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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혼혈인 편견 많아 슬퍼... 복지시스템 강화해야"

"서른 살 때 백인처럼 보이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내가 왜 그런 것을 했는지 지금은 후회한다. 한국은 아직도 혼혈인에 대해 편견이 많다는 걸 안다. (나를) 슬프게 한다. 한국에선 더 하얗게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이러니하다. 혼혈인처럼 보이고 싶다는 게 아닌가?"

세 살 때인 1961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지금은 생모를 찾고 있는 김 캣티 크라운(58)씨는 한국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이렇게 지적했다.

김 캣티 크라운씨는 생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나섰지만, 과거 제도 미비 등으로 행정기관에서도 생모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57년 태어난 그녀는 1959년 11월 미 육군 병장에 의해 서울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관련기사: 55년 전 인천 부평동에 살던 김장수씨를 찾습니다)

김 캣티 크라운씨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타국으로 입양된 후 성장과정에서 겪은 아픔,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백인 양부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상당히 혼란한 시기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부모와 생김새가 달라, 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개인적인 질문들을 했고, 난 그게 싫었다. 주위엔 백인만 있어, 아시아인처럼 보이는 게 싫었다. 대학 땐 남자친구 부모님이 우리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내가 유대인이 아니고, 부자가 아니고, 아시아인이라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 '칭크(Chink: 서양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표현)'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했다. 서른 살 때 백인처럼 보이려고 쌍꺼풀 수술을 했던 것이 지금은 후회가 된다."

"어렸을 때 '칭크', '국', '팬케이크', '째진 눈' 등으로 놀림을 받았다. 부모님은 내가 주위에서 놀림을 받았을 때 짓궂은 장난이니 그냥 넘기라고 날 위로했다. 하지만 난 반에서 거의 유일한 아시아인이고, 유일한 입양아였다."

온갖 편견 속에서 아웃사이더로 성장한 그녀는 한국사회의 편견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한국사회가 미국사회보다도 혼혈인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 같은 입양인을 더욱 슬프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직 혼혈인에 대해 편견이 많다는 걸 안다. 그건 나 같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특히 혼혈아로 태어나 한국에서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더욱 슬프다. 일부 한국 사람이 하얗게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이러니하다. 혼혈인처럼 보이고 싶다는 게 아닌가? 입양되는 한국인의 유전자(DNA) 조사를 보면, 한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인종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순수 한국인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편견과 배타적인 사고가 실체적 과학으로 대체되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생모를 찾고 싶은 심정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입양되고 얼마 후에 작성된 홈 스터디 기록을 보면, 양어머니 곁을 떠나려하지 않았고, 낮잠도 엄마 옆에서 앉아서 잤다. 밤에 자주 깨 울었다. 양어머니가 나를 입양한 첫 달에 몸무게가 10파운드 빠졌다. 아마도 내가 어머니를 무지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다른 인종의 아이를 입양한 엄마로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엄마에게 집착했다. 지금도 (생모와 헤어진) 상처가 있고, 여전히 눈물을 흘린다. 다른 사람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얼마 전까지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가진 한국이 혼혈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시스템을 강화해야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은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 협약'이 발표된 1995년까지 해외 입양 건수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고아 수출국'이었다. 2007년 해외 입양 현황을 봐도 933명으로 중국, 과테말라, 러시아 등에 이어 5위로 불명예가 지속되고 있다.

"엄마가 나를 사랑했는지 알고 싶다. 어떻게 아이를 포기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고 싶다. 예전에 한국은 무척이나 가난했고, 여성이 살기 힘든 조건이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계속해서 보낸 건 잘못된 것이다. 전쟁 직후의 가난은 이해하나, 한국은 지금 그렇지 않다. 한국은 노인·장애인·싱글맘·다문화가정 등,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해야한다.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학교나 직장에서 왕따를 하지 못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입양, #김 캣티 크라운,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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