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팀 전북 선수들은 여러모로 이번 상대 팀 성남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 있다. 성남이 지난 19일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수원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믿기 힘든 동점 골을 터뜨리며 2-2로 수원의 발목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선두 전북과 2위 수원의 승점 차이가 7점으로 벌어졌다. 더구나 19일 경기 당시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린 성남의 간판 미드필더 제파로프가 마침 경고 누적 징계를 받아 뛰지 못한 것까지 생각하면 전북에겐 기회라 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시작 휘슬이 울리고 난 뒤 벌어진 양상은 달랐다. K리그 클래식 최하위권이라 할 수 있는 10위 성남이 1위 전북과 당당히 맞선 것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남 FC는 지난 22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FA(축구협회)컵 준결승전 전북 현대와의 방문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기고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5-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결승전에 올랐다.

성남 FC의 끈질긴 저항

K리그 클래식 순위표만 놓고 보면 싱거운 대결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이 복귀한 성남 FC 선수들의 조직력은 전북이 얕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공간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지며 전북의 '닥공'을 무력화한 것이다.

먼저 위협적인 슛을 기록한 것도 방문 팀 성남이었다. 경기 시작 후 7분 만에 간판 미드필더 김철호가 오른발로 전북의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위협한 것이다. 이렇게 성남 선수들의 독한 저항에 힘을 쓰지 못한 전북은 후반전부터 안방 팬들 앞에서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한 공격적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47분, 수비형 미드필더 정혁이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밀어준 공을 받은 이승현이 오른발 돌려차기로 골을 노렸지만 성남 문지기 정면으로 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최강희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56분에 공격수 카이오와 특급 미드필더 레오나르도를 동시에 들여보낸 것이다. 그 덕분에 골잡이 이동국에 집중됐던 성남의 수비가 약간 느슨해졌다. 67분에 이동국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왼발 발리슛이 터진 것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득점 없이 후반전이 끝나기 직전 추가 시간에 레오나르도의 왼발 중거리 슛이 아찔하게 성남 FC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기도 했다. 바로 뒤에서 전북을 힘차게 응원하고 있던 서포터즈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북, 연장전에도 크로스바 불운... 결국

그렇게 득점 없이 정규 시간이 끝나고 연장전이 시작됐는데 단 2분 만에 전북은 또 한 번 더 크로스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레오나르도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린 공을 후반전 교체 선수 카이오가 재치있게 왼발로 돌려찼는데, 이 공을 성남 문지기 박준혁이 왼쪽으로 몸을 날려며 손끝으로 막아낸 것이다.

끝내 연장전 후반이 끝날 때까지 골은 터지지 않았다.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연장전 후반 추가 시간에 노련한 문지기 전상욱을 들여보내며 승부 차기에 운명을 걸었다. 부담감이 밀려오는 승부차기에서 전북의 레오나르도가 먼저 골을 성공하며 홀가분하게 출발했다. 성남도 공격형 미드필더 정선호가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김학범 감독의 전상욱 교체 카드가 쓸모없어 보일 정도로 양 팀 키커들의 정확도는 높았다. 네 번째 키커까지 모두 깨끗하게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에서 큰일이 벌어졌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전북의 이승기가 오른발 킥을 강하게 골문으로 날려보냈지만 어이없게 크로스바를 넘어간 것이다. 크로스바 불운을 겪은 그들이 정말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이어진 성남 FC의 마지막 키커는 주장 박진포였다. 침착하게 공에 다가가 오른발 인사이드킥을 오른쪽으로 낮게 찬 박진포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달콤한 승리였다. 전북 문지기 권순태가 방향을 잡고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공을 쳐내지 못한 것이다. 노련한 문지기 전상욱의 등장이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준 것이 틀림없는 결과였다. 이로써 성남 FC는 상주 상무와의 방문 경기를 1-0으로 이긴 FC 서울과 오는 11월 23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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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FA컵 준결승 결과(10월 22일 19시, 전주월드컵경기장)

★ 전북 현대 0-0 성남 FC [연장전 후 승부차기 5-4로 성남 FC 승리, 결승 진출!]
- 승부차기 결과(왼쪽이 홈 팀 전북)
1번 : 레오나르도 오른발 ○ / 정선호 왼발 ○
2번 : 카이오 왼발 ○ / 임채민 오른발 ○
3번 : 윌킨슨 오른발 ○ / 이창훈 오른발 ○
4번 : 이동국 오른발 ○ / 김동섭 오른발 ○
5번 : 이승기 오른발 × / 박진포 오른발 ○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
AMF : 이승현(56분↔카이오), 이승기, 한교원
DMF : 신형민, 정혁(56분↔레오나르도)
DF : 이재명(91분↔이주용), 윌킨슨, 김기희, 최철순
GK : 권순태

◎ 성남 선수들
FW : 김동섭
AMF : 김동희(80분↔윤영선), 정선호, 김태환
DMF : 이요한(112분↔김평래), 김철호(107분↔이창훈)
DF : 곽해성, 임채민, 장석원, 박진포
GK : 박준혁(120+1분↔전상욱)

★ 상주 상무 0-1 FC 서울 [득점 : 김주영]

◇ 결승전 일정(11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 성남 FC
축구 FA컵 전북 현대 성남 FC 김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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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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