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한 달앞으로 다가온 2014~2015시즌부터 KBL에서 활약할 선수들을 뽑는 신인선수드래프트 행사가 열렸다. 이미 드래프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력한 1순위로 꼽혔던 고려대의 '두목 호랑이' 이승현은 예상했던 대로 25%의 확률을 가지고 1순위의 행운을 거머쥔 고양 오리온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2순위 역시 이승현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는 연세대 출신 센터 김준일이 차지했다. 김준일은 오리온스에 이어 2순위 선발권을 얻게 된 서울삼성에 부름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나머지 참가 선수들도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아 차기 시즌 프로무대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는데, 이번 드래프트에 대한 리뷰와 함께 이 선수들이 보완해야할 점, 팀에서 맡게 될 역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 고양 오리온스

1라운드 1순위- 이승현(F, 고려대)
1라운드 7순위- 이호현(G, 중앙대)
3라운드 1순위- 김만종(C, 성균관대)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승자는 고양 오리온스였다.

이미 드래프트가 시작되기 몇주 전부터 오리온스는 드래프트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바로 지난시즌 KT와의 3:3 트레이드 당시 김도수의 금지약물 양성판정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받은 1라운드 지명권 1장이 더 있기 때문인데, 결과론 적으로 봤을 땐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치뤘다고 할 수 있다.

1순위로 국가대표 예비엔트리에 두차례나 이름을 올린 이승현을 선발하면서 지난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한 최진수의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승현이 10월에 연세대와의 정기전,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로 출전하게 되면서 그의 프로데뷔는 다른 드래프트 동기보다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승현의 내외곽을 넘나드는 플레이와 탁월한 농구센스는 충분히 검증된 사안이기 때문에 컨디션관리만 잘해준다면 프로에서의 적응은 문제 없을 전망이다. 이어서 7순위로 선발한 이호현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포커스를 두고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빠른 스피드와 슛팅능력이 우수한 선수로서, 슈팅가드 자리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식스맨으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3라운드에서 지명한 선수는 성균관대 출신의 정통센터 김만종이다.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본인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그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골밑에서 가공할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선수이고, 득점능력도 갈고닦으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차기시즌 장재석의 휴식시간을 책임져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2. 서울 삼성

1라운드 2순위- 김준일(C, 연세대)
2라운드 9순위- 배강률(F, 명지대)

서울삼성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사실 삼성에는 많은 빅맨들이 새로이 영입되어있지만 김준일을 패스하고 다른 선수를 지명하기엔 김준일의 기량과 잠재력이 너무나도 출중했다. 김준일은 이번 대학농구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득점력도 뛰어나고, 운동능력 역시 수준급이어서 지난 4년동안 연세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이제 관건은 이상민 감독의 교통정리인데, 김준일이 들어오면서 삼성의 포스트진은 사실상 포화상태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선수들을 트레이드카드로 써서 현재 삼성의 취약포지션인 포워드를 보강하느냐, 김준일과 다른 빅맨들의 출전시간을 호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이상민 감독의 판단에 달려있다.

2라운드에서는 명지대 출신 장신 포워드 배강률을 지명했다. 대학 시절에는 골밑플레이를 주로 하는 블루워커 스타일의 선수였다면, 프로에 와서는 골밑보다는 외곽에서 공격빈도를 늘려가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포워드라인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3. 인천 전자랜드

1라운드 3순위- 정효근(F, 한양대)
2라운드 8순위- 이진욱(F, 상명대)

드래프트 시작 전부터 확정적이였던 1,2순위와 달리, 재학생의 드래프트 참가로 오리무중이었던 3순위는 결국 정효근이었다. 전자랜드는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거의 전 포지션에서 활약이 가능한 정효근을 3순위로 선발했다. 정효근은 2m의 큰 신장에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선수이지만, 포워드로서는 다소 부족한 외곽슛 능력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프로에서의 본인의 가치를 좌지우지할 전망이다.

