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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한문 앞 집회와 탈북자 사건, 세월호 사건 변론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대한변협에 징계개시를 신청한 것을 항의하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장경욱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민변 "검찰의 징계 신청은 공안탄압" 검찰이 대한문 앞 집회와 탈북자 사건, 세월호 사건 변론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대한변협에 징계개시를 신청한 것을 항의하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장경욱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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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7명의 징계 신청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윤웅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는 장경욱·김인숙 변호사의 경우 '진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 "부끄러운 정치검찰"... "민변, 도 지나쳤다").

"물론 (변호인이) 진술거부권을 안내해주고, 권유할 수 있지만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서까지는… 이런 건 변호인의 변론권을 넘어섰다."

그런데 검찰의 주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월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자신의 의뢰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거부하도록 하고, 신문 절차에 항의한 변호사를 강제로 조사실 밖으로 끌고나간 수사관들의 행위는 위법이라며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판결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우선 이번에 징계 위기에 놓인 장경욱 변호사가 당사자란 점이 눈에 띈다. 또 검찰이 내세운 징계 사유와 상황이 비슷하다. 게다가 검찰이 '그동안 문제가 많았지만 참아왔던' 사례로 꼽은 일심회 사건 때 일이다.

1심(재판장 조수정 판사) 판결문에 따르면, 2006년 11월 8일 장경욱 변호사는 북한 지령에 따라 '일심회'를 구성, 국가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장아무개씨의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기 위해 국정원 조사실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장씨는 2005년 8월 중국 방문 경위와 그해 9월 한국에 들어와 호텔카지노를 들어온 부분에 관해선 일부 사실이라고 진정하면서 변명하는 취지로 진술하기 시작했다.

'혐의와 관련 없다'는 자신의 항의에도 수사관이 계속 카지노 관련 질문을 하자 장경욱 변호사는 장씨에게 "향후 일체의 진술에 대해서 거부하라고 조언드린다"고 했다. 수사관들은 곧바로 '진술거부권 행사 권유는 수사 방해다, 양심을 갖고 실체적 진실을 다투자'면서 강하게 항의했고 장 변호사는 적법한 권유라며 언쟁을 벌였다. 그러자 국정원 수사관들은 장 변호사의 팔과 어깨를 양쪽에서 잡은 뒤 조사실에서 강제로 끌어냈다.

자백하려는 의뢰인에게 진술거부권 권유... 법원 "문제 없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 수사관들의 행동은 불법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의뢰인이 자백하려고 했지만 그것을 막은 장경욱 변호사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이의 제기는 적절한 범위에서 이뤄졌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언했으므로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가는 장경욱 변호사의 손해를 인정, 그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불복했다. 하지만 2심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법률상 문제가 없는 소액사건(청구금액 2000만 원 이하)이라며 정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6일 민변은 논평을 내 "소송에서 국가를 대표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줄기차게 '장 변호사의 국가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국정원의 수사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며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 진술거부권 등이 국정원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럼에도 불씨는 남아 있다. 법원은 '진술거부권 권유는 변호인의 변론권에 해당한다'는 대원칙을 거듭 확인시켜줬지만 "피의자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이란 단서조항을 달았다. 검찰은 이 점을 강조하며 민변 변호사들이 징계 대상이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해당 사건 변론을 끝까지 맡았다며 반박한다. 양쪽은 징계 개시 신청을 접수한 대한변호사협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태그:#민변, #검찰, #장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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