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마이클 부블레

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마이클 부블레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지루했다. 아카펠라 그룹 Naturally 7(내추럴리 7)이 30분가량 공연을 마치고 내려간 뒤로도 20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지나면 시작할 줄 알았는데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다. 그새 무대 뒤편에선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가 들렸고, 스크린에는 이니셜인 'MB'만 가득했다. 속으로 투덜대던 찰나, 오후 9시가 되자 그가 무대 위로 나타났다. 이제야 한국을 찾은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é)였다.

팝과 발라드, 빅밴드와 스윙, 소울, 록까지 아우르는 가수. 어떤 노래를 불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이가 바로 마이클 부블레다. 캐나다 출신의 이 가수는 국내 가수들 사이에서도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로 꼽히곤 한다. 이를 증명하듯 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이클 부블레의 내한공연 < To Be Loved Tour(투 비 러브드 투어) >는 아이비와 양동근, 에릭남, 조형우, 신승훈, 유승우, 김필, 이현, 나르샤, 박민우, 이정진, 최희, 김지훈 등 많은 연예인이 찾았다. 


'Fever(피버)'로 첫 내한공연의 포문을 연 마이클 부블레는 13인조 빅밴드와 호흡을 맞췄다.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오티스 레딩의 'Try a little tenderness(트라이 어 리틀 텐더니스)', 밴 모리슨의 'Moon Dance(문 댄스)', 프랭크 시나트라의 'Come dance with me(컴 댄스 위드 미)', 비지스의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하우 캔 유 멘드 어 브로큰 하트)' 등을 열창했다. 몸을 살랑살랑 흔들던 그는 느린 템포의 노래에서는 온전히 노래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기도 했다.

노래할 때는 한없이 열정적이고 섹시했지만, 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180도 달랐다. 마이클 부블레는 장미꽃 모양의 야광봉을 흔들던 여성 관객에게 다가가 셀카를 찍는가 하면, 객석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남성 관객을 무대 위로 올리기도 했다. 위트도 돋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결혼식에서 부르시던 노래를 불러보겠다"면서 1990년대 곡인 백스트리트보이즈의 'Everybody(에브리바디)'를 부르곤 했다. 그는 혼자였지만, 무대는 허전하지 않았다. 마이클 부블레는 6천 명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공연을 이끌어갔다.


마이클 부블레는 관객 사이로 들어가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메인 무대에서 공연장 중간에 자리한 보조 무대로 이동하는 동안, 관객들은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이 먼저 다가가려고 했다. 근엄한 표정의 경호원이 그의 곁을 지키는 동안, 마이클 부블레는 개의치 않고 관객들의 손을 잡았다. 그는 이날 관객들 못지않게 한국 팬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노래 'Home(홈)'을 비롯해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겟 럭키)', 잭슨5의 'Who's Loving You(후스 러빙 유)',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OST인 'All you need is love(올 유 니드 이즈 러브)', 태양의 '눈, 코, 입'까지. 2시간가량의 공연은 오랜 시간 마이클 부블레를 기다린 한국 팬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그 덕에 마음껏 웃고, 춤추고,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마이클 부블레 역시 '처음 오는 아티스트는 있지만 열정적인 관객 덕에 한 번만 오는 아티스트는 없다'는 한국 팬들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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