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클럽 축구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력 면이나 서포터스의 규모에서 양국의 '축구 수도'가 맞붙었다고 말하는 게 적절하다. 유니폼 상징 색깔로도 수원의 파랑색과 우라와의 붉은색이 대조를 이뤘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그룹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맞대결이 수원 빅 버드에서 열렸다. 수원은 전반 종료 직전에 선취골을 내줬지만 후반전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멋진 2-1 역전승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먼저 뒤통수 맞은 수원

수원 삼성 정대세 25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 수원 삼성과 일본 우라와 레즈의 경기에서 수원 삼성 정대세(오른쪽)가 역전골을 넣은 동료 레오를 축하하는 모습. 정대세의 유니폼 왼쪽 위에는 태극기가 들어 있다. 수원 2대1 승.

▲ 수원 삼성 정대세 25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 수원 삼성과 일본 우라와 레즈의 경기에서 수원 삼성 정대세(오른쪽)가 역전골을 넣은 동료 레오를 축하하는 모습. 정대세의 유니폼 왼쪽 위에는 태극기가 들어 있다. 수원 2대1 승. ⓒ 연합뉴스


경기 초반에는 수원 골잡이 정대세가 가장 눈에 띄었다. 우라와 레즈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리 타다나리(이출성)와의 자이니치(재일 조선인) 맞대결이 후반전 중반 이후에야 이루어져서 약간 아쉬움을 남겼지만, 정대세의 득점 의지는 어느 누구보다 강했다.

경기 시작 후 4분 만에 염기훈-서정진으로 이어진 공격 패스가 정대세를 빛냈다. 서정진의 로빙 패스를 향해 몸을 날린 정대세는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정대세의 헤더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갔으나, 우라와 레즈 문지기 니시카와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이 선취골 기회를 아쉽게 놓친 정대세는 18분에도 왼발 돌려차기를, 21분에도 염기훈의 띄워주기를 받아 또 한 차례의 헤더 슛을 시도하는 등 우라와 레즈 수비수들을 계속 괴롭혔다.

염기훈의 왼발도 빛났다. 28분에 산토스가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자신의 자랑 왼발 감아차기로 우라와 레즈 골문 왼쪽 톱 코너를 노렸다. 하지만 여기서도 니시카와의 선방이 돋보였다.

이렇게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나는 것 같았지만 수원은 역습을 내주며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우라와 레즈의 역습이 이어질 때, 미드필더 카시와기의 왼발 패스를 받은 수비수 모리와키 료타가 수원 수비수 양상민을 가볍게 따돌리고 왼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꽂아 넣은 것이다.

후반전 대역전 드라마

전반전에 방문 팀 우라와 레즈의 스리 백 시스템을 제대로 허물지 못한 수원 선수들은, 후반전에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왼쪽에 홍철과 오른쪽에 오범석이 뛰고 있기에 충분히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어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귀중한 동점골을 비교적 이른 시간에 뽑아냈다. 56분, 정대세의 패스를 받은 오른쪽 풀백 오범석이 오른발로 띄워준 공이 우라와 레즈 수비수 몸을 스치며 방향이 살짝 바뀌어 그대로 골문 안에 떨어졌다. 전반전 슈퍼 세이브를 두 차례나 보여주었던 문지기 니시카와가 역동작에 걸려 그 공을 쳐내지 못했다.

동점골을 내준 우라와 레즈의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은 62분에 리 타다나리(이충성)와 스즈키 케이타를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서정원 감독도 곧바로 산토스 대신 레오를 들여보내며 역전 결승골을 주문했다.

이 선수 교체는 결국 멋진 역전 결승골로 들어맞았다. 87분, 염기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올린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가 생겼다. 반대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교체 선수 레오가 선취골의 주인공 모리와키 료타를 따돌리며 재치 있는 헤더 골을 터뜨렸다. 서정원 감독의 선택이 환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리그 여섯 경기 결과로 16강 진출 팀을 가려야 하는 규정을 고려하여 수원으로서는 추가골이 하나쯤 더 필요했다. 거짓말처럼 또 한 명의 교체 선수 이상호가 후반전 추가 시간에 빈 골문을 향해 회심의 왼발 슛을 시도했다.

우라와 레즈 문지기 니시카와의 결정적 실수가 있었기에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호의 발끝을 떠나 굴러간 공은 골문 오른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나왔다. 수원 팬들로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역전 드라마에 만족하며 웃었다.

한편, 이보다 앞서 호주 퀸즈랜드에서 벌어진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베이징 궈안(중국)의 맞대결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자책골을 이끌어낸 방문 팀 베이징 궈안이 1-0으로 이겼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맹활약을 펼친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베이징 공격을 이끌었지만 골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수원 블루윙즈는 3월 4일 오후 8시 30분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에 들어가 베이징 궈안과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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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G그룹 결과(25일 오후 7시 30분,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1 우라와 레즈 [득점 : 오범석(56분,도움-정대세), 레오(87분,도움-염기훈) / 모리와키 료타(45+1분,도움-카시와기)]

◎ 수원 선수들
FW : 정대세
AMF : 염기훈, 산토스(63분↔레오), 서정진(81분↔이상호)
DMF : 권창훈, 김은선
DF : 홍철, 양상민, 조성진, 오범석
GK : 노동건

★ 브리즈번 로어(호주) 0-1 베이징 궈안(중국) [득점 : 칼루제로비치(90+2분,자책골)]

◇ G그룹 현재 순위
수원 블루윙즈(한국) 3점 1승 2득점 1실점 +1
베이징 궈안(중국) 3점 1승 1득점 0실점 +1
우라와 레즈(일본) 0점 1패 1득점 2실점 -1
브리즈번 로어(호주) 0점 1패 0득점 1실점 -1
축구 수원 블루윙즈 K리그 클래식 우라와 레즈 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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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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