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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 작 . 이소선 여사 추모 그림
▲ 위대한 어머니 김봉준 작 . 이소선 여사 추모 그림
ⓒ 김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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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청계피복지부 새마을 노동교실'을 놓고 사용주를 앞세운 정치권력과 노동조합 간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권위주의적인 정치권력은 근로자를 위한다는 전시효과를 내세우기 위해 노동교실을 허가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교실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운영함으로써 노동자의 권리의식을 마비시키고, 정부의 시책을 교육·홍보하는 장소로 활용할 방침을 세우고 있었다. 노동자를 노예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발상이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에 대항해 노동교실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 공간으로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투쟁의식을 고취 시키는 교육과 노동자를 단결 시키는 만남의 장이요, 투쟁의 장이 되게끔 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끈질기고 치열한 투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초청자에 대한 시비가 있은 뒤 노동교실이 문을 연 지 이틀이 지난 1973년 5월 23일이었다. 노동교실의 임대주이며 동화상가 주식회사의 사장인 유인규는 자신이 노동교실의 설립추진 위원장이었음을 빌미삼아 추진위원회를 '관리위원회'로 개칭해 버렸다. 유인규 사장은 청계피복지부가 운영을 담당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뒤엎고, 교실을 자신이 전면 관리·운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유인규 사장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노동교실에 출입하는 노조간부들을 폭력적으로 추방하고 교실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그는 7월 3일에는 노조와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교실의 관리자와 실장을 임명, 배치하였다. 또한 노동교실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유물이니까 자신의 책임 하에 노조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운영할 것임을 공언하였다.

참으로 자본가다운 독선이요, 이기주의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네 것, 내 것의 소유의식과 이기주의, 경쟁주의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함께 나누고, 공유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

그들은 개관식 때 걸었던 간판도 떼어내고 '시장상가 새마을 노동교실'이라는 간판을 마음대로 달았다. 경비들을 시켜 나이 어린 시다들을 모집해서 중등반 기초과정의 교육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들은 학생을 모집할 때 장차 고등공민학교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선전까지 했다.

유림(협성)빌딩에 새로 마련한 노동교실
 유림(협성)빌딩에 새로 마련한 노동교실
ⓒ 청계피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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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고심하면서 대책을 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교실의 운영을 노조지부가 맡지 못하기 때문에 개관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노동교실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노조는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여하한 수단을 다 동원해 이를 뜯어고치기로 하였다.

노조는 이 같은 사실을 노동청에 알리고 개관할 때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노동청의 회신은 '노사가 협조해서 정상적으로 운영하라'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답변이라고 늘어놓고 있었다.

노조에서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정확한 세부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 교실은 지부가 설립한 평화교실의 발전적인 소산이므로 설립취지에 부합되도록 지부에서 운영을 주관할 것, 노동교실의 운영·직제 및 특별회계예산의 원칙 등 근거를 제도화할 것, 설립목적에 충실하도록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갖출 것, 그리고 점차적으로 교육전문기관으로 확대·발전 시킬 것 등의 노동교실 운영개선 방안의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노조에서는 다른 한편으로 노동교실이 당초의 취지에 알맞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아프리'의 지원 하에 노동교실의 새로운 장소를 확보하였다. 그곳이 을지로 6가 유림(협성)빌딩이다.

덧붙이는 글 | [이소선 평전<어머니의 길>]은 매일노동뉴스에 함께 연재 합니다.



태그:#이소선,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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