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드라마는 작가의 영역이라 불리는데, 그의 작품이라면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될 정도의 작가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일부 작가들은 자신들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이른바 '김수현표' '노희경 표' '소현경 표' '김은숙 표' '박지은 표' 등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제 그 대열에 작가 박혜련이 뛰어들었다. KBS 2TV <드림하이>를 거쳐, 화제작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최종 시청률 23.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후, 그는 많은 이들의 관심 리스트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단 몇 편의 드라마들로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든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 또한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특정 직업군 설득력 있게 그려낸 <너목들>, 인기몰이는 당연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포스터

▲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포스터 ⓒ SBS


연일 수많은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장악(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알찬 속내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드라마들은 아쉽게도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연기, 극본, 연출 등에서 단 한가지만이라도 충족될 경우 '그만하면 됐다' 할 너그러움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3년 방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위의 요소들을 두루 지닌, 꽤나 괜찮은 드라마들 중의 하나다. 장혜성(이보영 분), 박수하(이종석 분), 민준국(정웅인 분) 등의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법정 안팎의 현실을 비교적 섬세하게 파헤친 박혜련 작가의 극본, 공포와 코믹을 자연스레 표현해 낸 조수원 PD의 연출까지. '잘되는 것에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인기 요인은 딱 잘라 하나로 말할 수 없다. 똑똑하지만 실제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생활의 주인공 장혜성, 다른 이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초능력의 소유자 박수하, 사이코패스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또 다른 피해자였던 민준국 등, 등장인물들의 갖가지 사연은 드라마가 촘촘하고 밀도 높게 완성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이른바 '병원에서 연애', '사무실에서 연애', '학교에서 연애', '법정에서 연애' 식의, 우리네 드라마들의 행태를 비꼰 공식에서 조금은 벗어나, 특정 직업군을 군더더기 없이 '비교적' 제대로 그려냈다는 것에 있다.

진실하고픈 사람들의 이야기 <피노키오>, 그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한 장면.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한 장면. ⓒ SBS


이제 막 시작된 박혜련의 신작 <피노키오> 또한 특정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기자들의 세계다. 잘못하면 펜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피노키오'라는 가상의 증후군이 동원되었다. 거짓말을 하는 순간 가차 없이 딸국질을 해대는 것이 그 증세로, 극 중에서는 43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는 식으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초능력 설정이 그랬듯, <피노키오>의 장치들 또한 극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없이 좋은 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아니 하는 날에는 바로 표가 나버려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전하는 세상 이야기. 자의건 타의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이상향으로서의 언론의 모습이 아니던가.

다만 우려되는 것은, 전자의 그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즉 전지전능한 느낌의 주인공을 통해 훔쳐보기의 즐거움(?)을 제공한 반면, 이번에는 능력보다는 오히려 핸디캡이라 할만한 '딸꾹질'이 매개가 되어, 자칫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더구나 43명 중 한 명이 그러한 신드롬의 주인공들이라니, 짜증의 빈도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 드라마가 '진실'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방식에 있다. 그것에 대한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사실은 극명히 다를 수 있는데, 자칫 우리가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딸꾹질'은 당사자의 진실성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거짓을 말할 때 뿐 아니라, 분명히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 사실을 진실이라 믿을 때도 그러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피노키오>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상당부분 이미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이 여전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지극히 현실적이며, 뼈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정확히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당장 어제 오늘 세상을 달군 뉴스들만 보아도 그렇다. 도처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들이 가득하고,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일방의 이야기들만이 세상을 자극하고 있으니! <피노키오>를 다 보고 나면 그러한 아쉬움이 조금은 풀릴 수 있을까. 기대하며 지켜봐야할 이유는 많다.

소위 인기작가들의 작품에서 기대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계속 진화하는가, 자신들의 작품들 간에 변별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전작을 답습하거나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저 서성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인기작가의 반열에 서서히 오르고 있는 박혜련. <피노키오>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한껏 넘어서기를 바라게 되는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큰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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