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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26분 43초경, 세월호 선내에는 "해경 구조정이 앞으로 10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사무부 승무원 강혜성씨가 한 방송이었다.

그의 방송은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1등 항해사, 김영호 2등 항해사가 1심(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에서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방송이 나오기 직전인 9시 25분 29초쯤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세월호에 '10분 후 경비정이 도착한다'고 알려줬다는 교신 녹취록 내용에 주목했다.

또 증인으로 나온 강씨가 첫 법정 진술 때와 달리 사고 당일 9시쯤부터 20분 정도 조타실과 무전기로 연락이 됐다며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을 볼 때 이준석 선장이 퇴선명령을 했고 김영호 항해사가 그 지시를 무전으로 양대홍 사무장에게 전했다는 그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퇴선방송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정황은 이들이 일부러 승객들이 죽도록 놔뒀다는 검찰 쪽 주장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 법원은 왜 세월호 선원들의 '살인죄'를 인정 안 했나).

'퇴선명령' 여부 진실은?... 검찰, 무전기업체 직원까지 불러

24일 광주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서경환)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들의 항소심 2차 공판에선 1심 판결의 '퇴선명령'부분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들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날 자신들이 신청한 무전기판매업체 직원 강아무개씨를 증인 신문했다. 무전을 쳤지만 양 사무장의 답이 없었다는 김영호 항해사의 진술이 거짓임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강씨는 무전으로 말을 할 때 상대방이 동시에 송신버튼을 누르고 있다면 들을 수 없는데, 램프에 초록불이나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대방의 답이 없다면 알람소리로 호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무전 소리 자체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교신 소리가 지지직거리지 않고 휴대전화 통화음처럼 잘 들리며 반경 20미터 안에선 확인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강씨는 두 사람이 똑같이 송신버튼을 누른다해도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며 한쪽이 버튼에서 손을 떼면 약 2000분의 1초 만에 상대방에게 메시지가 전해진다고도 했다. 또 대개 무전기로 교신할 때는 상대방의 수신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다만 '답변이 없다=상대방이 못 들었다'는 식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두 번째 전략은 박경남 조타수의 진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박 조타수는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줄곧 '조타실에서 승객 탈출이나 퇴선 관련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검찰은 2014년 4월 23일과 24일 그를 직접 조사한 김아무개 해경 수사관을 증인으로 불러 박 조타수의 진술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 수사관은 "박 조타수가 구명벌을 터뜨리러 조타실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퇴선명령도 방송도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엇갈리는 선원들의 진술... 누구를 믿어야 하나).

퇴선명령 여부를 두고 여러 차례 바뀐 이준석 선장의 진술 역시 주요 쟁점이었다. 지난해 4월 22일과 23일 이준석 선장을 직접 조사한 이아무개 해경 수사관은 이날 증인으로 나와 "이 선장이 '박한결 항해사가 갑판으로 못 나가서 대기하는데 해경이 나오라고 해서 퇴선명령을 못하게 됐다'더라"고 말했다. 또 '이준석 선장의 퇴선명령 진술이 구체적이고 솔직해서 박한결 항해사와 대질신문 때는 묻지 않은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항해사 "양 사무장, 처음엔 응답... 퇴선 지시 때만 답 없어"

반면 변호인들은 무전 교신이나 선원들의 당시 상황을 여러모로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영호 항해사의 변호인은 선원들이 사용한 무전기에는 가죽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음량 설정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선장의 변호인은 "법정은 조용하지만, 당시 시끄럽고 다들 정신없으면 소리가 안 들리지 않겠냐"고 했다. 당사자인 김 항해사도 "3차례 무전기를 사용했는데, 사고 초기 양 사무장에게 '대기하라'고 교신할 때는 답변이 왔다"며 "마지막 퇴선 지시할 때는 (양 사무장이) 아무 말 없어서 '승객들 탈출시키세요'란 말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박경남 조타수의 진술도 그가 중간에 조타실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선장 변호인은 "박 조타수가 퇴선명령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지 실제로 있었는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항해사의 변호인은 "박 조타수가 계속 조타실에 있진 않았다"며 "본인이 조타실에 있는 동안 퇴선명령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선장의 변호인은 또 이 선장이 '퇴선명령을 하려고 했는데 못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해경 수사관이 작성한 조서의 신빙성을 의심스러워했다.

선원들의 살인죄 성립 여부가 항소심의 최대 쟁점인 만큼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이 문제를 따져보기로 했다. 3월 10일 오후 2시에 열리는 3차 공판에는 선원들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던 필리핀인 가수 알렉스(☞ 1심 법정증언 바로가기)와 생존승객 2명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퇴선명령과 관련해 조타실 선원들의 피고인 신문도 함께 진행한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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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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