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11월 2년 연속 홀드왕 한현희를 선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인 투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던 마운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파격 조치다.

염경엽 감독의 기대대로 한현희가 토종 선발로 정착해준다면 올 시즌 넥센은 앤디 밴 헤켄, 라이언 피어밴드, 한현희, 문성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2명의 좌완 외국인 투수를 중심으로 우완과 잠수함이 적절히 분배된 이상적 조합이다.

하지만 필승 조 한현희가 선발로 빠져나가면서 불펜진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한현희의 자리는 조상우로 메우면 된다지만 조상우가 맡아오던 자리를 채울 수 있는 한 명의 필승 카드가 더 필요하다. 어느덧 프로 10년째를 맞는 '사이버 에이스' 김영민에게 또 한 번 기대를 거는 이유다.

프로 데뷔 후 10년 동안 기대만 키웠던 '사이버 에이스'

덕수정보고 출신의 김영민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인상적인 성적을 올린 적은 없지만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로 꾸준히 높은 기대를 받아왔다.

특히 2010 시즌을 앞두고는 개인 훈련 도중 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는데 당시 정민태 투수코치(현 한화 이글스)가 '10승 전력을 잃었다'며 아쉬워했을 정도였다(김영민은 그 부상으로 군 면제를 받았고 팬들로부터 '사이버 에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영민은 2012년 본격적으로 넥센의 선발진에 합류해 121이닝을 소화하며 5승 9패 평균 자책점 4.69를 기록했다.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시기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영민은 더 높게 뻗어나가지 못했다.  2013 시즌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1.1이닝을 던졌지만 성적은 5승 5패 5.15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두산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14회 이원석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리버스 스윕'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에는 염경엽 감독이 조상우와 함께 1이닝을 책임지는 필승조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한 조상우와는 달리 김영민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즌 내내 심각한 제구 난조와 기복을 보인 김영민은 5승 2패 2홀드 8.00으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올렸다.

피안타율이 무려 .343에 달했고, 퓨처스리그에서 조차 9.3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구위가 좋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2.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지만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다음에 등판한 것이라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다는 점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여러 필승조 후보들, 그래도 결론은 김영민

사실 김영민의 불펜 기용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작년 시즌을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한현희가 빠진 넥센 불펜에서 손승락과 조상우를 제외하면 김영민 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찾기도 힘들다.

넥센 투수들 중 불펜 경험이 가장 풍부한 '신영언니' 송신영은 염경엽 감독이 5선발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 불혹에 가까운 노장 송신영에게도 매 경기 긴장을 해야 하는 불펜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등판하면 되는 선발이 더욱 편한 보직이다.

사이드암 마정길은 꾸준한 투구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등판해 위력적인 구위로 승부를 하는 타입의 투수가 아닌 만큼 경기 후반 보다는 6회 정도에 등판하는 것이 적당하다.

염경엽 감독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투수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정훈이다. 김정훈은 작년 시즌 상무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았을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하지만 김정훈은 1군 무대에서 통산 11경기 등판 경험 밖에 없는 신예 선수다.

결국 1군 경험이 풍부하고 뛰어난 구위를 가진 김영민이 작년 시즌 조상우가 했던 것처럼 7회를 책임지는 필승조로 나설 적임자라는 뜻이다. 현역 시절 뛰어난 제구력으로 이름을 날리던 손혁 코치가 김영민의 제구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넥센은 작년 시즌 팀 타율 2위(.298), 팀 홈런 1위(199개), 팀 득점 1위(841점)에 올랐을 만큼 가장 화끈한 타력을 뽐내던 팀이다. 반면에 팀 평균자책점은 5위(5.25)에 그쳤을 만큼 마운드가 튼튼한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떠난 올 시즌 넥센은 투수의 힘으로 버티는 경기를 늘릴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프로 입단 후 잦은 부상과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10년 째 유망주 소리만 듣고 있는 '사이버 에이스' 김영민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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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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