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로 뮤지컬 도전에 나선 한선천

<킹키부츠>로 뮤지컬 도전에 나선 한선천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지난 2013년, Mnet <댄싱9>에서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던 현대무용가 한선천. 최근 그를 다시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용이 아닌 뮤지컬 공연에서였다. 국내 초연된 뮤지컬 <킹키부츠>에 출연하는 그는 10cm가 훌쩍 넘는 힐을 신고 겅중겅중 뛰어다니는가 하면, 손바닥만 한 비키니만 입고 무대를 누빈다.

각종 콩쿠르를 휩쓸었던 한선천은 왜 연기, 노래까지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을 하게 되었을까. 2014년을 하루 남겨둔 지난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한선천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고 공연장에 가야 한다. 새해도 공연장에서 맞을 것 같다"고 밝힌 그는 "많이 먹는데도 하루하루 살이 빠지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털어놨다.

"<댄싱9> 이후 <킹키부츠>까지...순간 찾아온 기회 잡았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 CJ E&M


뮤지컬은 그에게 '도전'이었다. 무대에서 춤추는 것은 익숙한 일이지만 공연 내내 힐을 신고, 여성스러움을 한껏 드러내는 포즈를 취하며, 잔뜩 허리를 꺾어가며 'S라인'을 과시해야 했다. 심지어 여기에 연기와 노래까지 더해졌다. 한선천은 "펑소에 노래방에서만 불렀던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니까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다"면서 "마지막 부분에는 숨이 차올라서 배에 온 힘을 주고 노래한다"고 미소 지었다.

한선천은 <댄싱9>이 끝나고 갈라쇼를 준비하면서 CJ E&M 공연사업부 프로듀서로부터 <킹키부츠>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영상을 보고 <킹키부츠>에, 그리고 여자보다 더 예쁜 여장남자인 엔젤에 흠뻑 빠졌다.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평소 무용에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목해 '나만의 장르'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한선천은 자신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를 덥석 잡았다.

"노래를 배우는 것도, 다른 선배님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대본을 외우고 연기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글자로 된 대본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표현해내는 과정이 특히 그랬다. 엔젤은 앙상블이지만 비중이 크다. 6명이 늘 함께하다 보니 호흡도 중요하다. 난 숫기가 없어서 친해지는 데 되게 오래 걸리는데 선배님들이 잘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지금은 가족 같다. 분장실에서 준비할 때도 엄청 신난다."

"비키니 처음엔 어색했지만...호응 많으면 끼도 더 부려"

 뮤지컬 <킹키부츠>에 출연하는 한선천

ⓒ CJ E&M


한선천은 킬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화장실 갈 때도 힐을 신었다. 그 결과, 힐은 어느덧 몸의 일부분이 되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지만 무대에서 힐을 신고 춤추고 노래하다 보면 발이 퉁퉁 붓는다. 때론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가기도 하고, 무릎에, 허리에 안 아픈 곳이 없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관객들의 진심 어린 박수 소리를 들으면 짜릿함을 느낀다.

"처음에 의상 피팅을 하는데 팬티와 브래지어가 있더라. 비키니였다.(한선천은 <킹키부츠> 2막에 가린 곳보다 안 가린 곳이 더 많은 비키니를 입고 등장한다-기자 주) 처음에는 정말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비키니를 입고 판넬을 드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면 더 끼를 부린다. 교태를 부린다.(웃음) 춤은 예전에 재즈댄스를 배운 게 많이 도움이 됐다. 동작이나 포즈는 패션잡지를 보면서 많이 따라 했다."

매일 저녁, 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한선천은 더욱 섬세해졌다. <킹키부츠> 외에도 뮤지컬 <그리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 관심이 있다는 그는 "연기와 노래는 정말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예전에 감동을 받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시대'를 꼭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무용가? "무용의 대중화 위한 발판"

 <킹키부츠>로 뮤지컬 도전에 나선 한선천

ⓒ CJ E&M


<킹키부츠>의 출연을 결정하고 연습하면서 한선천은 JYJ, 최민식, 설경구, 이정재, 정선아, 강혜정 등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도 맺었다.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이유를 묻자 그는 "무용을 그만두고 연기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무용도 하면서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한 예술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나만의 것'을 만들기 전, 우선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것이 한선천의 설명이었다.

"'잘 생각했다'고 하는 분들도, '계속 무용만 하지, 왜 다른 일을 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무용이라는 세계가 사람들에게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지 않나. '어떻게 하면 무용이 대중화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다양한 장르를 많이 경험한 뒤, 대중적인 퍼포먼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댄싱9> 이후 관객들이 공연장에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굳어지기도 했다. 춤이 많든 분들에게 관심을 받았으니까."

무용, 연기, 음악, 미술 등 많은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은 '예술'이다.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하고 싶다는 그는 "그러기 위해서 연기, 노래, 패션, 사진, 무대 미술 등을 부지런히 배울 것"이라고 했다. "언젠가 사극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그는 '종합 아티스트'이자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한 우물도 못 파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Choice)"이 있고, "책임지지 못할 일이면 선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한선천은 오늘도 도전하고, 또 배운다. 

한선천 킹키부츠 여장 댄싱9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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