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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노조키메> 겉표지
ⓒ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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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흔히 기담 또는 괴담이라고 말하는 그런 이야기들. 기담이라고 해서 단순히 기이한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저히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확 뒤집어 놓을 만한, 밤에 잠에서 깨면 그 장면이 떠올라서 자기도 모르게 오싹해지는 이야기를 말한다.

늦은 시간에 혼자서 골목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게 될만한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말한다.

"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냐?"라고 물어보면 별로 할 말은 없다. 그것이 자신의 취향에 맞을 수도 있고, 세상에는 정말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만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이한 이야기에 매료된 나머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괴담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학생의 기괴한 경험

일본 작가 미쓰다 신조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미쓰다 신조는 호러와 미스터리를 결합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인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일곱명의 술래잡기>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않은 작품들이다.

미쓰다 신조의 2012년 작품 <노조키메>도 그런 작품이다. '노조키메'는 '엿보는 눈' 또는 '엿보는 여자'라는 의미다. 누군가가 평소에 계속 자신을 엿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짜증나고 불쾌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엿보는 사람이 나이어린 여자라면 더더욱.

<노조키메>의 무대는 일본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작품의 시작은 1980년대 중반.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토쿠라 시게루는 여름 방학을 맞아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자연 속의 리조트에서 휴가 기분을 내며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겠습니까?'라는 문구가 그럴 듯 해서 지원하게 된 것.

시게루는 다른 대학생 세 명과 함께 그 리조트로 향한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차로 산길을 한 시간 반 가까이 달려야 나오는 리조트. 시게루와 동료들은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불안해진다. 산은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 기운을 내뿜는 것 같다. 학생들은 그래도 기운차게 일을 시작하지만, 그 중 한 명이 산속에서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되고 다른 학생들도 모두 그 기이함의 정체를 찾아서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상한 죽음. 이 산속에 어떤 저주받은 사연이 있는 것일까?

누군가 계속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에 괴현상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어찌보면 괴담에 얽힌 사연을 꼭 '논리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괴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포분위기를 느끼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그냥 '무서웠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괴상한 일은 어디까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이니까, 그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동시에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어느정도의 무서움을 감당할 마음을 먹어야 한다. 괴담과 기담을 원하는 단계에서, 그 독자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원하기 시작할 때, 그 독자는 스스로 괴이한 존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서움을 느낀다면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작가는 서두에서, <노조키메>를 읽으면서 '누군가 주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면 거기서 책을 덮으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에 이런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작가의 경고 따위는 무시해도 괜찮다. 오히려 한밤 중에 아무도 없는 방에서 조용히 읽어보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노조키메> 미쓰다 신조 지음 / 현정수 옮김 / 북로드 펴냄 / 1만 3800원 / 2014.10.22



노조키메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북로드(2014)


태그:#노조키메, #미쓰다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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