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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이 몰린 가운데 중문으로 무리하게 탑승하려는 승객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 청라국제도시역에서의 2층버스 탑승객이 몰린 가운데 중문으로 무리하게 탑승하려는 승객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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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부터 30일까지 운행한 청라 GRT의 2층 버스 시범운행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실패 원인은 안전요원 미비, 운행 효과 미비, 통근객 대상 홍보 부족, 시민의식 부족 등이다.

경기도 2층 버스 시범운행 이후, 여러 지역에서 시범운행 문의가 들어왔다. 그중 GRT(Guided Rapid Transit)가 적용될 예정인 청라국제도시에서 두 번째 시험 운행을 하게 되었다. 다만, 요청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청라 지역의 아파트 입주자 연합회에서 한 것이 특이했다.

3일간 쉬지 않고 연속으로 13시간씩 운행... 승객 130여 명 몰려 

내리지 않는 승객에 반해 탑승객은 점점 늘어났다.
▲ 길게 늘어선 2층버스 탑승 줄 내리지 않는 승객에 반해 탑승객은 점점 늘어났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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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노선은 청라국제도시역에서 로봇랜드 예정지, 7700번 BRT 차고지 입구를 경유해 다시 청라국제도시역으로 돌아오는 순환노선이다. 계획상으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순환할 예정이었다. 운행 기사는 기존 운수업체에서 근무하던 기사가 임시로 3일간 운행하게 하였다. 요금은 완전 무료로 진행되었다.

운행 마지막 날에 찾은 2층 버스는 청라에서 단거리 승객을 취급하는 용도로 운행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노선임을 직감케 하였다. 실효객이어야 할 청라지구의 출퇴근객은 거의 보이지 않아 출퇴근 시간 대에는 버스가 텅텅 비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오전 9시 전후에 나타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승객들이 버스를 꽉 채우면서 버스 안은 혼란을 빚게 되었다. 더욱이 일부 가족 단위 승객들은 2층 버스를 놀이기구로 생각하여, 청라국제도시역에서 하차하지 않아 계속 새로운 승객들만 탑승하자 운전기사가 직접 하차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현장을 찾은 시민 이성대씨는 "어제부터 버스에 엄청난 사람들이 탑승하게 되었고, 계속 내리지 않고 2층을 차지하자 1층에서 구경만 하다가 끝났다"고 말했다. 아반트 코리아의 관계자는 "연합회 측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아, 효율성 분석을 위해 탑승한 직원이 안전요원으로 대체했을 정도"라며 "애당초 완전 무료로 버스를 개방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 준비된 기념품을 마구잡이로 가져가는 문제도 있었다. 지난 2층 버스 시범운행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자, 사탕 봉지와 팸플릿 조각이 바닥에 나뒹구는 등 버스 내부에 부착된 음식 섭취 금지 스티커가 무색할 정도로 무질서함을 보였다.

승객끼리의 싸움도 잇따랐다. 2층 맨 앞자리에서 2~3시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몇몇 시민들이 내려달라는 다른 시민의 요구를 거절하여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아이들끼리 다투다가 부모 간에 다툼이 있는 일도 있었다. 또, 2층에 입석으로 탑승하는 승객, 중문으로 탑승하는 승객이 한데 섞여 소란스러웠다. 2층에 자리잡아 장시간 승차했던 일부 승객은 버스기사가 시동을 끄고 내릴 때까지 출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내려 하차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결국, 3일간 쉬지 않고 연속으로 13시간씩 운행했던 2층 버스는 최대 130명까지 승객이 몰려 버스에 무리가 가게 되었고, 차량 결함으로 당초 계획했던 시간보다 3시간 일찍 운행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청라지구 시험 운행에서 발생한 문제 원인은 무엇일까.

2층 입석이 높이가 낮아 기본적으로 제한된 상태였기 때문에, 2층에 탑승한 승객들을 내려오게 하기 위해 버스가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 2층에 입석으로 탑승한 승객들 2층 입석이 높이가 낮아 기본적으로 제한된 상태였기 때문에, 2층에 탑승한 승객들을 내려오게 하기 위해 버스가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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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도시철도 대체용으로 만들어져야 할 GRT에 2층 버스를 도입시킨 것이 문제였다. 2층 버스는 승하차 시간이 기존 버스보다 10% 길기 때문에 단거리 노선에 도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정류소 간 거리가 짧고, 승하차객이 동시에 타고 내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2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크다. 실제로 병목 현상으로 인해 계단 입구에서 소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환경적인 실패 이유는 출퇴근 수요가 이미 광역버스와 별도 시내버스 그리고 청라BRT를 통해 모두 서울로 흡수된 상태에서 시내 순환만 하는 버스가 기존의 교통수단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단거리 교통수단에 수송량 증대의 정책으로는 승하차 시간이 기존 버스에 비해 긴 2층 버스가 이미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명이 났다.

