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다크호스'인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어엿한 우승후보였다.

스티브 커 감독이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2014-2015 NBA 시카고 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12-102로 승리했다.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달린 골든스테이트는 1971-1972 시즌에 세운 구단 연승 기록(11연승)을 경신했다. 이번 시즌 17승 2패로 무려 .895의 승률을 자랑하는 골든스테이트는 NBA 30개 구단 중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커리 입단 후 이기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한 골든스테이트

골든스테이트는 지금은 NBA에서 볼 수 없는 배런 데이비스가 전성기를 보내던 2006-2007 시즌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렇게 오랜 암흑의 길을 청산하게 만든 구세주는 2009-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입단한 듀얼가드 스테판 커리였다.

커리는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한 후 믿기 힘든 외곽슛과 돌파력, 그리고 뛰어난 패싱감각을 선보이며 골든스테이트의 농구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1-2012 시즌을 앞두고 마크 잭슨 감독이 부임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본격적으로 이기는 법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골든 스테이트는 단축시즌이었던 2012년 3월 팀의 주득점원이던 몬타 엘리스(댈러스 매버릭스)를 밀워키 벅스로 트레이드시켰다. 상대는 수비형 센터 앤드류 보거트.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던 커리의 활동반경을 넓혀주고 '싹수가 보이던' 루키 클레이 탐슨의 출전시간을 보장해 주기 위함이었다.

워리어스의 선택은 적중했다. 보거트의 가세로 골밑이 든든해 지면서 외곽슈터 커리와 탐슨이 좀 더 마음껏 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2012-2013 시즌에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커리와 탐슨으로 구성된 '스플래시 듀오'는 시즌을 치를수록 더욱 위력을 더해갔다. 특히 2013-2014 시즌 무려 484개의 3점슛을 합작하며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외곽슛 콤비로 떠올랐다. 하지만 워리어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LA클리퍼스에게 3승4패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마크 잭슨 감독을 해임했다. 그리고 시카고 불스의 2번째 3연패(1996~1998)를 비롯해 선수시절 총5개의 우승반지를 끼었던 명슈터 출신의 스티브 커 감독을 내정하며 새출발을 알렸다.

워리어스 질주의 비결, 그린의 깜짝 활약과 이궈달라의 희생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골든스테이트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었다. 주전 선수의 구성은 훌륭하지만 벤치 멤버가 약하고 주전 빅맨들의 잦은 부상 때문에 험난한 서부컨퍼런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초보 감독 스티브 커의 지도력이 의심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으며 NBA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것도 주전 파워포워드 데이비드 리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단 1경기밖에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낸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일단 커리와 탐슨 듀오가 여전히 건재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센터 보거트는 9.5 리바운드, 2.2블록슛을 기록하며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3년 차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의 성장이다.

부상 당한 데이비드 리 대신 주전파워포워드로 나서고 있는 그린은 203cm의 언더사이즈 빅맨이지만 풍부한 활동량과 넓은 슛 범위를 자랑하며 공수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7일 시카고전에서는 3점슛 7개를 포함해 31득점을 퍼부으며 시카고 수비를 농락했다.

워리어스의 상승세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안드레 이궈달라의 희생이다. 득점력과 수비력을 두루 갖춘 이궈달라는 지난 2004년 NBA데뷔 후 758경기에서 모두 주전으로만 나선 엘리트 선수다.

하지만 스티브 커 감독은 이번 시즌 벤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궈달라에게 식스맨을 이끄는 역할을 맡겼다. 이궈달라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모두 식스맨으로 나서며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만약 이궈달라가 개인 기록을 위해 주전 출전을 고집했다면 골든스테이트의 팀워크에 균열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골든스테이트는 오는 9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원정경기를 마치면 휴스턴 로케츠, 댈러스, 멤피스 그리즐리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등 서부컨퍼런스의 강팀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이번 시즌의 첫 번째 고비인 셈이다. 팀 창단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골든 스테이트가 이 고비를 넘기고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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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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