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시장은 오는 26일까지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다. 실제로 FA를 신청한 19명의 선수 중 상당수는 저마다 구단과 1차 면담을 끝낸 상태다. 하지만 아직 계약서에 서명을 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자고로 FA협상이란 남녀 사이의 연애를 능가하는 '밀당작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1차 면담에서 바로 계약을 마무리하기 보다는, 서로 제시액을 교환하거나 계약의지를 나타내는 선에서 마무리될 때가 많다.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도 21일 구단과 1차 면담을 가졌다. 지난 2010년, 첫 번째 FA계약을 맺은 박용택은 4년 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기대에 부응했다. 과연 LG팬들이 사랑하는 '쿨가이' 박용택은 생애 두 번째 FA시장에서 자신의 원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 가치 증명한 첫 번째 FA계약

휘문고 시절부터 서울지역 최고의 좌타자로 이름을 날리던 박용택은 일찌감치 LG로부터 고졸우선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4년 후 고려대를 졸업한 박용택은 3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뛰어 들었다.

입단 첫 해부터 LG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한 박용택은 타율 0.288·9홈런·20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박용택의 한국시리즈 경험은 신인시절이 마지막이었다.

LG는 박용택의 2번째 시즌이었던 2003년부터 10년 동안 '6668587667'이라는 치욕적인 숫자를 남기며 깊은 암흑기에 빠져 들었다. 물론 팀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박용택은 LG를 대표하는 타자로 맹활약했다.

입단 3년째가 되던 2004 시즌에는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했다. 2005년에는 타율 0.280·15홈런·71타점·90득점·45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과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과 깔끔한 매너, 훤칠한 체격, 잘생긴 얼굴까지 두루 갖춘 박용택은 LG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2008년에는 어깨부상 후유증으로 부진하며 '찬물택(중요한 순간마다 찬물을 끼얹는 박용택)'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2009년 0.372의 화끈한 타율로 타격왕에 오르면서 '용암택'으로 거듭났다. 2009년을 기점으로 타격에 눈을 뜬 박용택은 2010년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LG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박용택은 LG와 계약기간 4년에 총액 34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에는 무려 총액의 절반이 넘는 18억 5000만 원의 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박용택의 꾸준한 활약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LG구단은 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매년 떨어지는 홈런과 도루, FA계약에 영향 미칠까

LG는 박용택의 활약을 반신반의했지만 박용택은 지난 4년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구단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박용택은 4년 동안 모두 타율 3할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계산하면 6년 연속 3할이다. 안타는 연평균 148개를 때려냈다.

박용택은 FA계약 기간 동안 매년 110경기 이상 출전했고 4년 동안 타율은 점점 높아졌으며 안타 역시 늘어났다. 2개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고 작년과 올해는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그야말로 FA 모범생의 교과서 같은 활약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의 활약을 생각해 보면 LG는 박용택을 붙잡기 위해 거액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LG를 포함한 각 구단이 박용택에게 섣불리 대형계약을 안겨주기는 쉽지 않다.

일단 내년이면 37세가 되는 박용택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노장에 접어든 박용택과 4년 계약을 체결한다면 그의 40세 시즌까지 보장해 줘야 한다. 가뜩이나 노장이 많은 LG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박용택의 경쟁력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박용택은 LG입단 당시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5툴 플레이어(정확성, 장타력, 주력, 수비범위, 강견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박용택의 홈런은 FA계약 기간 동안 점점 떨어져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올해도 9개에 그쳤다. 도루도 2012년(30개)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11도루 9실패로 성공률이 55%에 머물렀다. 수비범위 역시 정상급으로 분류하긴 힘들고 부상 후유증이 있는 어깨는 외야수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약한 편이다.

지금의 박용택은 타격의 정확도가 매우 뛰어난 '극강의 1툴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대형 FA계약을 맺은 것처럼 활용범위가 제한적인 선수는 FA시장에서도 큰 대우를 받기 어렵다.

LG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13년 동안 한 팀에서만 선수생활을 한 박용택은 누구보다 LG에 대한 애정이 깊은 선수다. 지난 2010년 섭섭한 FA계약을 맺은 후에도 박용택은 "4년이 아니라 평생 LG맨으로 남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팬들 사이에서의 신뢰 또한 절대적이다.

하지만 FA계약은 과거 활약에 대한 포상이 아닌 미래의 활약에 대한 기대로 맺는 계약이다. 약점과 강점이 공존하는 박용택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2번째 FA시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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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트윈스 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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