특히, 이번에 시운전에서는 기간과 시간표 확립에서 역시 허점이 많았다. 경기도 2층 버스 시운전 당시에는 주말 2일간의 시운전을 통해 영업 구간의 난점이 있는지, 통행에 제한은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운행을 3시간 일찍 종료하게 되었고, 바로 차량 점검을 위해 수원으로 회송케 되었다.
▲ 경기도 인재개발원으로 되돌아온 2층 버스 운행을 3시간 일찍 종료하게 되었고, 바로 차량 점검을 위해 수원으로 회송케 되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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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지구 시운전은 촉박한 시간 동안 정비는커녕 래핑 교체도 하지 못하고 그 위에 스티커를 붙여 운행했다. 이후 안산 지역에서 추가로 시운전할 계획이 있다고는 했으나 경기도의 고유 래핑 위에 GRT 관련 내용을 붙인 상태였다. 특히 버스 내부에는 버스 단말기 전선이나 교통카드 사용 안내 팸플릿, 경기도의 2층 버스 홍보 문안마저 남아있던 상태였다.

시간표는 정각 7시부터 8시까지 매 시간마다 한 바퀴씩 돌아야만 했는데, 하루 6시간~8시간 운행으로 하루에 3~4번 만을 운행했던 경기도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운행하게 되었다. 특히 기점 및 종점에서 버스 안전을 점검하고 성능 테스트 시간은 종전의 2~3시간에 비해 매우 촉박한 10분~15분이었다.

심지어 주최 측에서 운수 영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기종점에서 대기하지 않고 바로 출발하게 만들어 기사와 ADL 사, 아반트 코리아 사의 직원이 식사할 시간은커녕 대기하며 휴식할 시간마저 주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관계자들이 버스를 탑승해 보아야 한다면서 시운전 시각에 맞추지 않고, 버스를 최대 20분까지 대기하라고 요구하는 등 버스 운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상당한 스트레스가 빚어졌다.

당시 버스를 운전하였던 선진교통 기사는 "어떤 버스회사도 이런 식으로 대기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물며 시운전 중인 2층 버스를 이렇게 파행 운행시키다가 사고를 내면 그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운행 효과도 거의 없었다. 보여주기식 운행의 좋은 예로 승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지난 경기도 2층 버스의 시운전과 대조적으로 순수하게 GRT 구간을 통근 및 이동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탑승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통근 목적으로 버스에 탔던 일부 승객도 이미 많은 승객이 탑승하여 혼잡을 빚었던 상황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며 뒤따라오는 시내 버스를 이용했을 정도였다.

다만, 아반트 코리아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시험 운행의 정의 자체가 어디든 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운행 자체를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된다"며 "다만 운행 자체가 주최 측과 이용자 측에서 파행적으로 운행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여야만 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교통안전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운행 때에는 최소 2명에서 6명의 공무원과 운수업체, ADL 사 관계자가 버스에 탑승해 안전 계도는 물론 버스의 효과, 운행난점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시험운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수 업체 직원이 없었던 것이 확실하고, 평가자 위치에 있을 공무원마저 완전히 없었다면 테스트라기보다는 이벤트라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라며 "다른 문제보다는 시험 자체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운행으로 변질된 데에 가장 큰 문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운수사업에 대한 몰이해 안전계도자의 부재, 건설 비용 증대

바닥에 남겨진 쓰레기.
 바닥에 남겨진 쓰레기.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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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청라지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놀이기구 그 이상으로 2층 버스를 바라보지 않았던 청라지구 주민의 반응과 그들을 대표하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운수사업에 대한 몰이해 안전계도자의 부재, 건설 비용의 증대를 비롯해 시간표 확립의 엉성함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2층 버스는 이번 1월 중순부터 2주간 안산 경원여객에서 운영하는 대부도-안산 좌석버스, 안산시 시내버스, 수원-안산 간 좌석버스에서 마지막 시운전이 예정되어있다. 기존의 성공 원인과 이번 청라에서의 실패 원인을 자세히 분석해 안산에서의 시운전은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태그:#2층버스,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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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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