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011-2012 시즌 이후 3년 만에 봄배구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 빅스톰은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 점보스를 세트스코어 3-1(25-14,25-20,22-25,25-22)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전력은 잔여 4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봄배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한국전력이 1년 만에 돌풍을 일으키며 강호로 떠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국가대표 에이스 전광인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리틀 신진식'

전광인은 성균관대 시절부터 심경섭(OK저축은행), 서재덕과 삼각편대를 이루며 성균관대를 대학리그 최고의 자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를 눈 여겨 본 대표팀의 박기원 감독은 2011년 월드리그에서 전광인을 성인대표팀에 발탁했다.

전광인은 당시 경기대 졸업반이었던 최홍석(우리카드)과 함께 '대학생 레프트 듀오'로 활약하며 인상적인 성인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전광인의 맹활약 덕분에 2011 월드리그에서 강호 쿠바와 프랑스를 연파할 수 있었다.

전광인은 고무공 같은 탄력과 빠른 스피드, 그리고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겸비한 '만능 재주꾼'이었다. 사람들은 전광인을 두고 '갈색폭격기' 신진식의 뒤를 이을 한국 배구의 대들보가 될 것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광인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대학시절 좌우쌍포로 활약했던 서재덕과 재회한 전광인은 한국전력을 강호로 만들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3-2014 시즌 한국전력에는 외국인 선수라는 커다란 악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야심차게 영입한 밀로스 쿨라피치는 내측 대퇴부 근육 파열 부상으로 조기퇴출됐고 한 때 세계적인 선수로 군림하던 레안드로 비소토는 부상에서 회복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기대한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 속에 한국전력은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전광인의 활약만큼은 '군계일학'이었다. 전광인은 2013-2014 시즌 득점5위(616점), 공격성공률 3위(55.6%), 서브5위(세트당 0.23개), 후위공격 2위(57.5%)에 오르며 최하위로 추락한 한국전력을 이끌었다. 전광인은 OK저축은행의 경기대 3인방과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13-2014 시즌 신인왕에 등극했다.

입단 2년 만에 한국전력을 봄배구로 이끈 '소년가장'

전광인은 시즌이 끝난 후에도 제대로 휴식을 갖지 못하고 대표팀 경기를 소화했다. 그 사이 전광인의 대표팀 내 비중은 더욱 커졌고 월드리그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다. 부상을 치료하고 체력을 회복해야 할 기간에 오히려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전광인의 2년 차 징크스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대표 에이스를 보유한 한국전력이 여전히 하위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그리스 국가대표 출신의 거포 미타르 쥬리치가 합류하면서 전광인의 공격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줬다. 공격은 쥬리치가, 수비는 서재덕이 부담을 덜어주면서 전광인은 더욱 효율적으로 코트를 누빌 수 있었다.

실제로 전광인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득점(15.9점)이 약 5점 정도 줄었지만 오히려 공격 성공률은 지난 시즌에 비해 2% 정도 상승했다. 실제로 전광인은 이번 시즌 레오(삼성화재)를 제치고 공격성공률 부문 1위(57.3%)를 달리고 있다.

전광인은 공격에 전념하기 위해 서브리시브 참여를 최소화한다. 리시브 성공률 역시 42.6%로 썩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경기 중 수비가담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전광인은 이번 시즌 세트당 1.86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리그 10위에 올라 있다.

지난 2011-2012 시즌 한국전력은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전 선수 절반이 영구제명을 당하고 말았다. 반쪽 짜리 전력으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선 한국전력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짧은 봄배구 나들이를 끝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한국전력은 정규 시즌 마감을 보름 이상 남겨둔 시점에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입단 2년 만에 팀을 강호로 만든 '머털도사' 전광인이 버틴 2015년의 한국전력은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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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한국전력 빅스톰 전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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