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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반(半)은 여덟 팔(八)과 소 우(牛)로 구성된 글자로, 제사에 쓸 희생인 큰 소를 반으로 나눈 것에서 ‘절반’의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 半 반 반(半)은 여덟 팔(八)과 소 우(牛)로 구성된 글자로, 제사에 쓸 희생인 큰 소를 반으로 나눈 것에서 ‘절반’의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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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好的開始是成功的一半)'이라는 말도 있지만, '백 리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는 구십 리가 반(行百里者半九十)이다'는 말도 있다. 전자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에, 시작의 의미를 높게 평가한다. 반면 후자는 마무리 단계 역시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십 리를 반이라고 표현했다.

처음과 끝의 의미는 이토록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어떤 일의 정중앙, 그 절반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작의 설렘은 이제 사라지고, 성취의 보람과도 아직 거리가 멀다. 어떤 과정의 막막한 한가운데, 그곳의 팍팍함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반 반(半, bàn)은 여덟 팔(八)과 소 우(牛)로 구성된 글자로, 八은 원래 둘로 나눔을 의미하는 글자였다. 그러나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숫자 '8'의 의미로 널리 쓰이자, 나눔의 주체인 칼(刀)을 더해 나눌 분(分)을 따로 만들었다. 牛는 소의 정면 모습을 나타낸 상형자이다.

호사가들은 왜 소의 뿔이 한쪽만 있냐고 반박한다. 오히려 半자가 양쪽에 뿔이 있어서 소처럼 생겼으니, 牛와 半 두 글자가 전래 과정에서 서로 바뀐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황제가 실수로 한번 잘못 쓴 글자를 신하들이 감히 틀렸다고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졌다는 가설인데 학술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제사에 쓸 희생인 큰 소를 반으로 나눈 것에서 '절반'의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절반은 시작도 끝도 아닌, 중간의 어정쩡한 진퇴양난의 지점이다. 그래서 아주 낯설지도, 그렇다고 익숙하게 잘하지도 않는(半生半熟) 상태이다. 혹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잠이 덜 깬(半夢半醒) 상태 등을 표현할 때도 자주 쓰인다. 또한 능력이나 식견이 뛰어나지 못한 얼치기(半吊子) 등에도 쓰인다.

마오쩌둥은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들 수 있다(婦女能頂半邊天)"는 말로 봉건사회에서 철저히 버림받고 천시 받던 여성을 자신의 혁명세력으로 끌어들였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우리말 속담에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어에도 중간에 그만 두는 것을 '반도이폐(半途而废)'라고 한다. 이 말은 공자가 그의 제자 염구(冉求)에게 했던 '중도이폐(中道而廢)'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제자에게 힘이 부족한 사람은 스스로 노력할 만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중간에 포기하는 길도 있으니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 우선 적극적으로 나서보라고 격려한다. 가다가 멈추는 것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다. 막막하던 한 가운데의 절반이 언제든 끝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반환점 근처의 팍팍함이 어느새 환희로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태그:#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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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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