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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개월째인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부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문제점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런 괴리감 속에서 5개월을 보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가족들이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동안 마주친 사람들에게 편지를 띄우고, 또 다른 사람이 편지를 이어 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메아리가 전해오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마친 뒤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근조 리본과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다.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마친 뒤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근조 리본과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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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민 여러분께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합니다. 저는 세월호 사고로 동혁이를 떠나보낸 단원고 2학년 동혁이 아빠입니다. 동혁이는 안산 와동초등학교와 와동중학교, 단원고등학교를 나온, 안산에서의 기억만으로 살다간 아이입니다.

저는 안산 반월공단 근로자로, 한 직장에서 19년 동안 근무 중입니다. 동혁이의 짧은 생의 마지막 종착지가 세월호라는 선박 안에 있는, 어둡고 차가운 객실이었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부모인 저는 무력함만 느끼고 있습니다.

안산시민 여러분, 4월 16일 그날부터 제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회사에 가는 날을 제외하면 동혁 엄마와 함께 청운동과 광화문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발언행사에 참여합니다. 아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려 뛰어다니는 동혁 엄마는 밤늦게 들어와서는 지쳐 쓰러져 잠이 들고 아침이면 코피를 쏟아냅니다. 엄마아빠가 바쁜 탓에 동혁이 동생은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의 언행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우리 가족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렇게 다니는 이유는, 처음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언론의 거짓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전원 구조는커녕 제대로 된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적극적인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가족을 정치색과 연관시키려는 정부와 대통령의 언행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건 대통령이 결단 내릴 사안이 아니라면서도,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 그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데다, 이건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말라는 직접 지시와 다름없습니다.

오늘도 길가에 나부끼는 노란 현수막 속 제 아이 이름을 보며 저는 눈물과 한숨 속에 출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진실을 밝히려 뛰어다녀도 여러분의 동행이 없으면 힘들겠지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9일, 국회 본청 앞 농성 62일, 광화문 광장 농성 60일, 청운동사무소 앞 농성 21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9일, 국회 본청 앞 농성 62일, 광화문 광장 농성 60일, 청운동사무소 앞 농성 21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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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노숙을 하고 호소를 해야 하는 우리 가족은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있습니다. "보상금 받았냐", "아직도 해결 안 했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돈·특혜뿐 아니라, 그 무엇도 자식의 죽음과 바꿀 수 없습니다. 그게 부모 마음입니다. 아직도 어디선가 동혁이가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와 제게 안길 것 같아 미칠 것 같습니다. 이유 없이 죽은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히 밝혀 아이들의 원한이나마  풀어주는 것입니다. 이 고통을, 이 불행을, 다른 분들은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동혁이에게 부모노릇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꼭 안아주신 시민여러분 잊지 않겠습니다. 제대로 된 특별법이 만들어져 행복했던 저와 우리 가족의 빼앗긴 미래가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저희에게 살아갈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분들에게 아끼지 말고 사랑표현을 해주세요. 동혁이 보낸 뒤 제가 정말 아쉬운 것이 사랑표현을 실컷 못 했다는 점입니다.

안산시민 여러분, 동혁이 잊지 말아 주시고,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이 있음을 보여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동혁 아빠 드림

* 안산시장님, 와동중학교 교장선생님, 안산시의회 의장님, 나의 친구 오종명이 이어서 편지를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작은 것 하나도 주위 사람과 나누던 착한 아이"

글쓴이 김영래님은 단원고 2학년 4반 김동혁 학생의 아버지입니다. 학교에서 먹을 것이 생기면 수위 아저씨하고 나눠 먹을 정도로 착했던 김동혁 학생은 사고 발생 7일만인 4월 23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태그:#세월호, #릴레이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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