주전경쟁에서는 지난시즌까지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김상규가 군입대로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정효근으로서는 루키시즌부터 꽤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2라운드에서는 상명대 출신의 포워드 이진욱을 선발했는데, 다소 네임밸류는 떨어지지만 수비력과 근성 이타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라고 평가 받고 있다. 삼성에 선발된 배강률처럼 골밑에서 활약하기엔 다소 작은 신장이기에 외곽슛 능력이라던지 수비능력등을 다듬어서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프로에 와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4. 전주 KCC

1라운드 4순위- 김지후(G, 고려대)
2라운드 7순위- 한성원(G, 경희대)

드래프트 현장에서 KCC가 4순위 지명권을 갖게 되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3~5순위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되던 허재감독의 아들 허웅을 선발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

그러나 허재 감독은 냉정했다.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거듭한 끝에 아들이 아닌 대학최고의 슈터로 인정받은 고려대 출신 김지후를 선발했다. 김지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슛 하나만큼은 인정받은 선수였다.

다만 187cm의 다소 작은 키와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부족한 수비와 드리블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의 주전경쟁 기상도는 맑음이다. 현재 KCC의 슈팅가드 자리는 빈약한 상황인데, 김민구가 교통사고로 당분간 재활에 전념해야하고 김효범은 슈팅가드보다는 스몰포워드에 어울리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후는 차기시즌 김태술과 함께 KCC의 백코트진을 책임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2라운드에서는 경희대 출신 포인트 가드 한성원을 지명했다. 한성원은 작은 신장을 가지고 있지만 (180cm) 빠른 스피드와 끈끈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경희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KCC에는 현재 김태술과 신명호라는 걸출한 포인트가드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출장기회를 자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 원주 동부

1라운드 5순위- 허웅(G, 연세대)
2라운드 6순위- 김영훈(F, 동국대)

허웅의 행선지는 아버지의 친정팀인 원주동부였다.

김영만 감독은 5순위까지 허웅이 남아있게 되자 망설임 없이 허웅을 지명했다. 허웅은 전체적인 능력이 평균이상 되는 선수이지만 특히 승부처에서 한방을 터트려줄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대학무대와 프로무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곳이기 때문에 허웅이 프로에서도 대학시절 보여준 득점력과 클러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원주동부 신인농사의 성공과 실패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2라운드에서는 동국대에서 주장을 역임한 포워드 김영훈을 선발했다. 190cm라는 키가 포워드를 보기엔 아쉬운 신장이지만 외곽슛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고, 슈팅가드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다면 외곽슛이 필요할 때 조커로서 활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6. 안양KGC

1라운드 6순위- 김기윤(G, 연세대)
 2라운드 5순위- 석종태(F, 동국대)

KGC는 김태술이 떠난 자리를 제 2의 김태술로 불리는 김기윤을 선발함으로써 만족스러운 1라운드 선발을 하게 되었다. KGC 이동남 감독은 '3순위였어도 선택은 김기윤'이라고 밝히면서 김기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김기윤은 정통 포인트가드 스타일이고 뛰어난 농구센스와 수준급 경기조율능력, 뛰어난 외곽슛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차기시즌에는 박찬희와 함께 안양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2라운드에서는 동국대 출신의 포워드 석종태를 영입했다. 이 선수는 본래 중학교 시절부터 골밑 플레이를 즐겨하던 선수였지만 신장이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면서 동국대에서 포워드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꾼 케이스다. 힘이 좋고 외곽슛은 다듬는 과정에 있는 선수이므로 프로무대에 적응을 잘 한다면 최현민 대체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7. 서울SK

1라운드 8순위- 이현석(G, 상명대)
2라운드 3순위- 최원혁(G, 한양대)

SK의 이번 드래프트 과제는 군입대한 변기훈의 빈자를 메울 슈터를 찾는 것이였다. 그러나 8순위로 밀린 탓에 김지후라는 걸출한 슈터를 이미 KCC에 뺏긴 상황에서 SK의 선택은 상명대를 이끈 에이스 이현석이었다.

