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의 한 장면.

영화 <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후크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봄>은 그간 빠른 호흡, 자극적인 소재 중심이던 한국 영화계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작품이다. 수려한 영상미와 함께 영화는 시종일관 인물들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며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많은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봄>은 그 안에서 치열하게 생을 살아갔던 인물들에 천착했다. 영화는 세 캐릭터를 교차시키며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중풍으로 인해 피폐해진 뛰어난 조각가 준구(박용우 분), 준구에게 삶의 의미와 예술에 대한 동기를 다시 심어주려는 아내 정숙(김서형 분), 그리고 조각 작품을 위해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이유영 분)이다.

인물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 여전히 펄떡이는 예술혼을 지녔음에도 병든 육체로 인해 영혼마저 잠식당한 예술가와 아름다운 육체와 눈빛을 가졌음에도 가난과 가정 폭력에 마음이 상한 여인이 대구를 이룬다. 또한 그 중간에서 매개가 돼 양쪽에 자극이 되는 정숙의 존재 또한 의미가 크다.

아프면서도 애틋하다. <봄>이 지닌 매력은 우리가 살면서 관습적으로 접했던 그 흔한 치정 멜로의 함정을 거부하고, 오롯이 캐릭터들이 서로의 존재를 존중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일인지, 판타지인지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예술이 되기 위해 알몸을 보인 한 젊은 여인은 조각가의 눈에선 다시 찾은 삶의 이유이자 동력이었다. 그랬기에 민경의 몸이 아닌 마음과 영혼을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봄>의 한 장면.

영화 <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후크


김서형의 변신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간 드라마에서 다소 강하고 억센 여성상을 연기했었지만 정숙을 통해 김서형은 또 다른 내면을 선보인다. 이름대로 정숙한 아내이면서 1960년대를 관통하듯 그 시대의 여성상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영화 말미 달빛을 받으며 시골길에서 홀로 무용 동작을 하는 정숙의 모습은 그 당시 여성들의 품고만 있었지 끝내 실현하지 못했던 꿈을 상징하는 듯 해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이 미술감독으로 꽤 오랫동안 활동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봄>에 등장하는 영상미가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26년>에 출연했던 한혜진, 배수빈, 진구, 임슬옹의 모습을 영화에서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박용우 김서형 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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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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