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이 떠났다는 비보가 알려진 27일, 저녁부터 SNS는 내내 침통한 분위기였다. 누리꾼들은 그가 처음 얼굴을 알린 <대학가요제> 영상 등을 함께 보며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누리꾼들이 공유한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영상 속 신해철은 상당히 앳된 모습이다. 유치원 때부터 어울린 친구들과 '무한궤도'라는 팀을 만들어 <대학가요제> 본선 무대에 오른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순서를 기다렸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딴 생각을 특별히 한 건 없고 빨리 집에 가서 엄마 얼굴을 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다.

이날 참가번호 16번, '무한궤도'는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그가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날이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에서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 MBC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에서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에서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 MBC


<대학가요제>에 첫 등장... 마왕에 오르기까지

누리꾼들은 각자 추모의 메시지를 덧붙여 그의 영상을 공유했다. 트위터 이용자 '@econo****''은 "마왕의 시작, 잘가라 마왕, 잘가라"라고 남겼고 '@ddaogi****'도 "가수 신해철이 끝내 죽었다고 한다, 대학가요제 사상 길이 남을 명곡 '그대에게'로 세상에 등장한"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진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jk_space)도 신해철의 노래를 연이어 듣고 있습니다, 마왕의 '신끼'가 느껴지는 노래들....그는 노래에 남(았)습니다"라고 추모했다.

동시에 <대학가요제>로부터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가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서울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추모콘서트에서 신해철은 머리를 삭발한 채 검은색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영상 속 침통한 표정의 그는 "노무현을 죽인 건 이명박, 한나라당, 조선일보가 아닌 바로 나와 우리들"이라며 "물에 빠진 사람(노무현 -기자주)을 구해주지 않은 죄책감을 오래 간직하자"고 말했다. 이어 전주가 흐르고 신해철은 눈가가 젖은 채로 '그대에게'를 절규하듯 부른다. 1988년 대학가요제 무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2009년 고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에 선 신해철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가 촬영한 영상 속 신해철은 지난 2009년 고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에서 '그대에게'를 열창했다.

▲ 2009년 고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에 선 신해철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가 촬영한 영상 속 신해철은 지난 2009년 고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에서 '그대에게'를 열창했다. ⓒ 미디어몽구


당시 현장에서 이 모습을 촬영했던 1인미디어 '미디어몽구'(‏@mediamongu)는 해당 영상을 올린 뒤 "제가 촬영한 신해철 영상은 이거뿐 이네요, 노무현 추모콘서트 때 피날레를 장식 했었던. 무대 위에서 한없이 울던, 독설을 날리던, 시민들 열광시킨 기억이 떠올라요"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몽구가 올린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이용자 ' ‏@na_h****'은 "눈물 나서 끝까지 못 보겠어요, 귀한 영상 감사해요"라고 썼고, '@fool09****'은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곳에서 못 다 이룬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라고 올렸다. 조국 교수(‏@patriamea)는 별도의 코멘트를 덧붙이지 않고 두 영상을 모두 공유하며 추모의 뜻을 표했다. 

또한 그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도 다시 회자 되고 있다. 신해철이 지난 2001년부터 11년 동안 진행한 <고스트스테이션>은 한 때 SBS에서 방송되다 중단됐고, 이후 인터넷 방송을 거쳐 다시 MBC에 자리 잡았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은 놔두고 진행자만  바꾸는 게 보통이지만 신해철은 달랐다. <고스트스테이션>은 신해철을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었다. '마왕'이라는 타이틀도 여기서 얻었다.

트위터에는 심야시간 마왕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란 '고스세대'들의 아쉬움이 넘쳐났다. 이용자 ''@hea****''은 "이비에스가 지겹던 밤마다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었다, 오랜 추억의 일부가 저물어버린 느낌이다"라고 남겼고, '‏@be_sensi****''은 "고 3시절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으며 묘한 희열을 느꼈다, 호기로운 오프닝도 좋았고 이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어쩌지 라는 조바심이 들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고스트스테이션>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꾸준히 올려온 팬 트위터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봇'(‏@gstation_bot)은 "마왕님 잘 가요, 우리의 영원한 피터팬"이라는 짧지만 여운이 긴 추모 글을 올렸다. 이어 "고스봇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사회 각계각층에 암약하다가 종국에 승리할 그 날까지 계속 이 자리를 지킬 겁니다. 그 때까지 우리 흩어지지 말고 뭉쳐 있기!"라고 올렸다. 

오랜 팬들은 비통한 반응이었다. '@kisn****'은 "믿을 수 없습니다, 젊은 시절 제 모든 것을 이끌던 두 가지가 정은임의 영화음악과 신해철 이었는데, 이젠 나머지 한쪽마저 가버리셨다"고 썼다. '‏@pajuju****'은 신해철의 노래 '굿바이 얄리' 가사를 옮긴 뒤 "덧없이 가버린 그가 참 아쉽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전했다.

신해철 무한궤도 노무현 대학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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