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구단 최초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쥔 성남 FC 덕분에 일요일 FA(축구협회)컵 결승전에서 타오른 불씨가 고스란히 올 시즌 프로축구 마지막 야간 경기로 옮겨 붙었다. 쌀쌀한 날씨가 예상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축구가 인천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다. 축구장의 팬심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성남 FC, 긴장하라 인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 성남 FC (26일 수요일 19시 30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9위(39점, 8승 15무 13패, 33득점 45실점 -12)
- 성남 11위(34점, 7승 13무 16패, 30득점 39실점 -9)

먼저 주목되는 경기는 기적의 우승 컵을 들어 올린 성남 FC의 인천 원정 경기다(오는 26일 수요일 19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여러 불리한 조건을 딛고 FC서울을 승부차기로 물리치고 우승한 성남 FC의 기세가 뜨겁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홈팀 인천 유나이티드보다 원정팀 성남 FC의 동기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FA컵 결과만 놓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아하겠지만 성남의 올 시즌 성적은 최악이나 다름 없다. 단 두 경기만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에서 11위에 내몰려 있으니 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에 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한다는 '자존심'의 문제다.

36경기를 치르며 34점을 얻고 있는 성남보다 한 계단 위의 순위표는 경남 FC(37경기 36점)가 차지하고 있지만 한 경기를 덜 치른 형편이니 성남 입장에서는 이 마지막 두 경기를 통해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이 당연한 셈이다.

반면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부 리그 잔류를 확정 짓는 것이어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양 팀 맞대결 기록에서 성남 FC가 상대적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1승 2무(3득점 1실점)로 앞서고 있기에 묘한 분위기 속 명승부가 예고된다.

특히, 성남이 인천을 상대로 터뜨린 세 골 중 두 골을 슈퍼 서브 황의조가 넣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천에서도 드리블 속도가 매우 빠른 슈퍼 서브 진성욱을 기대하고 있기에 이 두 골잡이의 정면 충돌이 일어나는 후반전에 큰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비력을 놓고 봐도 성남 FC의 상대 우위가 눈에 띈다. 비록 순위는 낮지만 성남의 실점 숫자 36경기 39실점은 상위 스플릿에 가져다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짠물이다. 상위 스플릿에 턱걸이한 울산 현대(37경기 42실점)보다 실점이 적다는 것은 '곽해성-윤영선-임채민-박진포'의 포백 라인이 슈퍼 히어로 문지기 박준혁과 함께 얼마나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이들의 높은 벽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넘을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하다.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들(인천 유나이티드 이보 - 성남 FC 제파로프)의 섬세한 맞대결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이 찔러주는 공격 줄기에서 측면 공격이 피어나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날개 공격수들(이천수, 최종환, 문상윤)과 성남 FC의 날개 공격수들(김동희, 김태환)이 그 빈틈을 언제나 노리고 있다.

사실 인천과 성남의 이번 맞대결은 시민 구단의 한계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 남다른 시선도 느껴진다. 2010년 7월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안간 힘을 쓴 성남시가 최근에 이를 당당히 졸업하고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까지 가동할 정도로 알뜰한 살림을 해냈다. 그래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포함한 내년 구단 운영비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반대로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구단 매각설까지 나올 정도로 구단 운영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009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시민 구단의 장밋빛 미래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듬해부터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불어난 적자에 허덕이는 소식만 들려왔다. 인천시의 재정 지원이 끊기는 2016년만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년 살림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시민 구단 전환 첫해 FA컵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루어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도전장을 내밀며 힘차게 뻗어 나가고 있는 성남 FC와 언제 꺼질 지 모르는 파란 등불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맞대결은 이처럼 여러 이야기보따리가 담겨 있다. 이 보따리를 풀기 위해서는 약 10도 이하의 온도와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견디기 위한 방한복이 필수다.

또 하나의 타이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잡아라!

