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설에 휩싸인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가 JTBC <비정상회담> 등 출연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불륜설에 휩싸인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가 JTBC <비정상회담> 등 출연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 JTBC


JTBC <비정상회담>에 기미가요 논란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스캔들이 터졌다. 바로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의 불륜설. 그동안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곽막희' '유생' 등의 별명이 붙었던 그였기에,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실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네스가 결혼한 사실을 숨긴 채 접근해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인터넷에 올린 모바일 메시지 등은 그가 그토록 주장하던 이슬람 문화권의 사고방식에 반하는 것이었다. 결국 대중의 비난을 의식한 에네스 카야는 <비정상회담>에서 하차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비정상회담>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 출연진들을 찾는 방송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에네스 카야는 <비정상회담>뿐 아니라 다른 방송들의 출연도 모두 중지하며 피해를 주고야 말았다. 이번 논란은 그만큼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이전에 <비정상회담>이 기미가요를 삽입했을 때도 논란이 거세긴 했지만,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문제를 뒤흔들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제작진의 실수였고 이는 출연진들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없었다.

<비정상회담>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바로 출연진들의 가면이 벗겨졌을 때다. 시청자들은 출연진들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에네스 카야는 '비정상' 중에서 가장 한국어에 능하고 한국사람보다 더 유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간 여러 가지 사안이 토론 주제로 다뤄졌는데, 그때마다 에네스 카야는 극보수적인 의견을 던지며 다소 강한 의견을 어필했다. 동성애부터 자녀들의 음란영상 문제, 또는 딸의 통금시간까지, 에네스는 시종일관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왔다.

캐릭터에 반하는 논란인 만큼 시청자들의 배신감 커져

다소 딱딱한 그의 말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슬람 문화권의 터키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그런 딱딱한 기준들이 그의 캐릭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에네스의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의 캐릭터는 <비정상회담>에서 꽤나 흥미로운 역할을 해냈다.

예능에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그 예능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자신의 실제 성격과 가치관에 근간하는 캐릭터라면, 그 화제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비정상회담>이 화제의 중심에 오른 이유가 바로 이 캐릭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주목받았던 출연자 중 한 명이 사실은 캐릭터와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캐릭터를 배반한 것은 물론,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했던 말들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진심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자신은 그런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여길 수 있다.

출연진들의 이야기가 솔직할수록 프로그램은 환영을 받는다. 그 이야기는 어떤 사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찬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서로의 대립이 과격해질수록 갈등을 촉진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그런 그림 속에서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런 긴장감이 11개국 청년들이 토론을 벌이는 <비정상회담>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었다.

이런 긴장감을 창출해 내는데 에네스의 역할은 컸다. 21세기에 19세기 기준을 가지고 유창한 한국어로 다른 인물들과의 설전을 나누던 캐릭터가 파괴된 지금, 그의 하차는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그들의 캐릭터를 믿고 있던 시청자들이 앞으로 <비정상회담>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를 얼마나 진실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자신의 잘못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까지 바꾼 에네스 카야의 책임은 그래서 더욱 막중하다. 이런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를 하고 떠나야 하는 것이 에네스 카야가 해야할 일이다. 그것이 그에게 성원과 지지를 보냈던 시청자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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