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대망의 아시안컵 정상 등극에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을 남겨두고 있다. 31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에서 펼쳐지는 홈팀 호주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하면, 한국축구는 무려 55년간이나 기다려왔던 아시아 정상의 숙원을 풀게 된다.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아시안컵의 슬로건을 '타임 포 체인지', 변화의 시간으로 잡았다. 이번 아시안컵 우승이 한국축구의 미래에 가져다줄수 있는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월드컵 트라우마의 한풀이-아시아 맹주의 자존심 회복

한국축구는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씻을수없는 상처를 입었다. 4년 내내 계속된 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잦은 감독교체, 월드컵 본선에서 벌어진 의리축구 논란등이 겹쳐 대표팀의 이미지는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과 홍명보호의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진 후폭풍은 팬들에게도 한동안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아시안컵 우승은 지난 월드컵의 상처를 극복하고 한국축구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해온 한국축구는 정작 아시안컵에서 1960년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아시안컵에서 5경기 연속-480분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할 경우, 1976년 이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퍼펙트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7전 전승-무실점 우승으로 28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한국축구가 명실상부한 아시아 1인자로 복귀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슈틸리케호의 성공적인 정착

2015년 호주아시안컵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지난해 10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불과 3개월 만에 나선 국제대회였다. 너무나 짧았던 대회 준비기간과 계속되는 선수들의 부상 악재, 팬들의 높은 기대는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화려한 선수시절에 비하여 지도자로서 별다른 성공경력을 남기지못한 슈틸리케의 능력 역시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하여 짧은 시간에 벌써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습이다. 27년만의 결승진출만으로 대단하지만, 특유의 실리축구와 합리적인 결단력으로 다양한 돌발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지금도 역대 최고의 대표팀 감독으로 꼽히는 2002년 히딩크 감독의 데자뷰를 느끼게 했다는 평가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독일 청소년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할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한국축구가 55년간이나 이루지못한 아시안컵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슈틸리케 감독 개인의 지도자 경력에 있어서도 큰 이정표가 된다. '포스트 히딩크'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게 되면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이어지게 될 슈틸리케호의 변화 행보에도 확실하게 힘이 실릴 전망이다.

컨페드컵 출전과 2018 로드맵의 재정립

아시안컵 우승이 가져다줄 가장 실질적으로 값진 소득은, 역시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두고 대회의 시설이나 운영을 점검하는 리허설의 성격을 지닌 대회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지난 2001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각 대륙 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국가들과 차기 개최국이 출전하는 만큼 사실상의 작은 월드컵으로 볼린다.

지난 2013 대회의 경우, 개최국 브라질을 비롯하여, 유로 대회 우승국 스페인, 준우승국 이탈리아, 북중미 챔피언 멕시코, 남미의 우루과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오세아니아의 타히티 등이 출전했다. 아시아 대표로는 2011 아시안컵 우승국 일본이 나섰다.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그 위상이 많지 높아지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강호들과 경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않다. 비용과 일정상의 문제로 평가전을 통한 A매치 섭외에도 부담이 많다.

하지만 컨페드컵에 출전하면 월드컵 본선을 한 해 앞두고 차기 대회가 열리는 현지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경기할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컨페드컵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참가국들도 최정예 전력으로 대회에 임할만큼 비중이 커졌다. 한국으로서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얻는 셈이다. 더구나 컨페드컵 출전수당과 성적에 따른 상금만으로도 금전적 이익이 적지 않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컨페드컵 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한 로드맵을 훨씬 구체적으로 구상할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시안컵 우승은 그 자체의 성과만이 아니라, 한국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도 큰 셈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