 베테랑 초청선수들에게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기 위한 생존 경쟁의 장이다.

이러한 경기에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두 타석 만에 대형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을 출전시킨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정호는 스윙을 할 때 한 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놓는 하이킥 타격 자세 등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 논란 역시 홈런으로 잠재울 수 있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였던 조디 머서와 2루수 닐 워커 등 기존 내야수들 사이에서 내야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공수 양면에서 이들에게 뒤지지 않음을 직접 실력으로 증명했다.

선발 출전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후반에 교체되면서 코칭 스태프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고, 경기 후반까지 굳이 더 검증할 필요가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앞으로 주어진 기회에서 강정호가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자리는 무난하게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는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화끈한 타격을 선보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비록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라인업이었기 때문에 감각 조율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의 색깔이 짙었지만 이러한 선의의 경쟁은 향후 정규 시즌을 위해서도 다른 선수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는 2013년에 2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이래 2014년까지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올 시즌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강정호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그 목표를 위해 큰 공헌을 할 수 있을지 첫 경기부터 한국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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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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