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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을 입고 소품을 챙기고
▲ 공연 1주일 전 의상을 입고 소품을 챙기고
ⓒ 마을극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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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마을 극단을 만들면 어떨까?'

2013년 12월 19일. 지역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동네 엄마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막연히 시작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 후, 마을 일을 하기 위해 서로 알아가며 견뎌낸 긴 시간을 보내고, 지난 7월 4일 '마을 극단 밥상'의 첫 공연을 올렸다. (관련기사: 우는 아이와 함께 만든 '마을극단', 이 정도인줄 몰랐다 )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올렸던 첫 '엄마가 차린 맛있는 공연', <이야기베개노래극1 : 해님달님>은 시민회가 운영하는 시장 골목 상가 2층 작은 도서관이 미어터지도록 동네 관객들이 찾았다. '젖먹이 애들을 업고 모인 엄마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기대보다 걱정으로 우리를 지켜봤던 동네 사람들은 관람료 천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공연이라며 응원해줬다. 더불어 마을극단 '밥상'도 "이만하면 성공적인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공연은 한 걸음 더

첫 공연은 '우리가 과연 될까?'라는 호기심으로 모두가 달려들었다. 극작과 연출은 물론 음악, 홍보물 디자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태프 일을 혼자 해내야 했던 첫 공연은 육체적으로 몹시 피로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했던 작업이었다. 두 번째 공연까지 이런 작업 방식을 이어가선 안 된다는 걱정도 있었다. 이에 두 번째 공연은 단원들과 함께 좀 더 체계적인 작업 방식을 찾기 위해 각자의 전공을 살려 스태프 일을 나누어 맡았다.

한장짜리에서 4페이지로 팸플릿도 발전한 두번째 공연
▲ 공연 팸플릿 한장짜리에서 4페이지로 팸플릿도 발전한 두번째 공연
ⓒ 마을극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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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단순한 구성의 20분 남짓의 짧은 노래극에서 노래가 일곱 곡이나 들어가는 30분이 넘는 뮤지컬로 만들었다. 기본 멜로디만 작곡해 뮤지컬 작곡자인 친구에게 편곡을 맡겼던 지난 작업에서 한 단계 나아갔다. 편곡까지 극단 내부에서 곡을 소화하기 위해 밤새 작곡자와 공부하며 작업 한 끝에 우리만의 뮤지컬 넘버(곡)가 완성됐다. 여기에 한국 무용과 탭댄스를 전공한 엄마들이 합세해 역동적인 안무가 만들어졌다.

간단한 대사와 합창, 동선으로 이뤄졌던 첫 공연과 달리 장면 장면을 노래와 안무로 연기하는 '뮤지컬'이 만들어지자 배역을 맡은 엄마들의 연습량은 배가 됐다. 난생처음 배우를 해본 엄마부터 배우 경험이 있는 엄마들까지... 연습과 더불어 육아와 살림, 남편과 '시월드'의 눈치까지 견뎌내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막연한 호기심과 못다 한 꿈에 대한 미련으로 만들었던 처음 공연과는 또 다른 작업이었다. 첫 공연보다 어려운 장면을 만들어가며 비로소 배우로서, 작업자로서의 고민을 시작했다. 또 마을극단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극단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었다.

2013년 12월 첫 모임 당시, 이왕이면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극단을 꿈꾼다는 내 이야기에 대부분은 생소한 '협동조합' 방식에 갸우뚱했고, 거부감도 보였다. 그러나 처음을 이뤄낸 후 두 번째를 맞이하자 단원들은 '3년의 계획, 10년의 구상, 30년의 전망'을 갖고 협동조합 형태의 극단을 그려나가고 싶다는 내 그림을 조금씩 헤아려주기 시작했다.

공연 그 이상의 꿈

현재는 단순한 친목 도모의 동아리를 넘어 외부 공연까지 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극단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 고민 중이다. 서로의 의견 차이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부단한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무대처럼 우리의 미래도 연습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마을극단 '밥상'은 공연을 만드는 것 그 이상의 꿈을 꾼다. '엄마'라는 이름 외에 또 다른 이름의 모습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옛이야기의 지혜 속에 오늘을 사는 내 이야기를,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대의 고민과 이를 어루만져 주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도 담아내고 싶다. 이런 시간이 아이들과 엄마들 개인의 성장에, 마을이 보다 큰 울타리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우리는 마을극단 밥상의 두 번째 집밥을 짓고 있다.

