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문학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 '필경행'

심훈문학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 '필경행' ⓒ 심규상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이며 소설가(<상록수> 저자)인 심훈(1901~1936). 하지만 그가 조예 깊은 한국 영화의 선구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훈은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유학한 후 <먼동이 틀 때>를 각색, 감독했다. 영화 <장한몽>의 후반부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또 수많은 영화 관련 비평과 평론을 남겼다. 그는 영화를 통해 당시 한국인의 삶을 담아내고자 고민하던 영화인이었다. 

20일 오후 3시 충남의 당진시청 대강당에서 첫 선을 보인 '심훈문학영화제'는 영화인이었던 심훈의 삶을 돌아보고 그의 문학의 고향이었던 당진의 숨겨진 모습을 찾아보는 시간여행이었다.

이날 영화제에서는 심훈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 3편 등 모두 4편의 단편 영화가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맨 처음 상영된 <필경행>은 두 명의 남녀 대학생이 심훈 문학의 산실이던 당진 송악면에 있는 필경사(筆耕舍,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의미로 소설 <상록수> 등 심훈 문학의 집필지)와 심훈의 행적이 담긴 당진을 둘러보는 답사기다. 다큐멘터리에 드라마를 결합해 재미를 더했다.

"필경사요? 절이에요?"

 '심훈문학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영화 '필경행'

'심훈문학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영화 '필경행' ⓒ 심규상


주인공 남녀 대학생은 과제물로 심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하고 당진으로 떠난다. 당진터미널에서 만나 재래시장, 솔뫼성지, 함상박물관, 당진 왜목마을 등을 차례로 찾아간다. 영화는 마지막 목적지인 필경사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 과정에서 심훈의 삶과 자신들의 삶을 대비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당진터미널에서 만난 여학생들이 "필경사를 아느냐"는 질문에 "절이에요?"하고 되묻고 "심훈이 당진 사람이냐"는 반문은 현 시기 심훈의 위상을 가늠하게 한다. 어일선 감독(청주대 교수)은 "작품 속에 심훈 선생의 손자를 등장 시켜 심훈 선생의 업적과 정신은 물론 당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14 상록수>(러닝타임 17분)는 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보습학원에서 영어강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은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의 '영신'이다. 배움에 목마르지 않고 영어와 시험문제 풀기,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영화에서는 '배우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심훈의 가르침과 '배우고자 하거든 모두 학교로 오너라'는 소설 <상록수>의 문장을 소개한다. 그리고 2014년 현재, 배우고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아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김의진 감독은 "심훈 선생이 살던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그 때와 많이 배우고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다"며 "우리의 상록수는 여전히 푸르게 빛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필경행-2014 상록수-시스터-하루애... 4편의 단편영화로 만나는 심훈

 첫 선 보인 심훈문학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감독 및 출연진들

첫 선 보인 심훈문학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감독 및 출연진들 ⓒ 심규상


<시스터>(sister, 러닝타임 16분)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상록수 정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병으로 죽음을 앞둔 언니와 동생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상록수>를 모티브로 또 다른 이야기를 재창조해 낸 작가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루애>(러닝타임 15분)는 엄마가 없는 어느 날 두 형제의 하루 이야기다. 엄마가 없는 하루 동안 두 형제는 여러 일을 겪는다. 두려워하는 동생을 형은 <상록수>를 읽어주며 달랜다. 이민수 감독은 "두 형제는 흔들리는 국민을, 엄마는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국가로 표현했다"며 "심훈 정신을 최대한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기홍 심훈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위원장은 "영화인으로서 심훈의 삶을 소박하지만 영화제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시작이라 부족한 게 많지만 이를 계기로 실험과 모색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화제에는 당진 출신인 배우 금보라씨가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팬 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한편 충남 당진에서는 19일부터 21일까지 당진시청과 필경사 일원에서 제38회 심훈상록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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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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