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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울 미(美)는 머리에 양의 뿔이나 털로 장식한 투구를 쓴 사람의 형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美 아름다울 미(美)는 머리에 양의 뿔이나 털로 장식한 투구를 쓴 사람의 형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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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울 미(美, měi)는 갑골문에서 보듯 양 양(羊)과 팔을 벌리고 선 사람을 나타내는 큰 대(大)가 결합된 형태이다. 갑골문을 보지 못한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양이 커서 아름답다고 해석했고, 이 때문에 이런 속설이 널리 퍼졌지만, 갑골문의 양(羊)과 미(美)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양(羊)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이 주장은 힘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미(美)의 윗부분은 머리에 양의 뿔이나 털로 장식한 투구를 쓴 사람의 형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울하면서도 깊이 있는 미적 세계를 추구한 루쉰(鲁迅)도 일찍이 아름다울 미(美)자에 대해 "모자를 쓴 아주머니(戴帽子的太太)"라고 해석한 바 있다.

비록 큰 양을 바로 아름다움으로 여긴 것은 아니라고 해도, 양으로 장식한 투구를 쓴 것이 아름답다고 여겼다면 고대인들이 양을 장식의 도구로 여길 만큼 아름답게 여겼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양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미각(味覺)적으로도 빼어났던 모양이다. 그래서 혹자는 양을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美食)에서 아름답다는 의미가 생겨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성어에 견주어보면, 개고기보다는 양고기가 확실히 귀하고 맛있게 여겨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미의 풍격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의 4대 미인을 평하면서 흔히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시는 청아하고 수려하면서도 편안한 아름다움(寫意之美)을, 양귀비는 풍만하고 복스러우면서도 귀티 나는 아름다움(富態之美)을, 왕소군은 굳은 절개와 기개의 아름다움을, 초선은 고운 자태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楚楚動人)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十全十美) 사람이 없는 것처럼, 중국의 4대 미인에게도 저마다 한 가지씩은 결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서시는 발이 컸고, 초선은 눈이 한쪽은 크고 한쪽은 작은 짝눈이었다. 왕소군은 어깨가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았으며, 양귀비는 겨드랑이의 체취가 심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상대방의 곰보 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情人眼里出西施)"는 중국 속담처럼 아름다움은 애정 어린 눈길과 따뜻한 관심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무지개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양의 뿔과 부드러운 깃털에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고, 버려진 곳의 누추함에도, 시들어가는 나뭇잎에도, 심지어는 일그러지고 추한 곳에도 얼마든지 피어날 수 있다. 그곳을 향한 따뜻한 시선만 있다면 말이다.


태그:#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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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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