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 연말 가요 시상식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지상파 3사가 올 한해 가요계를 빛낸 가수들을 엄선하여 대규모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시청자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복병은 바로 오는 27일 방영 예정인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다.

1990년대 인기가수를 다시 만나본다는 소박한(?)취지에서 시작된 '토토가'는 점점 판이 커지더니, 급기야 당시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대규모 콘서트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토토가' 출연진은 김건모, 김현정, 소찬휘, 엄정화, 이정현, 조성모, 지누션, 쿨, 터보, SES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누군가는 꿈꿨지만 누구도 실행시키지 못했던 일을 <무한도전>이 해낸 것이다.

 1990년대 인기 가수를 한자리에 모은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지난 18일 공연을 마치고, 오는 27일 방영예정.

1990년대 인기 가수를 한자리에 모은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지난 18일 공연을 마치고, 오는 27일 방영예정. ⓒ MBC


'아이돌 축제'로 전락한 연말 가요 시상식...기대감 '제로'

각 방송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올해 가요을 성공리에 마치기 위해 저마다 '필승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토토가'라는 뜻밖의 복병 앞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21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가요대전>은 8년 만에 시상식을 부활시켜 대중의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음향사고, 진행 실수 등 총체적인 방송사고 앞에 체면을 구겨야 했다. 또 걸스데이, 악동뮤지션, 에일리, 씨스타, 2NE1, 에이핑크, 비스트, 태양, 인피니트, 엑소 등 올해를 빛낸 TOP10으로 선정된 가수가 대부분 아이돌로 구성돼 '가요대전'인지 '아이돌대전'인지 모를 아쉬움을 남겼다.

KBS와 MBC 역시 연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요 시상식에 많은 준비를 기울이고 있지만, 별다른 기대감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26일 방영 예정인 KBS <가요대축제>는 가요대전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이름도 '가요대축제'로 정하고, 올해 음원을 발표한 모든 가수 중 상위 21개팀을 추려 최고의 무대를 꾸민다는 계획이지만, 결국 '아이돌 축제'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방송될 MBC <가요대제전>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팀별 대결 구도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승부수'를 띄웠다. 올 한해를 빛낸 가수들이 총출동해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올해 음원시장을 휩쓴 음원강자가 새롭게 뭉쳐 무대를 꾸민다는 계획이지만 역시나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SBS <가요대전>에 출연한 가수가 똑같이 KBS와 MBC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고, 비슷한 춤을 출 것이란 사실은 굳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음원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가수들의 음원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연말에 누가 어떤 상을 받는지는 그렇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사실 매주 방영되는 음악방송의 확장판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돌 축제'가 되어버린 연말 가요 시상식은 별다른 기대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진은 지난 SBS <가요대전> 중 한장면.

'아이돌 축제'가 되어버린 연말 가요 시상식은 별다른 기대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진은 지난 SBS <가요대전> 중 한장면. ⓒ SBS


'토토가', 연말 가요 시상식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

반면 '토토가'는 출연진에서부터 연말 가요대전과 큰 차이를 갖는다. '토토가' 출연진은 올 한해를 빛낸 가수가 아니라, 바로 1990년대를 수놓은 가수들이다. 이들이 출연하여 당시 인기가요를 부른다는 것은 곧 대중에게 19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요즘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수들이 아닌 만큼 색다른 기대감도 피어난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방영된 '토토가' 출연 가수 섭외 과정이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토토가'는 최근 대중문화계에 불어 닥친 복고열풍의 정점과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 '토토가'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출연 가수 중 일부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고, 또 일부 노래는 음원 사이트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추억팔이'라는 비난도 존재하지만, 그 추억을 통해 대중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웃음을 선사해줄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공유할 수 있다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대중이 '토토가'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불통'의 시대에 자신의 행복했던 시절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이 아닐까.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27일 방영예정인 '토토가'는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토토가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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