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 4강으로 기세를 올렸던 한국 여자배구는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최고의 호기를 맞았다. 하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다같이 얼싸안던 시간은 지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선수들은 이제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오는 18일에 개막하는 NH농협 2014-2015 V리그에서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번 시즌엔 상향 평준화된 각 구단의 전력과 이재영-이다영 자매로 대표되는 대형 신인의 등장,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열기가 더해져 어느 해보다 흥미로운 시즌이 될 전망이다. 

[GS칼텍스 KIXX] '디펜딩챔피언'에게는 우승DNA가 흐른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는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던 외국인 선수 베티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여기에 주전 센터 정대영이 도로공사로 이적했고 이숙자 세터는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만 30세에 접어든 한송이에게 전성기 시절의 폭발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디펜딩챔피언'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목표로 달린다. 비록 전력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이선구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풍부한 큰 경기 경험을 믿는다.

베티가 빠진 자리에는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세라 파반을 영입했다. 196cm의 장신 왼손잡이 공격수 세라는 이미 2010-2011 시즌에 도로공사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어 국내무대 적응이 한층 수월하다.

배유나와 표승주로 이어지는 젊은 센터진도 GS칼텍스의 자랑거리다.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중앙을 책임질 배유나와 표승주는 경우에 따라 코너로 이동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라 그 효용가치가 높다.

결국 올 시즌 GS칼텍스의 운명을 좌우할 키를 쥔 선수는 방황을 끝내고 1년 만에 돌아온 이나연 세터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정지윤 세터의 풀타임 소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나연 세터마저 흔들린다면 GS칼텍스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IBK기업은행 알토스] 이구동성으로 지목하는 우승후보 1순위

지난 14일에 열린 V리그 여자부 미디어 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은 입을 모아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꼽았다. 그만큼 전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대표팀의 주전 멤버로 활약했던 김희진과 박정아의 존재는 기업은행의 최대 자랑거리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날에는 사실상 당해낼 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후커도 가세했다. 데스티니는 미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세계적인 공격수로 지난 2009-2010 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하며 팀을 14연승으로 이끌었던 선수로 기업은행에서도 공격을 이끌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창단 후 팀의 공격 배급을 맡아온 이효희(도로공사 이적) 세터의 공백을 유럽무대를 경험한 전 국가대표 김사니 세터로 대체했다. 장신세터(180cm) 김사니의 공격적인 토스워크가 살아난다면 기업은행의 공격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청단 2년 만에 V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던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GS칼텍스에게 패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2년 만에 챔피언 복귀를 노리는 기업은행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되는 시즌이다.

[KGC인삼공사] 스타 선수 대신 조직력으로 뭉쳤다

지난 시즌 인삼공사는 대부분의 배구팬들에게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 그리고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부지런함을 앞세워 플레이오프행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삼공사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지난 시즌 득점왕에 빛나는 외국인 선수 조이스를 잔류시킨 것이다. 뛰어난 공격력은 물론이고 성실함과 친화력을 두루 갖춘 조이스는 이번 시즌에도 인삼공사의 핵심멤버로 활약할 것이다.

비록 대표팀에서는 벤치멤버에 머물렀지만 '다람쥐' 백목화도 인삼공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전력이다. 공수에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백목화가 흔들리면 인삼공사가 자랑하는 조직력마저 크게 흔들린다.

인삼공사는 상대적으로 센터진이 약하다. 장영은, 유미라, 이보람으로 이어지는 센터진은 속공과 블로킹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하지만 7년 전 양효진이 그랬던 것처럼 190cm의 신인 센터 문명화가 '깜짝 활약'을 해준다면 높이의 약점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번 시즌에도 인삼공사를 우승전력으로 분류하긴 힘들다. 하지만 그 어떤 팀도 끈끈한 팀 색깔을 가진 인삼공사를 편하게 상대하긴 불가능하다.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은 인삼공사라는 만만찮은 수문장을 넘어야 할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재니스] FA 2명 영입, 우승 위해 올인 선언

V리그 여자부는 지난 10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5개 구단이 돌아가면서 사이 좋게 우승컵을 나눠가졌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FA시장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센터 정대영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주전세터 이효희를 동시에 영입한 것이다.

이효희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노장이지만 특유의 안정감 있는 토스워크로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김사니가 이적한 2007년 이후 세터난에 시달려 온 도로공사에게 이효희의 가세는 팀 전체를 변화시킬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정대영의 가세 역시 왼손잡이 센터 하준임의 마땅한 파트너가 없었던 도로공사에게는 큰 힘이다. 여기에 3년째 한국무대에서 뛰게 될 니콜 포셋의 폭발력이 더해지고 김선영, 황민경, 김미연, 고예림 등이 경쟁할 레프트 두 자리의 교통정리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도로공사의 전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현역 시절 최고의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딸 하혜진이 프로무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 도로공사의 경기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5년 만에 무너진 명가, 다시 세운다

비록 프로 출범 후 챔프전 우승은 단 한 번 뿐이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6년 간 5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명문팀이다. 2007년 4순위로 지명한 '거요미' 양효진은 대한민국 최고의 센터로 성장했고 2010년에는 국내 최고의 왼손잡이 공격수 황연주를 영입하며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6개 구단 중 5위에 그치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다. 양철호 감독이 새로 부임한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철치부심하며 명가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일단 외국인 선수로 아제르바이젠 국가대표 출신의 거포 폴리나 라히모바(등록명 폴리)를 영입했다. 198cm의 대형 공격수 폴리는 유럽무대에서도 명성이 높은 거물로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를 깨줄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컵대회에서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까지 수상했던 '꽃사슴' 황연주는 특유의 과감한 공격본능을 되찾았고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로 돌아온 한유미와 김세영의 경험도 현대건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이다영 세터의 활용도 관심사다. 이다영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이 원활하지 않다. 따라서 시즌을 치르면서 언니들과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으로 돌아온 '코트의 여우' 박미희

지난 시즌 최하위팀 흥국생명은 해설위원으로 명성이 높았던 박미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현역 시절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박미희 감독은 패배의식에 빠져 있는 흥국생명을 변모시키겠다는 각오다.

일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자리에 호주 국가대표 주공격수 레이첼 루크를 영입했다. 레이첼이 공격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박미희 감독은 훨씬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레이첼이 오른쪽 공격수로 나선다면 컵대회에서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했던 정시영은 레프트로 자리를 옮겨 서브리시브에 가담해야 한다. 지난 시즌 리시브 성공률 23%에 불과했던 정시영의 수비가 얼마나 발전했느냐에 따라 흥국생명의 경기력도 크게 바뀔 수 있다.

흥국생명은 FA 시장에서 센터 김수지를 영입하면서 높이 보강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존의 김혜진과 새로 가세한 김수지가 지킬 흥국생명의 센터진은 리그에서 가장 이동공격을 잘하는 듀오가 될 전망이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이재영은 이미 대표팀에서 그 떡잎을 증명한 대형 유망주다. 현역 시절의 박미희 감독처럼 공수겸장 레프트로 성장해 준다면 흥국생명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박미희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는 대신 흥국생명을 '만나기 싫은, 지겨운 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미희 감독의 말처럼 흥국생명에게 '근성과 끈기'가 더해진다면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상대에게 승점 자판기 노릇을 하는 팀으로 전락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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