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실의 슛 순간

이영실의 슛 순간 ⓒ 심재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여자 선수들은 개최국 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아쉬워했다. 올해 열린 하키 월드컵에서도 중국이 7위, 한국이 바로 그 다음 8위를 기록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중국과 만날 것으로 보이는 결승전만 생각하고 있다.

한진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이 26일 저녁 7시 선학하키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하키 B조 홍콩과의 세 번째 경기에서 8-0으로 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첫 쿼터부터 잘 풀렸다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 고비에서 2-0 승리를 기록한 우리 여자선수들은 중국과 결승전에서 만나 제대로 붙어보자는 각오로 홍콩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홍콩 문지기 입 팅 와이의 선방 순간

홍콩 문지기 입 팅 와이의 선방 순간 ⓒ 심재철


예상했던 것처럼 일방적인 한국의 공격이 펼쳐지는 가운데 하키 경기의 대표적인 세트 피스인 페널티 코너가 연거푸 만들어졌다. 그러나 홍콩 수비수들의 온몸 저항은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두꺼운 보호 장비 때문에 민첩한 몸놀림이 어려운 문지기 입 팅 와이의 활약이 눈부셨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 6분 동안 평균 1분에 하나씩 페널티 코너 세트 피스 기회를 얻었지만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달려드는 홍콩의 필드 플레이더들도 대단했지만 끝까지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선방한 문지기 입 팅 와이의 벽이 높아 보였다.

그래도 한국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어느덧 국가대표 중견의 자리에 올라서고 있는 이영실과 천은비가 있었다. 국제 경기 경험 211경기에 빛나는 박미현의 노련한 게임 리딩도 돋보였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한국의 선취골이 이영실의 스틱 끝에서 나왔다. 첫 고비가 어려웠지 그 다음은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하키의 허재성이 유연한 동작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순간

한국 여자하키의 허재성이 유연한 동작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선취골 이후 단 2분 만에 새내기 허재성이 유연한 터닝 동작을 자랑하며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린 것이었다.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아지고 있기에 페널티 코너 기회보다 필드 골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을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허재성의 두 번째 골이 종 패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1분 뒤 김현지가 터뜨린 추가골은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이어진 횡 패스를 슬쩍 방향만 바꾼 것이어서 공격 루트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처럼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첫 쿼터를 4-0으로 끝낸 우리 선수들은 이어진 2~4쿼터에 고른 득점을 분산시키며 8-0의 최종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선취골을 넣은 이영실은 세 번째 쿼터에서 페널티 코너로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세트 피스 조직력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29일(월) 저녁 7시에 같은 장소에서 A조 2위로 올라온 인도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나머지 하나의 준결승전이 중국과 일본의 맞대결이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결승전에서 중국과 마지막 명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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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하키 B조 3차전 결과(26일 19시, 선학하키경기장)

★ 한국 8-0 홍콩 [득점 : 이영실(8분), 허재성(10분), 김현지(11분), 천은비(13분) / 김종은(29분) / 이영실(35분,페널티코너), 김현지(45분) / 천은비(49분)]

★ 일본 8-0 카자흐스탄(이상 B조)

★ 중국 5-0 태국

★ 인도 6-1 말레이시아(이상 A조)


◇ 준결승 대진표(장소 : 선학하키경기장)
☆ 한국 - 인도(9월 29일 월요일 19시)
☆ 중국 - 일본(9월 29일 월요일 16시 30분)
하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하키 한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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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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