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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님과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서희입니다. 지난 22일 방송된 <무한도전-쩐의 전쟁2>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방송이 끝날 즈음에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알바 채용한 <무한도전> 멤버들, 최저임금 지켰을까요?

무한도전 <쩐의 전쟁2> 이번 <쩐의 전쟁2>에서는 직원 채용시 임금은 자본금에서 차감하고 2014년 기준 최저임금 시급 521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무한도전 <쩐의 전쟁2> 이번 <쩐의 전쟁2>에서는 직원 채용시 임금은 자본금에서 차감하고 2014년 기준 최저임금 시급 521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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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2>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본금 100만 원으로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내라는 제작진의 미션을 받았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게 목표였지요. 각 멤버들은 직원을 채용할 수 있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생겼습니다. 정형돈씨와 노홍철씨를 제외한 멤버들에게는 게스트가 따라 붙었습니다. 멤버들이 고용한 알바들이었죠.

그런데 방송 말미, 게스트들이 24시간 동안 <쩐의 전쟁2>를 녹화하면서 최소한 12시간 이상은 일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이 받은 급여가 너무 적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MBC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난 15일 방송된 <쩐의 전쟁2> 첫 번째 이야기를 다시 봤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게스트들과 어떻게 근로계약을 맺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직원 채용 가능 단, 직원 채용 시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라며 '직원 채용시(2014년 기준) 최저임금 시급 5210원 이상 지급'이라는 단서를 붙였습니다(2015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입니다). 사실 이 자막이 나왔을 때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뭔가요? <무한도전> 팬인 저의 '혹시나' 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호소할 길 없는 갑의 횡포 최저임금 위반은 노동청에 신고하고, 산재 미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면됩니다.
▲ 호소할 길 없는 갑의 횡포 최저임금 위반은 노동청에 신고하고, 산재 미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면됩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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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와 박명수씨는 알바에게 일당 5만 원을 지급했습니다(다른 멤버들은 게스트들에게 얼마를 줬는지는 방송에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받은 임금은 정당했을까요? 한번 계산해보았습니다.

박명수씨는 DJ 철수씨를 일당 5만 원에 고용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장사를 개시했고, 오후 11시에 끝냈습니다. 총 13시간 30분을 일하고 5만 원을 받았는데, 쉬는 시간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7만335원(5210원×13.5시간)의 돈을 받아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 노동에 30분씩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하면, DJ 철수씨가 쉰 시간은 총 1시간 30분. 즉 12시간 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6만2520원(5210원×12시간)을 받아야 합니다. 박명수씨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것이지요. 

하하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씨는 미노씨와 오전 9시부터 일을 하고 오후 11시에 마감을 했습니다. 14시간 일을 했다고 하면 7만2940원(5210원×14시간)을 지급받아야 합니다. 물론 미노씨는 방송에서 일이 힘들었다고 항의, 1만 원을 더 받아 일당 6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그렇다해도 하하씨는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자가 됩니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최저임금법 28조).

물론 '게스트들이 촬영 시간 내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예를 들어 미노씨가 호박식혜를 패트병에 나눠 담는 시간)이나 대기 시간(고명환씨가 푸드 트럭에서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이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미노씨는 소시지를 구우면서 숯불에 머리가 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에 하하씨는 머리하라고 6000원을 추가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건 산재보험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입니다. 실제로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단 하루 한 시간을 일하다가 다쳤어도 치료비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부상이더라도 치료비 전액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알바 지켜주는 근로계약서, 무도에 왜 없는지...

악수로 입금협상을 하고 있는 유재석씨와 남창희씨 근로계약서는 서면으로 2부 작성하고, 사업주는 그 한 부를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 악수로 입금협상을 하고 있는 유재석씨와 남창희씨 근로계약서는 서면으로 2부 작성하고, 사업주는 그 한 부를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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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를 알바로 채용한 유재석, 하하, 박명수, 정준하씨가 보여준 사업주로서의 모습도 방송을 보는 내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우선, 유재석씨는 게스트인 남창희씨에게 시급 7000원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남창희씨가 매출의 20%를 인센티브로 요구해 급여를 다시 조정하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시급 6000원, 인센티브 10%' 안으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근로자는 각각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1부씩 나눠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은 악수로만 합의하고 말았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근로기준법 17조)에 처하게 되는데도 말이죠.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의 경우처럼 한 개인이 일회성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는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긴 합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주는 노동자를 고용할 때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사업주를 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무한도전>이라면 멤버들이 자진해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피해를 입은 많은 알바노동자를 봐왔기 때문입니다(설마 썼는데, 편집된 건 아니겠지요?).

제가 일하는 알바노조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하는 사업은 세 가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운동, 알바 노동 상담, 노동인권 교육입니다. 정식으로 노동법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1년 넘게 일하면서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압니다. 그것은 바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과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전화 혹은 홈페이지로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알바)들의 상담이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옵니다. 상담 중에 저희가 항상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근로계약서를 쓰셨냐?'는 질문입니다. 그 중의 90% 이상이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친구 고명환씨와 일을 시작한 정준하씨의 태도도 이해 불가였습니다. 고명환씨는 자신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정준하씨는 "내가 잘 챙겨줄게"라고만 할 뿐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알바노동자'라고 적힌 자막을 기대하겠습니다

DJ철수 씨는 아르바이트'생'인가요? 무한도전에서 앞으로 자막을 '알바생'이 아닌 '알바노동자'라고 표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DJ철수 씨는 아르바이트'생'인가요? 무한도전에서 앞으로 자막을 '알바생'이 아닌 '알바노동자'라고 표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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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드립니다. 다음 주에 있을 무한도전의 <극한알바> 편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무한도전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보면, 유재석씨는 탄광에서, 박명수씨는 63빌딩 외벽에서 일합니다. 정형돈씨는 굴까기를 하고, 하하씨는 택배물류센터에서 짐을 나르며, 정준하씨는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겐 하루 알바일지 모르지만, 이 일들을 업으로 여기며 오랜기간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바노동자들입니다. 반면 '알바생'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학생의 의미가 강해 보입니다. <쩐의 전쟁2>를 보면서 게스트로 출연한 미노씨와 DJ철수씨에게 붙은 '알바생'이라는 자막이 불편했던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알바노조로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는 사업을 하다가 접은 40대 중년도 있고, 고등학생을 키우며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심지어 정년퇴직을 하고 환갑이 넘어 식당에서 일하다가 해고되어 연락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건 부적절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알바' 혹은 '알바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무한도전>에서도 앞으로는 '알바노동자'라는 표현을 쓰셨으면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김태호 PD님과 <무한도전>의 힘을 보여주세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강서희님은 알바노조 홍보팀장입니다.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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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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