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은 이미 설명이 필요 없는 한화의 간판타자이자 국내 최고의 1루수 중 한명이다. 지난해도 타율 .365, 18홈런 84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만일 웬만한 다른 선수였다면 대단히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고 할 만하지만, 대상이 김태균이라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사실 김태균은 지난 시즌 뛰어난 개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3년 연속 꼴찌에 그친 팀 성적도 있지만, 4번타자로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홈런과 타점이 아쉬웠다.

김태균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국내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라는 상징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김태균은 올해도 김태균과 지난해 연봉과 같은 15억 원에 2015년 계약을 마쳤다.

일본에서 국내 무대로 유턴했던 지난 2012시즌부터 김태균은 꾸준히 연봉 15억 원을 받아왔다. 올 시즌 몸값 거품논란까지 일어났던 FA 시장의 광풍 속에서도 김태균의 연봉을 뛰어넘은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김태균에게 최고 연봉 선수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김태균은 그간 꾸준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 오버페이 논란에 시달려왔다.

당시 해외에서 돌아오는 선수는 규정상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화로서는 계약금을 줄 수 없어서 연봉으로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팬들은 일본무대에 화려하게 귀환한 것도 아니고 중도포기 형식으로 돌아온 김태균이 국내에서는 정작 최고연봉 선수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특히 붙박이 4번 타자임에도 김태균은 지난 3년간 한번도 20홈런-85타점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전무했다. 커리어 전체를 살펴봐도 한 시즌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시즌이 한 번도 없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김태균이 해마다 타율과 출루율만 높고 영양가는 떨어지는 '똑딱이 4번 타자 가 되어가고 있다는 오명까지 들어야했다. 김태균은 지난해 타율 2위(.365)- 출루율 1위(.463)에 올랐으나 정작 4번타자의 지표인 홈런은 18위, 타점은 17위로 20위권내에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를 강타한 기록적인 타고투저 열풍에도 불구하고, 김태균의 화력은 좋게 말하면 꾸준했고 나쁘게 말하면 정체됐다고 할만하다.

김태균이 2000년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김태균이 한 번도 경쟁자들을 제치고 국내 '1인자'였던 경우는 없다.

김태균과 동시대에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같은 걸출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균의 장점은 높은 타율과 기복 없는 꾸준함이었지만 MVP같은 개인타이틀이 부족하고 큰 임팩트를 남긴 '몬스터 시즌'이 없다는 점에서 평가절하 되는 부분도 많다. 김태균은 데뷔 이후 30홈런-100타점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시즌이 한 번도 없다. 늘 홈런이 모자라거나 타점이 부족했다. 더구나 최고 연봉선수라는 타이틀은 명예보다 김태균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인가를 논할 때 빠지지않는 떡밥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김태균과 자주 비교대상에 오르내리는 선수는 박병호다. LG 시절만 해도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으나 넥센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야구에 눈을 뜬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이승엽-이대호의 뒤를 잇는 국내 최고의 거포 1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넥센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박병호의 공은 절대적이었다. 반면 김태균은 '꼴찌팀에서 그나마 고군분투했다'는 수식어 정도를 제외하면 박병호보다 우위를 보인 부분은 거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의 등장으로 다음 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화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다음 시즌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몇 년간 꼴찌의 설움을 면치 못했던 한화의 부활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으며, FA 자격 취득도 1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잘하긴 하지만 늘 2% 아쉬웠던 성적을 벗어나 국내 최고의 타자에 걸맞은 임팩트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으면서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거론했던 선수가 김태균이라는 점도 그만큼 그에 거는 기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김태균은 다음 시즌 한화의 주장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은 김태균이 그동안의 성적에 만족하지 말고 한번더 껍질을 벗고 성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김태균을 3루에서 반은 죽여 놓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한바 있는데, 실제 고치 스프링캠프에서도 김태균을 상대로 강도 높은 3루 펑고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태균은 과거에도 간간이 3루수도 투입된 적이 있다. 3루 훈련 자체는 시즌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을 대비한 대안 훈련 정도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김태균에 대한 자극의 의미도 있다. 타격만큼 수비에서의 책임감도 끌어올리고, 정체된 환경에서 벗어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화가 다음 시즌 약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태균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김태균이 과연 2015년을 생애 최고의 시즌으로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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