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영화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 영화사 달리기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국제영화제의 장점은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패기 있는 신인 감독의 도전은 물론이고 재기발랄한 단편을 통해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지난 2일부터 진행 중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민용근 감독도 초청을 받았다. 장편 데뷔작 <혜화, 동>으로 알려졌지만 민용근 감독은 그간 <도둑 소년> <원 나잇 스탠드> <어떤 시선> 등의 단편, 옴니버스 영화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꼼꼼함을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있다.

그런 그가 단편 <자전거 도둑>을 내놓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 수업을 듣고 있는 민용근 감독이 수업 과제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그것이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이후 민 감독은 음악 작업 등을 다시 해 현재의 영화로 탄생시켰다.

민용근 감독을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 CGV에서 만났다. 주연을 맡은 배우 박주희도 동석했다. 대중에게 다소 낯설 수도 있는 배우라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찍은 단편만 50편이 넘는다. 그녀의 출연작 중 <자전거 도둑> <주는 마음> <거인>까지 세 작품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최근엔 공포 영화 <마녀>의 주연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동네 담고 싶어 만든 영화..."자신의 부끄러움 발견할 작품"

 영화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영화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 영화사 달리기


남의 자전거 안장을 훔쳐 불법으로 팔던 연주(박주희 분)는 어느 날 자신의 자전거 안장을 도난당한다. 훔친 이는 다름 아닌 앳된 얼굴의 학생 최미선(허예슬 분).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리우진 분)를 둔 미선은 아버지의 협박과 씩씩거리며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연주에게 순순히 안장을 돌려준다. 그리고 연주에게 묻는다. "제가 최미선인데 혹시 기억하세요?"

"제가 사는 동네인 성산동을 좋아해요. 우리 동네에서 영화를 찍고 싶었죠. 실제로 동네 곳곳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고 도난 사고도 종종 있어요. 저 역시 자전거를 통째로 도둑맞거나 안장을 도둑맞기도 했는데 그 경험을 담았습니다. 살다 보면 마음이 각박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날이 서는데 뜻밖에 타인의 선의를 마주할 때나 화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볼 때 부끄러워지잖아요. 그걸 살리려 했습니다.

박주희씨를 원래부터 (주연으로) 쓰려고 했어요. 사람 자체가 특이한 매력이 있어요. 그걸 잘 살리고 싶었죠. 도둑이라는 소재는 전작 <도둑 소년>에서 쓴 적이 있어서 안 쓰려 했는데 완전 다른 이야기라는 판단에 가지고 왔어요." (민용근 감독)

"제가 공짜라서 출연시킨 것 같은데요?(웃음) 감독님은 항상 대충 하라고 하시는데 본인은 꼼꼼하게 준비하시는 분이라 부담이 되더라고요. <어떤 시선> 이후 감독님과 두 번째인데 편해져서인지 처음엔 오히려 집중이 안됐죠. 영화를 보고 나니 아쉬움이 더 생겼어요. 더 집중할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주희)

그럼에도 박주희는 "단편 작업은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고, 이미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반 농담처럼 싼 출연료가 캐스팅의 주된 이유였다고 말하면서도 민용근 감독 또한 "주희씨가 이미 단편 영화로 두 번이나 연기상을 받았고, 상당히 인상 깊은 연기를 하는 배우"라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장편 차기작 준비 중...지금이 중요한 시기"

 <오마이스타>와 만난 민용근 감독과 배우 박주희.

<오마이스타>와 만난 민용근 감독과 배우 박주희. ⓒ 박두희


지금껏 보여준 작품보다 앞으로 보여 줄 작품이 더 많은 두 사람이다. 첫 장편 영화 <혜화, 동>을 선보였던 민용근 감독은 미스터리 장르 장편 영화를 준비 중이며, 박주희 역시 이해영 감독의 영화 <소녀>에서 박보영의 새엄마 역을 맡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향후 활동에 대한 생각을 나누던 중 민용근 감독은 박주희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작품을 할 때 많은 영감을 주는 배우"라 평했다.

"박주희씨가 연기의 폭이 넓어요. 또 각도와 배역에 따라 상당히 달라 보이기도 하고요. 특히 목소리의 느낌이 좋습니다. 보이지 않는 장점이죠. 성격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 보니까 다른 감독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나 봐요." (민용근 감독)

"작품에 대한 열정은 가득해요. 특별한 고민을 한다거나 조급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첫인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매력을 보시는지 궁금하긴 해요. 연기를 포기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어요. 단편영화지만 꾸준히 작품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지금 상업영화로도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기라 이때를 잘 넘기려고 노력 중이에요.

민용근 감독님이 절 잘 알고 있어서 장점을 얘기해주시는데, 저 스스로는 자기 홍보를 잘 못해요. 뛰어난 외모나 다정다감한 성격도 아니라 오해를 사는 때도 있어요. 제 면모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좋아들 해주시는데 첫 만남에서 사람을 휘어잡을 만한 매력이 무엇일까 요즘 혼자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무언가를 맡으면 잘 해낼 자신은 있습니다." (박주희)

에너지와 재능이 넘치는 감독과 배우다. 지금껏 작품을 통해 보여 왔던 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앞으로의 행보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영화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 영화사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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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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