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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YTN 노조 조합원 9명이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YTN 노조 조합원 9명이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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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의 신호탄이었던 YTN 해직기자들에 대한 판결이 지난 11월 27일 대법원에서 내려졌다. 대법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아래 YTN 노조) 조합원들이 낸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 등 3명의 해고는 무효, 나머지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등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원 해고 무효' 판결을 기대한 언론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6년간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해직 기자들의 눈물을 씻어주기는커녕 비겁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판결로 '사법 해고'를 단행했다"고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노조)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고와 복직을 3명씩 나눈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참으로 억울하다"며 "법원의 판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직기자와 YTN 동료들의 절실한 염원이다.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최선을 다하면 해가 뜨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권영희 YTN 노조 의원장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지만 판결은 지난한 과정 중에 있는 하나"라며 "계속해서 다른 동지들과 싸워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YTN이 어떻게 싸울지 궁금했다. 지난 3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YTN 신사옥 내의 노조 사무실을 찾아,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에게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다음은 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법원, 정치권 눈치 보면서 어중간하게 회피"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 추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 궁극적인 목적은 나머지 3명의 복직이 아니라 공정방송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투쟁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 추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 궁극적인 목적은 나머지 3명의 복직이 아니라 공정방송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투쟁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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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YTN 해직기자 6명에 대한 해고 무효소송에서 2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6명이라는 해고자 중에서 한 명이라도 무효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해고가 부당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언론인들의 언론자유를 위한 활동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야 되느냐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보장해 줄 것 같으면 모두 복직 판결이 나야 하고 언론자유를 제한하려면 다 해고되는 것이 맞는데 대법원은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취했어요.

그만큼 언론자유를 위해서 언론인들이 어디까지 활동해야 되느냐에 대해, 현 정권과 대법원은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입장을 취한 거죠. 언론자유와 독립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대법원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도 어중간하게 회피하는 듯하는 판결을 내린 셈입니다. 비판 받아야 마땅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1심에서 '전원 무효'가 나온 것이 2심에서 뒤집힌 것인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1심은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언론자유를 위한 언론인들의 역할에 대해서 인정을 해준 판결이라고 생각하는데, 2심에서는 어중간하게 뒤집혔단 말이죠. 저희들로서는 2심 판결 과정에서 드러났던 재판부의 모습과 여러 정황들을 볼 때, 권력의 압력 때문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나 법률을 따졌을 때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실제적인 활동은 지나쳤다'는(것이 법원의) 논리입니다."

- 그래도 3명이 복직된 것은 성과인 듯합니다.
"그렇죠. 6명 전원은 아니지만 일단 3명이 돌아온 것은 이제부터 새로운 싸움을 할 힘을 갖췄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의 승부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완전한 싸움을 위한 힘을 얻은 거죠. 나머지 3명이 돌아와서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이 최종 승리를 할 때까지 더욱더 힘을 내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벌써 6년이 흘렀어요. 남은 기자들도 심적 고통이 클 것 같은데.
"함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는데, 마치 저희를 대신해서 해고를 당한 듯한 채무감이나 부채의식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죠. 무엇보다 6명이 해고되어 있는 동안 YTN의 보도가 공정방송과는 거리가 먼 권력지향적인 방송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6명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미안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해요. 물론 해고자들만큼은 아니겠지만 남은 조합원들의 심적인 고통도 말로 못할 정도로 컸어요."

- 지금에 와서 6년 전을 회고해 보면 어떤가요?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면도 있는데 그때의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저희들은 같은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세력과 타협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당시 저희들의 활동은 떳떳하고 정당했고, 저희들이 하기 싫었어도 시청자들이나 국민들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을 것이기 때문에 후회가 없어요."

- 해고 사태 이후 노조원들의 이탈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세월이 흐르면서, 가령 중간에 파업을 한다든지 노조원들이 결집해서 뭔가를 할 때 참여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았어요. 물론 이탈자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예상보다는 적은 것 같아요."

