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와의 대표팀 평가전이 끝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 선수에 대한 칭찬이 엄청났다. 바로 FC 서울의 중앙 수비수 '김주영'이다. 김주영은 슈틸리케 감독의 첫 경기였던 파라과이전에 결장했지만, 두 번째 경기인 코스타리카전에 선발 출전해 놀라운 활약을 남겼다. 90분 내내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영리하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렇듯 코스타리카전에서 활약한 김주영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주영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분위기 속에 혜성처럼 나타난 무명의 스타가 아니다. 그는 FC 서울과 K리그 클래식에서 이미 한국 축구의 스타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던, '준비된' 선수였다.

뛰어난 기량의 중앙 수비수 '김주영'

김주영은 소속팀에서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어떠한 경기에서도 늘 꾸준한 모습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이미 대표팀에 발탁될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경남에서 데뷔한 이후, 김주영은 발이 빠른 중앙 수비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는 서울로 이적한 뒤 자신의 만개한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빠른 발 덕분에 상대 공격수와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비어 있는 수비 뒷공간을 빠르게 커버해서 팀에 공헌하는 바가 대단했다. 키가 작다는 약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따라다녔으나 이마저도 높은 점프력으로 극복했다. 점프력 때문에 김주영은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도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준다. 김진규, 아디, 김주영이 동시에 출격했을 때 많은 서울 팬들은 이들 모두를 '수트라이커(수비수 + 스트라이커)'로 칭하기도 했다.

여기에 체력도 강하다. 매년 K리그와 FA컵, 챔피언스 리그 등 여러 대회와 경기에 나서는 FC 서울이다. 김주영은 이 모든 대회를 소화하며 웬만해서는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김주영이다. 빠른 발과 놀라운 점프력, 거기다 강한 체력까지 고루 갖췄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훌륭하다. 풀어놓은 사냥개처럼 악착같이 뛰는 선수로 유명하다. 몸을 사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다. 더 풍부해진 경험을 통해 가끔 주장 완장까지 차며 동료 선수들을 이끈다. 팀의 승리를 위해 뛰어주는 투지와 에너지로 빈틈없이 무장되어있는 선수이다. 이번 시즌 중반에는 얼굴을 다치고도 마스크까지 착용하며 경기에 나섰다.

물론 그가 가지고 있는 단점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 김주영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 부분은 '빌드업' 능력이었다. 빌드업은 자신의 진영에서 상대의 진영까지 공을 전달하는 플레이 전반을 일컫는다. 중앙 수비수는 위험 지역에서 누구보다도 침착하게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본기가 요구된다. 김주영은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빌드업 상황에서 잦은 실수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김주영은 빌드업이 좋은 동료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서서히 자신이 안고 있던 단점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김주영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뛰어난 기량의 소유자이다. 이미 K리그 내에서 최고에 속하는 수비수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실력만으로 그의 스타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김주영이 더 많은 팬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평소에 그가 보여주는 소속팀을 향한 충성심과 애정 때문이다.

팀에 대한 애정도 넘쳐...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수

어린 시절부터 FC 서울을 동경해왔던 김주영은 줄곧 서울을 위해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데뷔 팀 경남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여 서서히 이름값을 높였고, 여러 팀이 그를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언론에 공개된 팀은 공교롭게도 라이벌 관계에 속해있는 서울과 수원이었다. 이 중, 서울보다 수원이 김주영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많은 이들이 김주영이 수원을 선택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김주영의 결정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서울행을 선택했다.

"연봉에 신경 쓰기보다 그냥 내가 원하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내 꿈이 더 소중하다. 선수 생활을 위해서라도 서울로 이적하는 것이 옳았다."

김주영은 특히 이적 과정에서 "서울은 나의 마지막 팀이다"라는 멘트를 남겨 화제가 됐다. 이 발언은 지금까지도 많은 서울 팬들에 의해 회자 되고 있다.

"서울은 나의 마지막 팀이다. (서울로부터 제안이 오면) 서울 이외에 다른 팀에 가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서울행 꿈을 이룬 김주영은 소속팀을 위해 몸을 날리며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다. 포백과 스리백, 왼쪽 수비수와 오른쪽 수비수 등 소속팀이 다양한 역할 변화를 주문했음에도 김주영은 이를 묵묵히 수행했다. 대표팀에 차출되어 스타덤에 올랐고, 소속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아직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동료 선수들과 자신에게 끊임없는 동기 부여와 긴장을 주문했다. 많은 서울 팬은 김주영이야말로 FC 서울의 차기 주장이라며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고 있다.

이렇듯 김주영은 이미 많은 면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스타 중 한 명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재치 있는 입담, 톡톡 튀는 매력으로 수많은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닌다. 김주영에게 '새로운 한국 축구의 스타'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18일에 열린 K리그 클래식 32R에서도 김주영은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팀이 중요한 상황에 또 다시 골을 기록하며 서울의 상위 스플릿 행을 확정지었다. FC 서울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수이다. 그는 새로 탄생한 신예 스타가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축구의 준비된 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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