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도 신인드래프트가 있듯이, 많은 프로스포츠에 신인드래프트가 있습니다. 이는 프로배구도 마찬가지인데요. 모든 프로스포츠의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 그리고 1라운드 지명자들이 집중 조명을 받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런지 최하위 순번 급의 지명자나 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을 받은 뒤 신고선수나 수련선수로 입단하여 성공한 선수들은 이후 많은 조명을 받게 됩니다.

여자프로배구의 드래프트는 4라운드까지 진행되며, 4라운드의 드래프트 외에도 각 구단은 수련선수를 지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배구의 특성상 1~2년만에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고, 1라운드 외에 2라운드 이하는 성공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2라운드에 지명되어 팀의 주전급, 혹은 주전급 비주전으로​ 성장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강민정(센터), 김주하(레프트), IBK기업은행의 이소진(세터), 김언혜(센터), 유희옥(센터), KGC인삼공사의 백목화(레프트), 이보람(센터), 박상미(리베로), 한국도로공사의 김선영(레프트), 문정원(라이트), 흥국생명의 주예나(레프트), 정시영(레프트), GS칼텍스의 시은미(세터) 등이 그 예입니다. 올해 신인들 중에도 GS칼텍스의 센터 정다운이나 현대건설의 원포인트 서버로 출장하고 있는 박혜미 등이 2라운드 지명자들입니다. 3라운드로 지명되어 팀의 감초로 성장한 선수는 2라운드보다 더 적습니다. 전 현대건설 리베로 신예지,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 흥국생명 세터 우주리, 레프트 박성희, 전 한국도로공사 세터 차희선,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김미연, IBK기업은행 리베로 노란, KGC인삼공사 리베로 손아영 등이 경기에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그 중 김연견은 현재 현대건설 부동의 주전 리베로로 성장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 이하, 4라운드​나 수련선수로 입단한 선수들의 신화는 여자프로배구에서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남자프로배구의 경우 대한항공의 센터 김철홍, 삼성화재의 리베로 김강녕, OK저축은행 센터 김홍정, 대한항공 세터 강민웅 등이 수련선수 신화를 쓴 바가 있으나, 여자프로배구는 수련선수로 입단 후 정식선수로 전환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 4라운드로 입단하여 당당히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IBK기업은행의 리베로 권혜림인데요. 천안 청수고등학교 여자배구부가 2012년 창단될 당시 6명의 창단멤버 중 하나였고, 올 시즌 드래프트에서 청수고 창단멤버 중 유일하게 프로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4라운드 2순위. 지명된 선수들 중에서는 최하 순번이었습니다.

시즌 첫 경기였던 KGC인삼공사전 권혜림은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어놓으며 3세트에는 무려 6번이나 연속으로 서브를 하고 수비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이는 등 데뷔전을 무난히 마쳤습니다. 이후 경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권혜림은 11월 4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 이후 후위 로테이션에서 수비 보강의 역할까지 맡으며 임무가 가중되었습니다. 이후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세트 드리블 범실을 범하는 등 아직은 신인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도로공사전 이후 IBK기업은행의 원포인트 서버로는​ 김언혜, 노란 등이 나왔고 권혜림은 제2리베로로 등록되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남지연을 커버할 리베로로 육성이 되었습니다. 올 시즌 2014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리베로와 후위 수비 보강 선수로 뛰면서 많은 체력 소모가 있었던 IBK기업은행 주전 리베로 남지연이 시즌 초반 컨디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이정철 감독은 11월 23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3세트부터 남지연을 빼고 권혜림을 리베로로 투입, 경기에서 승리를 지켰습니다. 권혜림은 리시브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디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수비에서 센스가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남지연의 공백을 채우기는 조금 아쉬워 보였습니다.

이후 11월 27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권혜림과 남지연이 더블 리베로로 나왔고, 남지연이 서브리시브, 권혜림이 디그를 담당했습니다.​ 물론 남지연이 더 많은 랠리를 소화했고 권혜림이 디그 상황에서 가끔 나오는 모습이었으나 권혜림을 후에 더 좋은 리베로로 키우기 위한 이정철 감독의 생각이 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이후 두 경기에서 더블 리베로 체제로 모습을 보인​ 권혜림은 12월 11일 GS칼텍스전부터 남지연이 페이스를 찾은 이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인 4라운드 선수가 데뷔 시즌 경기에 투입되어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것은 놀라운 일이고, 같은 포지션에 원포인트 서버와 후위 수비강화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노란이 있음에도 권혜림이 기회를 잡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으로 보입니다.

남지연이 3라운드 중반부터 예년 시즌과 다름없는 페이스를 잡으면서 권혜림의 출전 기회는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지연은 32세로 여자프로배구에서는 상당히 많은 나이고, 은퇴를 생각하거나 후계자를 생각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런 점에서 권혜림의 올 시즌 초반 출전과 활약은 ​이후 남지연의 기량이 쇠퇴하고 리베로를 바꿔야 할 시점이 올 때, 좋은 경험이 되고 좋은 '스펙'이 될 것입니다.

4라운드 지명자로 성공하기 힘든 여자프로배구 무대에서, 성공신화를 쓰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땀을 흘리는 권혜림 리베로, 그리고 다른 하위 라운드 지명자들과 수련선수들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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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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