지난봄 <해님달님>을 준비할 때의 계획은 다음 작품으로 이 시대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님달님 그 뒤 엄마의 노래>를 기획해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창작극을 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 '옛것보다 더 나은 새것'을 만들기보다 옛것의 미덕을 충분히 담아내고, 옛이야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겨루기 한판을 벌이며 스스로 자랄 수 있는 마당을 만들기 위한 공연을 기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1회 공연인 '해님달님'과 같이 '이야기 베개 노래극'을 몇 편 더 이어가면서 콘텐츠와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연습풍경
▲ 연습하랴 애보랴 정신없이 돌아가는 연습풍경
ⓒ 마을극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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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나온 '호랑이'를 연결고리로 2편은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결정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고, 여러 출판사에서 그림책으로 나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라 흥미롭게 대본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판본과 그림책을 찾아 읽다 보니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통쾌하고도 뭉클한 이야기였다. 세상 천지에 혼자인 가난한 할멈이지만 호랑이와 맞서 자신을 지켜낸 용기와 지혜가 있었고, 자신과 함께 살아온 주위의 소소한 물건들을 식구처럼 아낀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파리, 밤톨, 자라, 개똥, 맷돌, 부지깽이, 멍석은 할멈과 함께 한 시간의 힘으로 마음을 모아 감히 대적할 수 없어 보이는 호랑이에게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대본 작업을 할 당시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방한하셔서 이 땅의 아픔을 위해 기도해주셨다. 작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작은 것에도 온 우주가 깃들어 있다는 석가의 가르침을 우리의 옛이야기도 담고 있음을 확인했다.

'용기'에서 '함께하는 힘'으로

첫 공연인 <해님 달님>을 준비하던 중 세월호가 침몰했다. 자신을 내어주면서까지 아이들을 지켜낸 엄마, 호랑이와의 꾀 겨루기에서 이긴 오누이를 공연 속에 담으며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두 번째 공연을 시작하는 늦가을이 왔지만, 아직도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고, 세월호의 진상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좌절과 분노의 힘마저 잃어버린 듯한 세상에 팥죽 할멈과 사물들이 '함께하는 힘'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 낳고 살림하며 아줌마로 지내다 극단을 만들고, 공연을 만들어내기까지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보다 나은 두 번째를 만들기 위해선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변두리 시장 골목의 무대이지만 평범한 동네 엄마들이 젊은 날의 열정과 지금의 소소한 일상, 내일의 꿈을 버무려 지어내는 작은 공연이 무엇으로든, 누구에게든 위로와 힘이 되고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라는 마을극단 밥상
▲ 마음과 시간을 나누며 자라는 마을극단 밥상
ⓒ 마을극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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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멈의 오랜 친구들이 자신들을 식구처럼 거두어준 할멈에게 전하는 용기와 위로의 대사를 모두에게 전해본다.

지게: 할멈이 작은 팥알 하나 심었는데 팥이 새끼를 엄청 쳤지?
할멈: 농사가 그래서 대단한 거 아니더냐.
멍석: 그 농사를 누가 졌어? 할멈이 졌지.
할멈: 에휴~, 그래도 난 호랑이 놈한테는 팥보다 더 못한 할멈이야.
맷돌: 어허, 또 한숨!
지게: 팥알이 얼마나 단단한지 할멈이 더 잘 알지?
할멈: 곡식 중에 제일 여물지.
멍석: 그 팥을 할멈이 키워냈잖아, 응?
할멈: 그래도 난...
멍석: 우리가 끝까지 같이 있어줄게.
할멈: 그러다 너희도 잡아먹히면 어쩌려고.
지게: 할멈이 호랑이보다 더 오래 살았지, 그치?
할멈: 내 나이가 벌써... 참 오래도 살았다.
멍석: 팥이 꽉꽉 들어차듯 할멈도 긴 시간 동안 뭔가를 채워서 살았다고 우린 믿어.
사물들: 우린 할멈의 시간을 믿어!

공연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며 바빠진 마음에 살림에 빈틈이 많아지고,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엄마들의 연습을 보며 아이들이 웃는다. 엄마가 지어낸 이야기와 노래를 아이들이 이어지어 부른다. 우리가 극단 <밥상>에서 꾸는 꿈이 아이들을 통해 더 행복하게 자라고, 또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 오는 5일 마을극단 밥상의 두 번째 공연의 막을 올린다.

포스터
▲ 팥죽할멈과 호랑이 포스터
ⓒ 마을극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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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제목 : 이야기베개노래극2 <팥죽할멈과 호랑이>

일시 : 2014년 11월 5일 3시, 5시 (뜨거운 응원에 3시 공연 추가)
얼마 : 엄마가 만든 공연이기에 엄마들(보호자1인까지)은 무료입장!
12개월 이상 아이들은 3,000원 입장. (보호자 추가 시 1인 1,000원)
장소 : 함께크는북까페 (5호선 상일동역 2번출구 고덕시장 내 백두쇼핑 2층)
문의 : 민희진 010-3125-9315, 정가람 010-5493-8394, 02-428-4686
참고 : 공연수익금의 10%는 강동구사회적경제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을기금으로 쓰입니다



태그:#마을극단 밥상, #팥죽할멈과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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