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군단이 사상 최초로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의 자리를 재확인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3회에 터진 장단 11안타로 11점을 뽑아낸 타선의 응집력과 선발 윤성환의 호투에 힘입어 넥센 히어로즈를 11-1로 꺾었다.

이로써 삼성은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며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7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는 프로야구 33년 역사에서 처음 나온 기록으로 삼성은 자신들의 왕조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

지친 넥센 마운드 초토화한 삼성의 자비 없는 강타선

통합 4연패까지 단 1승을 남긴 삼성은 박석민을 다시 5번으로 끌어 올리고 7번 중견수에 박해민 대신 김헌곤을 배치했다. 반면에 궁지에 몰린 넥센은 5차전의 라인업에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 3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의 '깜짝호투'를 선보였던 오재영은 팀을 위기에서 구해야 하는 특명을 받고 등판했다. 오재영은 1회에만 23개의 공을 던졌지만 야마이코 나바로와 채태인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2차전 승리투수(7이닝 1실점) 윤성환은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큰 타구를 맞긴 했지만 김헌곤의 호수비에 도움을 받았다. 이후 이택근을 삼진, 유한준을 내야 플라이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2회까지 많은 투구수(45개)에도 좋은 내용을 이어가던 오재영은 3회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무너졌다. 삼성은 이지영의 안타와 오재영의 실책, 박한이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채태인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2점을 선취했다(2-0 삼성리드).

삼성의 뜨거운 방망이는 오재영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에도 식지 않았다. 5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최형우는 넥센의 2번째 투수 문성현을 상대로 주자 2명을 불러 들이는 장타를 터트렸다(4-0 삼성리드).

넥센도 맥없이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넥센은 4회말 공격에서 서건창의 안타와 이택근의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4-1 삼성리드). 하지만 윤성환은 계속된 무사 2루의 위기에서 넥센의 중심타선을 차분하게 요리하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삼성은 6회초 공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은 이지영의 몸 맞는 공과 박병호의 실책으로 만든 무사 1,2루 기회에서 야마이코 나바로가 좌측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7-1 삼성리드). 나바로의 한국시리즈 4번째 홈런이었다.

삼성은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후에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삼성은 7회초 공격에서 대타 우동균과 나바로의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면서 넥센의 추격조 김대우에게 씁쓸한 가을추억을 안겼다(10-1 삼성리드).

삼성은 7회부터 심창민, 안지만, 임창용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차례로 투입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9회초에 나온 나바로의 적시타는 통합 4연패를 자축하는 안타였다(11-1 삼성리드). 삼성의 필승조는 점수가 크게 벌어진 탓에 홀드나 세이브를 챙기진 못했지만 대신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더 큰 선물을 받게 됐다.

윤성환 2선발 카드, 선발 2승으로 완벽하게 적중

12승7패 평균자책점 4.39. 준수하긴 했지만 아주 돋보였다곤 할 수 없는 윤성환의 정규리그 성적이다. 2009년 다승왕 출신에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윤성환은 한국시리즈 통산 3승 1.80의 성적을 자랑하는 '빅게임 투수' 장원삼을 제치고 삼성의 한국시리즈 2선발로 낙점됐다. 넥센의 중심타선에 우타자가 많은 점을 고려한 '야통'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였다.

그리고 윤성환은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활약으로 류중일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2차전과 6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윤성환은 13이닝 동안 단 2점을 내주는 눈부신 투구로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챙겼다(평균자책점 1.38).

경기 후반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접전이 많았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을 따낸 선수는 넥센의 20승투수 앤디 밴헤켄과 윤성환 밖에 없다(물론 삼성 마운드에서는 윤성환이 유일하게 선발승을 따냈다).

사실 윤성환은 구위가 썩 좋은 투수는 아니다. 빠른 공은 시속 140km/h 초반대에 형성된다. 하지만 윤성환은 주무기인 커브, 그리고 절묘한 제구력을 이용해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했다(실제로 윤성환은 2경기에서 볼넷을 단 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타선에서는 3회 채태인이 만루에서 2타점 결승타를 때렸고 최형우도 2타점 2루타로 초반 승기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회에 터진 나바로의 3점 홈런은 혹시나 하던 넥센의 희망을 꺾어버린 한 방이었다(나바로는 7회와 9회에도 중전적시타로 2타점을 추가했다).

넥센은 엔트리에 투수 10명만 등록하고 3선발 체제를 운영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불펜이 지치면서 삼성의 노련한 타자들을 넘지 못했다. 특히 5차전까지 시속 150km/h의 강속구를 뿌리던 조상우는 6차전에서 구위가 뚝 떨어지며 나바로에게 쐐기포를 맞고 말았다.

삼성은 '끝판대왕'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이 이탈한 상황에서도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치열했던, 그리고 아시안게임 일정 때문에 유난히 길었던 2014 한국 프로야구의 일정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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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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