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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개월째인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부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문제점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런 괴리감 속에서 5개월을 보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가족들이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동안 마주친 사람들에게 편지를 띄우고, 또 다른 사람이 편지를 이어 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메아리가 전해오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추석이 슬픈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침몰사고 146일째이며 추석날인 8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가족 합동 기림상을 올린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추석이 슬픈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침몰사고 146일째이며 추석날인 8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가족 합동 기림상을 올린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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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이에게.

윤민아, 엄마야. 잘 지내지? 저번 9월 10일 니 생일날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냈니? 엄마 그때 엄청 놀랐잖아. 언니가 니 얘기 페북(페이스북)에 간간이 올리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그 파급 효과가 이렇게 대단한진 몰랐어. 그날과 다음 날까지 니 생일 축하 문자가 분향소로 400통 가까이 왔어. 그 많은 분들이 우리 윤민이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엄만 그날이 슬프지만은 않았단다.

보고 싶은 우리 윤민이, 정말 보고 싶다. 매일 사진으로만 보는 거 말고 움직이고 웃고 말하는 우리 윤민이가 그립다. 엄만 아직도 우리 윤민이가 학교 간 것 같고 집에 돌아올 것만 같아 가끔씩 시계를 보고 교복 입은 아이들을 살피게 돼. 우리 윤민이인가 싶어서. 지금이 현실 같지가 않고 꿈 같고, 윤민이가 없다는 게 실감이 안 나.

이제 엄마는 예전처럼 울진 않아. 너를 잊어서 그런 건 아니고 지쳐서도 아니야. 다만 이젠 눈물로 슬픈 기억으로만 너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너와 한 17년 세월이 눈물만은 아니잖아. 행복한 추억들과 너와 함께한 일상에서 니 웃음들이 생생히 기억나, 지금도 언니들과 니 얘기를 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해.

사랑하는 윤민아. 얼마 전에 가족사진 찍은 거 봤지? 너만 그 자리에 사진으로 함께 했다고 서운해하지 마. 엄마도 처음엔 싫고 서운했는데 이젠 잘했다 싶어. 우린 다섯 식군데 너를 빼고 가족사진을 찍을 순 없잖아. 넌 항상 우리 가족이구 식구야. 우리가 너를 잊는 일은 없을 거야. 언니들도 그렇고 엄마 아빠도 우리가 죽는 날까지 너와 함께할 거야.

어제 윤아 언니가 니가 좋아하는 리락쿠마 인형 세트 택배로 배달받아서 거실 앞 니 자리에 놓아두더라. 언니가 속상해서 그런 말 하더라. 이제 졸업하고 직장 다녀서 니가 좋아하는 것 다 사줄 수 있는데 못한다고. 언니 마음 알지? 언니가 너 많이 사랑해.

윤정 언닌 지금도 자다가 몇 번씩 깬대. 너랑 같이 자다가 혼자 자는 게 적응이 안 되나 봐. 가끔 한 번씩 언니 꿈에, 엄마 꿈에 나타나줘. 나 잘 있다고. 걱정 말라고. 엄마가 우리 윤민이 너무 보고 싶어 오래 살고 싶지 않다. 얼른 우리 윤민이 보러 가야지 싶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너한테 갈 기회가 오면 엄만 정말 기쁘게 갈 거야.

엄만 요즘 후회되는 일이 있어. 왜 너랑 많은 시간을 갖지 못했는지. 돈 버는 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너를 혼자 내버려뒀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너와의 시간이 이렇게 짧다는 걸 알았다면 엄만 아무 것도 안 하고 너랑 꼭 붙어 있었을 텐데. 이제야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어. 너는 없는데 이 미련한 엄마는 때늦은 후회만 하고 있구나.

윤민이 사진 들고 찍은 가족사진... 한 번만 안아보고 싶은 내 딸

윤민이 알지? 엄마 요즘 여기저기 다니는 거. 국회, 광화문 그리고 여러 곳에서 세월호 특별법 얘기를 해달라면 가서 발언하는 거. 엄마 많이 달라졌지? 예전엔 뒤에만 있었는데 이젠 자꾸 나서게 돼. 조금이라도 너희들을 알리려고 기회만 있으면 얘기하게 돼.

우리 모두의 인생이 4월 16일 이후로 달라졌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어. 힘이 없어 너를 허무하게 빼앗겼지만 진실만은 꼭 밝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 잘못인지 시시비비를 가려 책임질 사람을 책임지게 하고 싶어. 조금 지치고 힘들지만 끝까지 갈 거야.

보고 싶은 윤민아. 엄마 요즘도 거의 매일 분향소에 가서 너를 보고 와. 안 가면 니가 기다릴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질 않아. 점점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고, 그 넓은 공간이 너무 쓸쓸해서 가슴이 아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 많은 꽃 같은 아이들을 보면 참 막막하고 원통해. 그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렇게 고통스럽게 가게 했는지.

윤민아, 엄마는 아직도 길 한가운데 서서 길 잃은 아이마냥 울고 있을 때가 많아. 너랑 같이 걷던 그 길, 너랑 같이 다니던 슈퍼, 니가 다니던 학원, 니네 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들 모두가 니 생각이 나게 해. 이사를 갈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쉽지가 않네.

엄마가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니 친구들 부모님들이야. 다른 사람들은 아직은 만나고 싶지가 않구나. 우리들끼리 만나 니네들 얘기하고 서로 사진 보여주고 자기 자식 자랑도 하고 그게 많이 편해.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니네들 얘기하는 거 불편해하더라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느껴져.

너도 거기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지? 엄마는 니네 반 친구들 이름, 얼굴 다 외웠어. 매일 분향소 가서 너희들 영상 보니까 우리 반 아이들은 물론 다른 반 아이들 이름까지 외우게 되더라.

잘 지내고. 엄마, 아빠, 언니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윤민아, 사랑한다. 우리가 너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언제나 보고 싶은 우리 윤민이. 엄마가 우리 윤민이 빨리 만나기를 매일매일 기도한다.

내 딸 윤민이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정말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 윤민아 알지? 엄마는 죽을 때까지 최윤민 엄마라는 거. 사랑한다 내 딸….

엄마가.

* 릴레이 : 페북으로 유명한 내 큰딸 최윤아, 예은 아빠 유경근님, 차기 대선주자라는 김무성·김문수님에게 편지를 이어써주기를 부탁합니다. 김무성·김문수님의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던 윤민이
글쓴이 박혜영님은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 최윤민 학생의 엄마입니다. 윤민이는 만화를 좋아하고 리락쿠마 캐릭터 인형을 수집하고 퍼즐 맞추기가 특기인 딸이었습니다. 윤민이는 대가족의 눈물 속에 4월 23일 133번째 아이로 가족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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