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를 노리던 일본이 이변의 제물이 되며 일찌감치 2015 아시안컵 일정을 마감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UAE와의 2015 아시안컵 8강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5로 패했다.

일본은 승부차기에서 믿었던 두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와 카가와 신지가 나란히 실축을 한 것이 뼈아팠다. 반면에 UAE의 에이스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120분 동안 그라운드를 활발하게 누비다가 승부차기에서는 회심의 '파넨카킥'으로 일본을 침몰시키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걸프컵, 자국리그 MVP 싹쓸이한 '중동의 지단'

오마르는 자바드 네쿠남(이란) 이후 중동이 낳은 최고의 재능으로 꼽히는 선수다. 머리스타일과 외모는 브라질의 중앙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를 빼닮았지만 플레이스타일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과 흡사하다.

오마르는 중동국가들끼리 펼치는 2013년 걸프컵 대회에서 UAE를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를 차지했다.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드리블과 패스의 정확도는 이미 '탈아시아급'이라는 평가.

오마르는 일찌감치 유럽 명문팀의 레이더에도 포착돼 지난 2012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 입단이 유력시되기도 했다. 비록 워크버핏(취업비자) 문제로 맨시티 이적은 최종 결렬됐지만 2012-2013 시즌 알 아인 소속으로 우승과 함께 리그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오마르의 활약은 단연 돋보이고 있다. 오마르는 지난 11일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90분 내내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하며 UAE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조1위를 놓고 다툰 이란전에서도 오마르는 홀로 3~4명의 수비수를 달고 다니는 뛰어난 개인기를 선보였다. 비록 경기는 이란의 1-0 신승으로 끝났지만 조별리그 C조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단연 오마르였다.

일본 열도를 울린 오마르의 과감한 파넨카킥

오마르는 조별리그에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아시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의 뛰어난 활약도 8강에서 멈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UAE의 8강 상대가 역대 아시안컵 최다우승국(4회)이자 지난 2011 대회에도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이기 때문이다.

오마르가 유럽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본에는 AC밀란(혼다), 인터밀란(나가토모 유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카가와) 등 실제로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UAE는 전반7분 알 아흐매드 맙쿠트가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압도적인 점유율로 경기를 이끌어 가던 일본은 끊임없이 UAE의 골문을 두들겼고 후반 35분 '신성' 시바사키 가쿠의 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연장전에서도 30분 내내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끝내 결승골을 만들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하다는 일본의 첫 번째 키커는 일본의 에이스이자 2011 대회 MVP 혼다. 하지만 혼다는 갑자기 야구 선수로 빙의해 강력한 왼발슛으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대형홈런(?)을 터트렸다.

일본의 에이스 혼다는 실축을 했지만 UAE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오마르는 달랐다. 침착한 표정의 오마르는 강하게 도움닫기를 하다가 한가운데로 가볍게 차 넣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린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인 대담한 '파넨카킥'이었다.

오마르가 시도한 파넨카킥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미드필더 안토닌 파넨카의 이름에서 따온 킥으로 패널티킥에서 방향을 미리 예측해 몸을 날리는 골키퍼를 역으로 속여 한가운데로 가볍게 차는 슛이다. 자칫 골키퍼가 미리 움직이지 않을 경우 골키퍼의 가슴으로 힘없이 날아갈 수도 있는 만큼 강한 심장이 없으면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UAE는 3번째 키커 카미스 에스마일이 실축을 했지만 일본의 6번째 키커 카가와가 골대를 맞히는 실축을 저지르면서 승기를 잡았고 이스마일 아메드가 골을 성공시키면서 4강행을 확정 지었다.

UAE가 4강에서 만날 호주는 B조 1위 중국에게 2-0으로 완승을 거뒀을 만큼 강한 팀이다. 연장혈투를 벌였던 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UAE는 호주만큼 강하고 부담스런 일본을 꺾으며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UAE 돌풍의 중심에는 '중동의 지단' 오마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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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UAE 오마르 압둘라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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