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헝거게임' 공식포스터 캣니스 역의 제니퍼 로렌스가 혁명의 상징인 모킹제이의 날개를 달고 있다.

▲ 영화 '헝거게임' 공식포스터 캣니스 역의 제니퍼 로렌스가 혁명의 상징인 모킹제이의 날개를 달고 있다. ⓒ 라이온스게이트


영화 <헝거게임> 3부작의 대단원을 장식할 최종편 <헝거게임: 모켕제이>가 11월 개봉했다. <인터스텔라>나 <퓨리> 등 다른 경쟁 대작들에 비해 국내에서의 화제성은 상대적으로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 소설과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헝거게임: 캣칭파이어> 팬들의 지지를 업고 여전히 예매율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시리즈 1, 2편에서는 판엠 정부가 조성한 세트장이 배경이었다면, 이제 무대는 판엠 열세 구역 전부가 되었다.

<헝거게임>은 당초 제니퍼 로렌스, 조쉬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등 신인 유망주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시리즈다. 소설 원작보다는 하이틴 로맨스의 색이 옅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어린배우들의 기용과 테일러 스위프트, 로드 등 하이틴 스타들의 OST 작업 등으로 인해 여타 디스토피아 영화들보다는 작품 외적으로 산뜻하다.

캐릭터의 평균 연령대가 높고 일상적인 감정보다 전쟁의 심각함이 지배적인 <반지의 제왕>과, 십대 등장인물들이 주로 등장해 절대악과의 싸움 중에도 우정과 사랑 등 일상적 이야기까지 담은 <해리포터>, 그 중간쯤 되는 분위기를 띠는 것이다. 다만 <모킹제이>에서는 내용상 정부와 반군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배우진에는 고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줄리언 무어 등 중견급 스타들이 합세해 전편에 비해 영화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혁명의 중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캣니스

영화 '헝거게임'의 스틸컷 게일 역의 리암 헴스워스와 캣니스 역의 제니퍼 로렌스

▲ 영화 '헝거게임'의 스틸컷 게일 역의 리암 헴스워스와 캣니스 역의 제니퍼 로렌스 ⓒ 라이온스 게이트


첫 번째 시리즈 <판엠의 불꽃>에서는 판엠의 세계관과 '헝거게임'을 소개하고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가 가진 영웅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시리즈 <캣칭 파이어>는 캣니스로 인해 혁명의 조짐이 확산되자 캣니스를 두고 벌어지는 정부와 제 3세력의 암투를 그렸다. 마지막 시리즈인 본편 <모킹제이> Part.1에서는 제 3세력의 정체가 드러나고 캣니스가 혁명의 중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냉엄하고 참혹한 전쟁이 시작된다.

따라서 본편의 핵심은 '여주인공의 영웅으로서의 자각과 내면적 성숙'이다. 그러나 영화 내에서 여주인공과 주제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와 달리 캣니스는 의도치 않게 반정부 세력이 된 인물이다. 영화 초반 반군 대통령 코인과의 갈등이 바로 캣니스의 '영웅으로서의 비(非)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등 떠밀리듯 혁명의 상징 '모킹제이'가 된 캣니스는 영화 내내 자신의 위치와 전쟁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한다. 물론 비극적 참상을 마주하면 절망하고 격분하지만 적극적으로 전의를 불태우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주변인물들이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혁명의 상징으로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영화 '헝거게임'의 스틸컷 캣니스 역의 제니퍼 로렌스와 코인 반군 대통령 역의 줄리안 무어

▲ 영화 '헝거게임'의 스틸컷 캣니스 역의 제니퍼 로렌스와 코인 반군 대통령 역의 줄리안 무어 ⓒ 라이온스게이트


문제는 이 과정이 영화 내내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이어져, 캣니스가 실제로 내적 성숙을 이루고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을 다지는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통 받는 반군세력과 피지배 구역 주민들에게 연민을 느끼다가도,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피터의 안위에만 집중해 감정적이고 변덕스럽게 행동하는 모습 역시 관객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또한 그가 정부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는 계기가 된 마지막 장면은, 그동안 겪은 온갖 끔찍한 사건들 속에서도 공포와 연민, 사사로운 분노만을 고수하던 캣니스가 성격적 전환점을맞이하는 계기로서는 임팩트가 불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본편이 최종회의 전반부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헝거게임' 시리즈의 전체 내용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15년 <헝거게임: 모킹제이> Part.2가 개봉한 뒤를 기약해야 할 것이다.

'헝거게임' 속 반정부는 사랑, 우정 같은 추상적 가치보다 인간으로서의 '자유권' 쟁취를 위한 실리를 따지며 캐피톨 정부만큼이나 정치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주인공인 캣니스 역시 단순히 반정부의 선전용 꼭두각시로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예측 역시 가능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혁명의 선두에 서게 된 캣니스가 어떻게 전쟁의 끝을 맺을지, 그의 불확실한 사랑이 어떻게 결말을 맞을지, 혁명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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