- 판결 직후 YTN노조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어요. 그러나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대법원 판결이라는 것은 법적 절차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나머지 3명의 복직이 아니라 공정방송이 이뤄지는 것이 저희들의 승리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을 공정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사람이 사장으로 오고, 그런 사람들로 간부들이 이뤄질 때 (공정방송이) 가능한 것이죠.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권력과 유착하는 사람들은 언론사에 오면 안 된다는 강도 높은 결의가 이뤄질 때 가능하거든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했을 때 나머지 3명도 당당하게 회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TN, '유사 종편' 비판 받아도 변명 못한다"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임명 받대 출근저지 등으로 해직된 YTN의 해직 기자 6명 중 3명에 대해서만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된 가운데, 해직이 부당하다고 판결을 받은 권석재 기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임명 받대 출근저지 등으로 해직된 YTN의 해직 기자 6명 중 3명에 대해서만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된 가운데, 해직이 부당하다고 판결을 받은 권석재 기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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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YTN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6명이 해고된 상태인 데다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부터 해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고 있는 상당수 기자들이 현업이나 기사 생산 부서에서 배제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투쟁에 덜 나섰거나 사측 입장에 서 있는 사람 상당수가 기사를 생산하는 부서에 배치되어 있거든요. 때문에 보도가 되는 내용이 공정방송 투쟁을 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 들고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보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혹자는 YTN을 '유사 종편'이라고 하던데.
"그런 비판도 틀린 게 아닌 것이, YTN은 이명박 정권이 종편을 만들기 전부터도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로서 위상을 다져왔습니다. 종편이 생기면서 그런 위상을 지켜 나가고 그들과 차별화해서 올바른 길로 나갔어야 했는데, 오히려 YTN이 요즘 종편들을 형식적인 면에서 흉내 내는 보도들을 많이 해요. 내용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현 정권에 유리하게 가는 것을 볼 때 YTN은 '유사 종편'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것이 없다고 생각 합니다,"

- 이명박 정부에서 악화된 언론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느낌인데.
"이명박 정권에서 권력에 말 잘 듣는 사람들을 사장으로 내려 보냈잖아요. 그러면서 해당 언론사들이 큰 혼란을 겪으며 해고 사태도 발생하고 탄압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명박 정권은 언론 탄압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고, 탄압 받은 언론인들은 물리적으로 힘을 빼앗긴 상태죠.

그 혜택을 박근혜 정권이 누리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때는 저항의 시기였기 때문에 그나마 대립적인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공정한 방송이 힘을 잃고 보도 내용은 더 권력 지향적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그것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누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의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느낌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럼 지금이 바닥일지, 아님 더 떨어질 곳이 있다고 보나요?
"최근 '정윤회 사건'에 대한 보도도 그렇고 언론이라는 것은 권력이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완전히 누를 수는 없거든요. 손바닥으로 풀을 누를 때 풀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듯이 다 누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언론을 한꺼번에 덮기도 불가능한 것이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삐져나오는 것이 언론이고 민주세력의 저항이거든요.

그랬을 때 저는 바닥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언론 장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지금의 언론 탄압 상황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번에 <세계일보>가 특종을 했고 <뉴스타파>는 계속 올바른 보도를 하고 있잖아요. 다시 공정한 언론이 반전을 꾀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어요."

- 어느덧 한 해 끝자락에 왔어요. 특히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았잖아요. 올 한 해 언론을 평가해주세요.
"요즘 '기레기'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모든 집단을 획일화해서 평가할 수 없듯이 기자 집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언론집단을 뭉뚱 그려서 '기레기' 집단이라고 해서도 안 되고 언론 전체가 떳떳하다는 것 역시 잘못된 평가인 것 같아요.

권력의 입맛을 맞추려는 기자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고 그에 맞서서 권력을 비판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제대로 된 진실보도를 해야 한다는 기자들이 저항하는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권력의 입맛을 맞추려는 기자들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임장혁, #YTN 노조,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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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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