FC 서울 - 포항 스틸러스(26일 수요일 19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포항 스틸러스 3위 (57점, 16승 9무 11패, 49득점 37실점 +12)
- FC 서울 4위(54점, 14승 12무 10패, 40득점 27실점 +13)

전북 현대의 정규리그(K리그 클래식) 우승, 성남 FC의 FA컵 우승으로 두 대회 시상식이 이미 끝났다. 하지만 리그는 아직 마지막 라운드가 남아있다. 형식적인 잔여 경기가 아니라 중요한 타이틀이 걸린 맞대결이기에 한 경기도 놓치기 아깝다.

여기 또 하나의 빅게임이 준비되고 있다. 바로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한 마지막 티켓 한 장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3위 포항 스틸러스와 4위 FC 서울의 맞대결이다. 4위 팀의 홈 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 경기 결과만으로도 단번에 순위 뒤집기가 가능하다. 3점 차이가 나지만 골 득실차에서 4위 FC 서울이 1점 앞서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기 마지막 경기 일정이 오는 30일 일요일 낮 2시에 하나씩(포항-수원, 제주 유나이티드-FC 서울) 더 남아있으니 이 한 번의 맞대결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실제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다투는 당사자들끼리의 맞대결이니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홈팀 FC 서울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2014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고 준결승전에서 대회 우승 팀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에게 발목을 잡힌 것도 모자라 지난 일요일 성남 FC와의 홈 경기를 압도하지 못하고 FA컵까지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연장전-승부차기를 치르느라 지친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을 심리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이 경기 원정 팀 포항 스틸러스도 형편이 그저 그렇다. 지난해 더블(정규리그 우승, FA컵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 올 시즌에는 겨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기울어진 전력 때문이다. 토종 선수들의 뚝심과 제로 톱 전술의 유연성은 훌륭하지만 강팀이라는 이미지가 녹슨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포항은 이 경기에서 간판 수비수 김형일이 경고 누적 징계로 뛰지 못한다.

올해 정규리그 맞대결 기록을 살펴 보면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세 경기를 통해 겨우 두 골만 터졌을 정도로 초라한 공격이 문제였다. 더구나 홈팀이 골을 넣은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 보기 드문 결과다. 지난 4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원정 팀 포항이 1-0으로 이겼고, 9월 7일 스틸야드에서도 원정 팀 FC서울이 1-0으로 이겼다. 이토록 이상한 올해의 인연이 이 마지막 야간 경기에서도 이어진다면 홈팀 FC서울의 상처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물론, FA컵 맞대결 승부차기 승리, AFC 챔피언스리그 홈&어웨이 맞대결 승부차기 승리 기운이 FC 서울 쪽으로 쏠려 있기에 최용수 감독은 그 기운을 믿고 있다. 여기서 초미의 관심사는 올 시즌 재미를 좀 본 쓰리 백 시스템을 여전히 들고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응하는 포항의 스틸 타카가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은 수요일 밤 9시 반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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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남은 일정(11월 26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 인천 유나이티드 FC - 성남 FC(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9위(39점, 8승 15무 13패, 33득점 45실점 -12)
- 성남 11위(34점, 7승 13무 16패, 30득점 39실점 -9) *** 강등 플레이오프 위험 순위

◇ K리그 클래식 강등 위험군 순위표
9위 인천 유나이티드 36경기 39점
10위 경남 FC 37경기 36점
11위 성남 FC 36경기 34점
12위 상주 상무 37경기 31점

◇ 최종 38라운드 하위 스플릿 일정(11월 29일 토 14시)
☆ 상주 - 경남
☆ 성남 - 부산
☆ 전남 - 인천

◇ K리그 클래식-챌린지 승강팀 결정 방법
- K리그 클래식 최종 12위는 챌린지(2부) 강등 / 2014년 K리그 챌린지 우승 팀 대전 시티즌 승격 확정
- K리그 클래식 최종 11위는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 팀(안산 경찰청 - 광주 FC 맞대결 승자)과 승강 플레이오프(12월 3일, 6일 홈&어웨이)로 잔류/승격/강등이 결정됨

★ FC 서울 - 포항 스틸러스(서울월드컵경기장)
- 포항 스틸러스 3위 (57점, 16승 9무 11패, 49득점 37실점 +12) *** 3위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 FC 서울 4위(54점, 14승 12무 10패, 40득점 27실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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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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