상명대 출신 최초 1라운드 지명의 주인공이 된 이현석은 가드로서 매력적인 190cm의 신장과 뛰어난 외곽슛 능력, 돌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기시즌 기존의 신재호와 함께 슈팅가드 포지션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라운드에서는 한양대의 육상농구의 주역인 가드 최원혁을 선발하면서 가드 선수층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들었다.

8. 창원LG

1라운드 9순위- 최승욱(F, 연세대)
2라운드 2순위- 주지훈(C, 연세대)

이번 드래프트에서 창원LG의 선발키워드는 '가능성'이었다.

사실 최승욱과 주지훈은 대학시절, 부상과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로 마음껏 펼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진 감독은 고교시절 랭킹권에 들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프로에 와서 대학때 펼치지 못한 기량을 만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 두선수를 선발했다. 최승욱은 큰 신장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곽슛 능력과 드리블을 좀 더 다듬어서 슈팅가드로서의 변화를 꾀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주지훈은 대학시절 무릎부상에 시달리면서 본인의 기량이 정체되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무릎상태에 대한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고 골밑에서의 다양한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차기시즌 김종규의 백업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9. 울산모비스

1라운드 10순위- 배수용(F, 경희대)
2라운드  1순위- 김수찬(G, 명지대)
3라운드 10순위- 박민혁(G, 건국대)

오리온스가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승자라면 모비스는 이번 드래프트의 숨은 승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때 로터리픽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배수용을 1라운드 10순위로 영입한 모비스는 2007년 함지훈부터 시작된 10순위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또다시 얻게 되었다. 다만 배수용이 골밑을 지키기에 194cm의 신장은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피나는 슈팅연습을 통해 스몰포워드로의 포지션 변경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될 것이다. 포지션 변경만 이루어진다면 비시즌 훈련도중 시즌아웃을 당한 천대현의 빈자리는 배수용이 잘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어진 2라운드 1순위로는 명지대의 공격을 이끈 김수찬이 선발되었다.

빠른 스피드를 통한 돌파에 능한 선수지만 조직적인 농구에 약점을 가지고 있고 슈팅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모비스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선 선수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모비스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오리온스와 함께 3명의 선수를 선발하였는데, 막차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건국대 출신의 박민혁이다. 전형적인 수비형 선수로서 수비가 강한 모비스 선수들 속에서 얼마나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10. 부산KT

2라운드 4순위- 박철호(C, 중앙대)

이번 드래프트를 치르는 내내 전창진 감독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지명권을 오리온스에 내주는 바람에 우수한 선수들을 뽑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박철호를 선발하면서 나름의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는 KT다.

박철호는 기본기가 뛰어나고 수비가 좋은 수비형 센터로서 2m의 우수한 신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팀을 이끌면서 에이스 역할을 한 것과 달리 중앙대로 진학 후 성장에 정체기를 맞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T는 박철호를 김승원과 동 포지션으로 보고 활용가치를 연구해야할 것이다.

선발선수, 탈락선수 모두 제 2의 인생 시작

이번 드래프트는 지난 2006년 이후 최저 선발율을 기록했다(53.8%). 앞서 소개된 선발된 선수들은 그토록 꿈꾸던 프로무대에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지만 반대로 탈락한 선수들은 학창시절부터 프로무대만 바라보며 달려온 인고의 세월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2군제도도 없어진 터라 이들은 이제 농구선수가 아닌 제 2의 인생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지명된 선수들은 그 나름대로의 순조로운 적응을 바라고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 또한 제2의 인생이 성공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드래프트의 진정한 승자와 패자는 지금 가려지는 것이 아닌, 최소 다음시즌 중반, 혹은 몇 년후에 비로소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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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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