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개그맨 김준호.

6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개그맨 김준호. ⓒ SBS


10월 6일 SBS <힐링캠프>는 김준호 편을 방영했다. 여기저기 출연을 통해 김준호라는 인물에 대해 더 이상 사람들이 알 것이 무엇이 있겠나 싶었는데,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코미디를 향한 열정과 그 열정 속에 숨겨진 그의 속내를 다시 한 번 진솔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패러디로 <명량>의 이순신처럼 등장한 김준호,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호칭은 '명량'이 아니라 천하에 놀기 좋아하는 '한량'이었다. MC들은 '한량' 김준호를 증명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증거를 들이댔고, 그가 가진 8개의 명함을 위시하여 그 모든 것이 김준호를 설명해 내는 데 이의를 달 길이 없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량'임을 증명하는 과정은, 역으로 코미디언 김준호의 열정을 설명하는 지름길이 되었다.

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소속사 사장...코미디 향한 열정

출연하는 내내 김준호는 어설픈 영어를 남발했다. 한때 첫 버라이어티 신고식을 치렀던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발길질을 당하며 함께 했던 선배 이경규와는, 마치 그의 발길질이 호된 학습이라도 된 듯이 재밌는 예능의 호흡을 맞춰냈다. 그가 <남자의 자격>에서 오로지 밀 수 있었던 콩트 대신에 한국인이 알아듣기 쉬운 난이도의 어설픈 영어로 죽을 맞춘다.

그러나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김준호의 어설픈 영어가 그저 웃기기 위한 소도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올해 들어 2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코미디 페스티벌을 이끄는 집행위원장인 그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사비를 털어 넣으면서도 부산을 국제 코미디 교류의 '무역 센터'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의 수단임을 느낄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또 하나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 그의 어설픈 영어는 웃음의 소도구 이상, 그의 열정의 도구로 쓰일 듯하니까. 그리고 이런 김준호의 열정은, 처음엔 '한량'처럼 그럴 듯한 직함을 가졌다는 우스개에서 시작된 MC들의 소개를 넘어, 선배 이경규조차 후배 김준호의 코미디 사랑에 고개를 숙이고 내년에 부산 거리에서 함께 공연을 할 것을 약속하게 만든다.

그의 열정은 그저 페스티벌 등 행사를 벌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폐지 이후 일자리를 잃은 타 방송사 후배들에게 주머니의 돈을 다 내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는 개그맨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코코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의 사장이 되었다.

처음 김준호가 코미디 기획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김준호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김준현, 이국주, 조윤호 등 잘나가는 개그맨들이 모여 있는 코미디계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우스개로 휴머니즘으로 시작하여 자본주의로 마무리되는 그의 기획사는 그만의 회사가 아니라 그와 후배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견인차가 된 듯 보인다.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코코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김준호의 직함들은 세간의 인식으로 보면 '한 권위' 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라는 그의 표현에서 고스란히 진심이 느껴지듯, 실세로서의 권위보다는 코미디를 향한 그의 열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기획사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차별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페스티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수리가 땅에 닿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는 그의 '세속적' 표현들조차 그의 열정을 설명해 주는 다른 표현에 불과한 듯이 보인다.

<개그콘서트> 원로 김대희, 박성호와 함께 1000회까지 출연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아름다워 보인다. 후배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며 타박을 들어도 현장에 서겠다는 의지를 가진 원로 개그맨의 열정은 덜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가 벌인 사업들도 열정의 구현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열정의 구현으로 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개그맨들이 모인 기획사 사장이 된 김준호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이 들어왔던 것들이고, <힐링캠프>는 그런 이미 풀어진 이야기를 다시 닦아서 새롭게 광을 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소개된 적이 없는 그의 가족사는 열정어린 김준호의 이면을 조금 더 깊게 조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 그로 인한 어머니의 고생이 이제 어른이 되어 그 자신이 아버지처럼 사업을 하는 김준호가 선뜻 '아버지'가 됨을 주저하게 만드는 속사정을 헤아리게 만든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열정어린 사업가는 자신의 일에 진실한 책임감을 가진 '어른'으로서 다가온다. 세간 사람들의 세치 혀를 통해 이혼설이 돌던 그의 부부 관계에 대한 농담 섞인 해명에도 책임 있는 가장으로 이해하게 된다.

거리로 나간 <1박2일> 멤버 중, 초등학생부터 시작하여 그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바로 김준호다. 그러기에 <힐링캠프>에서 부연설명하기엔 익숙한 출연자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연예대상까지 거머쥔 걸 상기해보면 뻔한 출연자는 아니었다.

그는 그저 제일 웃기는 개그맨을 넘어, 개그맨들의 안정된 위치와 개그의 사회적 존재감을 떨치기 위해 노력하는, 넓고 깊은 꿈을 꾸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희생조차 마다치 않는 '드림맨'이다. <힐링캠프>는 김준호를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라는 확고한 주관을 가진 웃음의 철학자이자, 웃음을 위해 일을 벌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실천가로 설득해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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