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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국(國)은 네모 모양(口) 해자, 그 아래 한 일(一), 창(戈), 그리고 외곽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 國 나라 국(國)은 네모 모양(口) 해자, 그 아래 한 일(一), 창(戈), 그리고 외곽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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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하나의 나라일까, 아니면 중국의 스물세 번째 성(省)일까? 정답은 후자이다. 이는 199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며 우리 정부가 인정하고 수용한 사실이다. 세계 어떤 나라도 중국, 대만과 동시에 국교를 맺고 있는 나라는 없다.

중국과 수교를 맺는 모든 나라는 대만과 국교를 단절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구상에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 정부간 교류에서조차도 대만을 국가로 칭해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아직 대만을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는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엄중한 외교 현실이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말로 대만, 홍콩, 마카오를 아우르며 하나의 중국 기조를 이어간다. 홍콩은 1997년 귀환 후 50년인 2047년까지, 마카오는 1999년의 50년 후인 2049년까지 독립된 국가처럼 국기를 사용하고 독자적으로 올림픽, 월드컵 예선 등의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그 이후는 모두 중국으로 귀속시켜 하나의 중국을 이룩하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복안이다.

나라 국(國, guó)은 원래 혹(或)이 본자로, 천자가 제후에게 지급한 지역을 의미했다. 네모난 모양(口)은 제후가 사는 성이나 그 주변의 해자(垓字), 그 아래 한 일(一)처럼 보이는 것은 창(戈)을 줄 세워 표시한 경계나 강역을 의미한다. 그런데 혹(或)이 '혹시'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자, 혹(或) 둘레에 외성을 나타내는 테두리를 씌워 지금의 국(國)이 된 것이다.

베이징의 정중앙에 위치한 자금성(紫禁城)은 왠지 나라 국(國)자를 떠올리게 한다. 자금성을 영문으로 '금지된 도시(Forbidden City)'라고 하는데 왜일까? 자금성에 가 본 사람이면 누구나 10m에 이르는 높은 성벽과 그것도 모자라 성벽을 둘러싼 넓은 인공 해자에 놀란다.

그 뿐만 아니라 톈안먼 입구 황제만이 다니던 어로교(御路橋)에는 창, 칼 등을 도안해 일반인의 접근을 경고하고 있고, 자금성을 둘러싼 수많은 성곽들이 군주를 겹겹이 보호하게 도시 설계가 되어 있다.

군주가 국가의 주체인 국민을 멀리 하고, 국민을 밀어내듯 너무 높고 두터운 담을 쌓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라 국(國)의 외곽 테두리가 영토를 표시하는 의미를 넘어서 오로지 권력자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벽으로 존재한다면 그 성벽은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또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裏出政權)"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국가는 창(戈)으로 대표되는 군사력을 독점하며, 보호해야 할 국민을 향해 가혹한 폭력을 자행한, 국가가 괴물로 변한 다수의 사례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가에 의한 무력의 독점을 견제하고, 그 적절한 사용을 감시할 책임도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우리는 지금 나라 국(國)이 만들어질 당시의 군주국이 아닌, 국민이 주인인, '국(國)=민(民)'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태그:#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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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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